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女 氣UP’ 창업현장](1) 전래놀이로 공동체 가치 전하는 마을놀이협동조합

임신·출산·육아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거나 경력단절로 인한 사회 재진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사회 한계를 깨부수기 위해 한데 뭉쳤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산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지원하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으로 새롭게 거듭난 여성공동체 마을놀이협동조합.

한평생 주부로만 살아왔거나 정년퇴직 이후 여성이 설 자리가 없어 고민하던 그들이 망망대해 같은 창업현장에 뛰어들어 일궈낸 땀의 이야기를 [제주의소리]가 들어봤다. 이른바 ‘女 氣UP’ 창업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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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전래놀이를 통해 알리고 있는 마을놀이협동조합. 사진 왼쪽부터 김수희(46), 김진용(64, 조합 대표), 현정숙(64), 서은희(64) 씨. ⓒ제주의소리

“정년 퇴임을 하거나 30여 년 넘게 주부로만 살아오다 세상 밖으로 나오니 두렵기도 했지만, 배운 것을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 경력단절로 좌절해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밖으로 나가 기회를 잡으세요.” (1957년생, 64세. 전업주부 출신의 서은희 씨 인터뷰 중에서)

2018년 창립 이후 전인교육이 담긴 전래놀이로 제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마을놀이협동조합’. 정년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 전래놀이 교육을 받던 중 이제까지 쌓아온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래놀이를 통해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여 시작된 여성공동체다.

경쟁에 익숙해져 승패를 따지고 순위를 매기는 등 남과의 비교에 연연하게 되는 세태 속에서 사라져가는 공동체 회복을 위해 57년생 친구 4명과 75년생 막내가 뭉친 것.

조합의 대표를 맡은 김진용(64) 씨는 40여 년 경력의 베테랑 공직자 출신이다. 그리고 35년간 교단서 학생들을 만나온 현정숙(64) 씨, 30년 넘게 주부로 살아오다 사회로 나온 서은희(64) 씨, 보건교사로 학생 건강을 책임졌던 조숙희(64) 씨는 모두 57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여기에 방과후·진로수업 등 돌봄교육을 이어오다 놀이교육에 전념하게 된 막내 김수희(46) 씨가 합류해 조합원은 총 5명이다.

이들은 고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60대가 되면서 갈 곳이 마땅찮아 고민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해 전인교육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전래놀이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사진=마을놀이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제주시 일도동서 진행된 ‘토요전래놀이’. 계란판을 이용한 놀이를 개발해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들은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사진=마을놀이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어르신들과 함께한 '제기 오래 띄우기'. 마을놀이협동조합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마을놀이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어르신들과 함께한 '제기 오래 띄우기'. 마을놀이협동조합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마을놀이협동조합. ⓒ제주의소리

마을놀이협동조합은 예전처럼 뛰놀 공간이 부족한 데다 노는 방법을 몰라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혼자가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즐겁게 어울렸던 그들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함께하는 법을 알려주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부모님과 학생 간 유대감을 높여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돌봄놀이 활동가 양성, 어르신 대상 전래놀이 등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찾아가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진용 대표는 “놀이에는 질서과 규칙, 협동, 인내, 배려 등이 녹아 있다. 놀이 속에서 지혜를 배워가는 것”이라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고 나누는 법을 배워간다.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현정숙 씨는 “아이들이 인터넷, 모바일 중독으로 외톨이가 돼가는 상황서 활동을 통해 함께 웃음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더불어 우리 역시 아이들에게서 에너지를 받고 있다. 서로 힘이 돼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수희 씨는 “요즘은 놀이와 공간의 부재가 심각하다.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공간이 없어 아이들이 모이기도 힘든 현실”이라면서 “놀이를 통해 배우는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이끌어가는 과정은 중요한 삶의 요소임에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창업을 준비하고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과정서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다. 아직 충분히 사회에서 활발히 움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는 것. 놀이 프로그램을 요청하는 곳에서는 이력서에 적힌 나이만 보고 젊은 선생님을 보내달라기도 한단다.

“어딜 가면 노인으로 생각하고 받아주질 않아요. 은행만 가더라도 인터넷 뱅킹 하나 할 줄 모르는 노인으로 취급하기도 하죠. 이 때문에 활동이 가끔 어렵기도 해요.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나이보단 그 속에 있는 경험을 바라봐줬으면 합니다. 저희 같은 60대분들께도 같은 생각과 같은 취미를 가진분들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함께 모여서 망망대해로 뛰어들 용기를 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마을놀이협동조합은 전래놀이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좋아하거나 최근 유행하는 보드게임, 종이접기 등을 직접 배워 가치를 담은 교육프로그램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마을놀이협동조합은 전래놀이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좋아하거나 최근 유행하는 보드게임, 종이접기 등을 직접 배워 가치를 담은 교육프로그램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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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루미큐브’를 직접 해보며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제주의소리

이들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없던 이들에게 힘이 돼 준 것은 여성공동체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창업에 필요한 자본을 지원받고 관련 서류와 절차를 배운 덕분에 스스로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 인큐베이팅 사업이 든든한 배경이 돼 준 덕분에 창업 이후에도 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단다.

김수희 씨는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나와야 한다. 다양한 곳에 참여하며 정보를 얻어 나가면 길이 보일 것”이라며 “경력단절로 힘든 여성이나 나이 때문에 고민 중인 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나왔으면 한다.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응원했다.

김 대표는 “마음 맞는 5명만 모인다면 조합을 만들어서 활동할 수 있다. 뭉치면 산다는 마음으로 함께 열린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사회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고 강조했다.

현정숙 씨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며 치매가 무서운데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찾는다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것이 도전하는 용기를 갖는다면 건강한 삶과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서은희 씨는 “용기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해주고 싶다. 나를 사랑한 만큼 뛰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면 좁쌀처럼 보이던 무언가가 뚜렷한 바위가 돼 큰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을놀이협동조합은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노다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놀이(노리)로 다 함께 지혜를 배운다’는 의미를 담아 네이밍 했다.

금이 붙어있는 광맥이라는 노다지의 본래 뜻처럼 아이들에게 있는 보석 같은 잠재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놀이를 통해 끌어내겠다는 그들의 힘찬 다짐이 깃들기도 했다. 이들 제주여성들의 노력이 더욱 밝은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충분한 밑거름이 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업체명 : 마을놀이협동조합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천수로 52, 2층(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대표번호 : 010-7251-2055

제주시 일도동서 진행된 토요전래놀이 중 '컵빙고' 프로그램. 사진=마을놀이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제주시 일도동서 진행된 토요전래놀이 중 '컵빙고' 프로그램. 사진=마을놀이협동조합.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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