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악취피해 덜 부숙된 퇴비 살포...市 "충분히 부숙됐는지 확인 미흡" 인정

11일 저녁 제주시내 곳곳에서 원인 모를 악취가 나자, 제주시 환경부서 담당자들이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주변 농가의 퇴비와 액비 살포 의심 지역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1일 저녁 제주시내 곳곳에서 원인 모를 악취가 나자, 제주시 환경부서 담당자들이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주변 농가의 퇴비와 액비 살포 의심 지역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지난 주말 시내 곳곳에서 진동한 악취 원인으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인근 목초지에 뿌려진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 퇴비 때문인 것으로 결론 냈다. 추정이긴 하나 악취 주원인을 사실상 밝혀냈고 시민들이 이틀간 주말 저녁 악취에 시달리는 대소동이 벌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형국이라 재발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시는 12일 오전 10시 30분 긴급브리핑을 갖고 지난 10일과 11일 중 제주시 전역에 발생했던 악취의 원인을 봉개동 일대 농경지에 살포한 축산분뇨 및 음식물 퇴비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6시를 전후로 제주시 아라동, 도남동, 이도2동, 도평동, 노형동, 첨단과학기술단지 등의 지역에서 악취 민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 지역에 따라 지난 10일에도 악취 민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멀게는 조천읍과 애월읍 등 제주시내 동서 외곽에서도 악취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사실상 시 전역에서 피해 호소가 빗발쳤다.

민원이 잇따르자 제주시는 11일 저녁 환경과 농정, 축산, 하수도, 하천 담당 공무원들을 악취 예상 지역에 투입해 현장 확인을 벌였지만, 문제의 진원지를 쉽사리 찾지 못했다.

이날 늦은 밤이 돼서야 봉개동 환경시설관리소 인근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남은 퇴비를 인근 농경지에 대량 살포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밤 중 현장 확인에 나서는 등 공무원들도 진땀을 뺐다.

이번에 뿌려진 음식물 퇴비는 소포장동 신축공사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인근 목초지에 포장된 채 야적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악취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는 고경희 제주시 청정환경국장. 사진=제주시
12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악취 관련 긴급 브리핑을 갖고 있는 고경희 제주시 청정환경국장. 사진=제주시

봉개동매립장은 음식물자원화센터 1공장이 하루 50톤, 2공장이 하루 60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5월 이전까지는 트럭을 이용해 외부로 반출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자 봉개동 마을주민들이 악취 민원을 제기하고 포장후 이동을 요구했다.

결국 시와 봉개동 마을측은 여기서 발생하는 퇴비를 소포장해서 반출키로 하고, 이를 위한 시설인 소포장동 준공이 완료되는 11월 이전까지는 인근에 야적키로 했다.

야적지인 해당 목초지를 운영하는 A영농조합법인도 기왕에 나온 퇴비를 자신의 토지에 살포하는 것으로도 사전 협의를 마쳤다.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부숙 기간이 4~5개월쯤인 것을 감안해 10월쯤 퇴비를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까지 행정과 협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법인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보관중이던 2000톤의 음식물쓰레기 퇴비 중 500톤을 자신의 농경지 14만여㎡(약 4만평)에 살포했다. 문제는 퇴비의 부숙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퇴비가 살포되면서 악취가 진동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축산분뇨를 뿌린 필지는 냄새 저감을 위해 밭을 갈아 엎는 '로터리 작업'을 바로 시행했으나, 11일 음식물쓰레기 퇴비를 뿌린 나머지 한 필지는 로터리 작업을 미루면서 악취 발생량도 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전역에 퍼진 악취의 진원으로 지목된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인근 농경지에 냄새 저감제가 살포되고 있다. 사진=제주시
제주시 전역에 퍼진 악취의 진원으로 지목된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인근 농경지에 12일 냄새 저감제가 살포되고 있다. 사진=제주시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시 전역에서 악취 피해가 속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질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책임 소재는 결국 재발방지를 위한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제주시 관계자는 "매립장 인근 야적지에 퇴비를 뿌린 것은 사전 협의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냄새의 기준이나 비료를 살포하는 데에 따른 지침이 따로 없어 '불법이냐, 적법이냐'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법인이 퇴비 살포 후 로터리 작업을 곧바로 시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할 수 없냐는 질문에도 "현재로선 문제를 삼을 근거는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시는 "냄새민원과 관련해 시민 불편을 드린데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행정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답했다.

결국 충분히 부숙되지 않은 퇴비를 살포하면서 시민들이 주말 저녁 악취에 시달려야 했지만, 절차에도 문제가 없고 책임주체도 분명하지 않아 이후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퇴비 상태를 점검하도록 돼 있어 지난 5~6월쯤 해당 목초지의 퇴비를 점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단, 살포 시점에서 부숙이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았냐는 지점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체크하지 못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아직 남아있는 음식물쓰레기 퇴비를 처리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 제주시 관계자는 "이전에도 대량으로 퇴비를 살포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며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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