법원, 송순희 할머니 등 군사재판 7명 재심개시...김두황 할아버지도 첫 일반재판 재심개시

제주4.3사건 재심 청구인이 김두황 할아버지가 8일 오전 10시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을 듣고 환한 모습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제주4.3사건 재심 청구인이 김두황 할아버지가 8일 오전 10시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을 듣고 환한 모습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창간 15주년을 맞아 연중기획 보도한 [생존수형인 4.3을 말하다]의 당사자들이 70여년 만에 정식재판을 받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한 송순희(96) 할머니 등 7명에 대한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해 8일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두황(93) 할아버지에 대해서도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일반재판에 의한 생존수형인 재심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형사소송법 제435조(재심개시의 결정)에는 ‘재심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재심개시의 결정을 해야한다’고 규정돼 있다. 개시 결정시 비로소 정식 재판이 시작된다.

같은 법 제438조(재심의 심판)에는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한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해당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원은 재심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판결문이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 군법회의가 재심청구인들의 재판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행인명부에는 청구인의 이름과 나이, 직업, 본적지, 항변, 형량까지 적시돼 있다. 이를 조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즉 사법적 판단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재심 청구 요건을 인정했다.

국내 첫 4.3관련 일반재판에 의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해서도 청구인 김두황 할아버지에 대한 수사기관의 불법 구급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재심 사유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증인과 자녀의 증언이 청구인의 진술과 대부분 일치한다. 청구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만큼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으로 8명의 생존수형인은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재심 공판에서는 70년 전 군법회의 절차에 대한 법률 위반 여부를 두고 재판부의 본격적인 판단이 이뤄진다.

2019년 1월17일 사상 첫 4.3생존수형인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바 있어 최종 판단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청구인들 모두 고령인 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경우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70년 전 공소제기가 잘못됐다는 의미에서 사실상 무죄로 해석할 수 있다.
재심 사건을 이끈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와 임재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도 이 부분을 집중 거론하며 공소기각 판결을 나오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차 생존수형인들은 2019년 10월22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보다 앞선 2017년 4월19일 1차 생존수형인들이 첫 재심을 청구해 2018년 9월3일 공소기각 판결을 이끌어 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