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고은실 의원, “학생인권조례, 어른들이 ‘나쁜 조례’ 프레임 덧씌워”

“인권은 말 그대로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의미합니다. 보편적인 권리에 좋고 나쁨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단호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조례가 나쁜 것이 아니고, 인권조례를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이 문제입니다.”

그의 외침은 울림이 컸다. ‘학생인권조례안’을 대표발의했던 정의당 고은실 의원은 지난 제38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마지막까지 동료의원들에게 조례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조례안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보류됐고, 다음 회기를 기약해야 한다.

고은실 의원은 조례안이 심사보류된 데 대해 “도민을 대표하는 의원이기에 앞서 어른으로서 너무나 슬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추운 겨울날 조례제정을 청원하는 서명을 받기 위해 발품을 팔았을 학생들 볼 면목도 없다”고도 했다.

고 의원은 “일부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면 학습저하, 동성애 조장, 교권침해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일부 어른들이 왜곡된 시선으로 ‘나쁜 조례’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교권침해’ 우려에 대해 “학생인권조례가 이미 시행 중인 타 지역 사례를 보면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는 줄어드는 대신 학부모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늘고 있다”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교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조례안 처리전망에 대해서는 “(좌남수)의장께서 폐회사를 통해 조례 제정 필요성을 인정해줬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회의 책임있는 역할을 강조했다”며 처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제387회 임시회에서 학생인권조례뿐 아니라 교권, 학부모들의 권리에 관한 조례 등 교육 3주체를 위한 입법이 동시에 추진됐던 사실을 모르는 도민들이 많다. 결국 학생인권조례 논란에 3개 조례안 모두 심사 보류됐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교육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의 권리와 의무를 정리해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음에도 ‘학생인권조례=나쁜조례’라는 일부의 왜곡된 주장에 밀려 조례안 전체가 보류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제주학생인권조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당사자인 학생들의 청원에 의해서 발의된 조례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려는 학생들의 발걸음에 이제는 어른들이 화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은실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고은실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Q. 유일한 진보정당 소속 의원인데, 최근 정의당 제주도당 위원장에 당선됐다. 각오랄까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많은 성원과 지지 보내주신 당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 그리고 늘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시는 도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제가 도당위원장에 출마하면서 ‘웃음 가득한 정의당, 도민과 공감하는 정의당 만들겠다. 진보적 의제 개발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이 약속 꼭 지키도록 노력하겠다.

Q. 지난 제387회 임시회에 제출된 90여개의 안건 중 관심을 모았던 ‘학생인권조례안’이 결국 심사보류됐다. 조례안 대표발의자로서 심경이 착잡하겠다.

그렇다. 무엇보다 추운 겨울날 서명을 받으러 발품을 팔며 조례제정 청원을 한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Q. 학생인권조례안,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았길래 이렇게 논란이 뜨거운 건가.

고은실 의원. ⓒ제주의소리
고은실 의원. ⓒ제주의소리

학생인권조례안은 헌법 31조,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해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인권이 학교교육 과정에서 어떻게 녹여내느냐,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느냐다.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학생들의 인권을 어느 범위까지 보장해 줄 것이냐인데, 인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교육의 목적상 필요한 경우로 한정했다. 학칙개정이나 학교규정 개정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이 학생인권옹호관 제도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학생인권 침해 사례가 생겼을 경우 상담 조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Q. 경기도의 경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이 됐고, 서울과 광주, 전북, 충남 등도 조례를 제정․시행 중인 것으로 안다. 이들 지역 조례와 제주학생인권조례 내용이 많이 다른가.

조례안 내용 전체를 보면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고 본다. 학생 권리에 관해서 많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타 시․도 조례와 그닥 다를 상황은 없다.

Q. 그렇다면 ‘심사보류’ 이유가 뭔가.

도민사회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반대 측에서 학습저하, 교권침해, 동성애 조장 등을 이야기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나쁜 조례’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그렇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나쁜 조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례안 처리에 부담을 갖는 것 같다.

Q. 학생들의 청원이 접수된 게 지난 3월, 조례안이 발의된 게 지난 7월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2개월여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없었던 건가.

그 동안 도교육청이나 전교조, 학부모 대표, 학교운영위위원회 위원장, 학생대표 등과 두 번 간담회를 가졌다. 또 고교 대표와 TF팀과도 만났다. 마지막 간담회 때는 교육의원들도 참여한 것으로 아는데 그때 간담회에서는 반대측이나 각 단체 이해관계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 조례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정작 찬․반이 팽배해진 것은 그 이후다. 찬․반 논란이 팽팽해진 이후에는 별 다른 문제해결 노력이 없었던 것 같다. 의회가 중심이 되어서 논의하지 않고 교육청에 문제를 떠넘긴 측면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Q. 놀라운 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서명에 교사 2천여명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 증진이 곧 교권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린 것 같은데, 실제 그럴 가능성은 없나.

그렇지 않다. 학생인권조례만 발의된 게 아니라 교권에 관한 조례, 학부모회에 관한 조례 등 3개의 조례가 함께 제출됐다. 충돌되는 부분들을 상호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타 지역들의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줄어드는 대신 학부모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늘어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교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고은실 의원.ⓒ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좌용철 편집부국장과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고은실 의원(사진 왼쪽).ⓒ제주의소리

Q. 2차 본회의 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좌남수 의장에게 직권상정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향후 처리 전망은 어떻게 보나.

제가 5분발언을 한 이후에 의장님이 폐회사에서 언급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교육 3주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인권조례 필요성을 언급해주셨다. 그러면서 교육청에서 노력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지적도 해줬다. 실타래처럼 얽힌 것들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의장님께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신경을 더 써줄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의원님들도 그러한 부분을 잘 받아안아서 조례안 처리에 협조해줬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교육주체 및 동료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조례가 3개 조례에서 출발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학생인권 뿐만 아니라 교권, 학부모에 관한 조례 3개가 동시에 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장치들을 해놨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학생인권 조례 출발은 학생들에 의해서 시작됐다.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추운 겨울 서명을 받으며 출발한 것이다. 마지막에는 도내 22개 고등학교 학생회장들이 연서명을 하며 힘을 실었다. 이는 고교생 3만명 전체가 서명한 것과 다름 없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당사자들이 조례를 만들어달라고 한 부분에 대해 동료의원께서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다. 다음 임시회 때는 처리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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