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42) 입법 취지 맞는 환경영향평가제도 거듭나야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 4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한 도의회 동의안이 부결되었다.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이 누락되었고, 제주도가 작성해야 할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의 작성과정에 사업자 측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곧바로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조사 청구되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에 조사요청이 이뤄진 지 이제 6개월이 되어 가지만 조사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명확히 드러난 사건인데도 감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너무나 이례적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송악산 개발에 대한 도의회 부동의 결정 자체가 크게 화제가 되면서 사건의 전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지 못했다. 송악산 개발사업에 대한 도의회 동의안 심의에서도 도의원들은 이 사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모자랐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짚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킨 매우 중요한 사건인 동시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이다. 이 사건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서가 부동의 처리된 서귀포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서가 부동의 처리된 서귀포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전문기관의 검토의견 고의 누락
크게 두 가지 사건 중 첫 번째가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 누락이다.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은 제주특별법에 근거하여 민간이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대해서 환경부장관을 대신하여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등을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으로 지정·고시했다. 이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 누락은 단지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여러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재차 확인되었다. 확인한 사례만도 총 9건에 이른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지난 2015년을 전후해서 당시 제주는 전도가 들썩일 정도로 건설 붐을 이루고 있었다. 공사에 골재 공급이 못 따라갈 정도로 건설 경기는 활황이었다. 이 때문에 골재 가격은 전국 최고 가격으로 급등했고 신규 토석채취사업이 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주도가 주도해 채석장 공영개발 계획까지 추진되었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마을 안까지 들어서는 부적절한 입지의 토석채취 사업계획이 강행되기 일쑤였다. 

당시 서귀포시 표선면 지역에서 추진된 각각 다른 두 개의 토석채취 개발사업이 그 예이다. 토석채취 확장사업 과정에서 사업부지 300m 이내에 민가들이 산재해 있고, 바로 인근에 초등학교까지 있어서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주민들은 사업시행으로 인한 소음, 비산먼지 등 환경문제를 우려하며 강하게 민원을 제기했고, 심지어 환경영향평가 심의 회의장을 점거할 정도로 주민들의 저항은 컸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러한 환경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인 KEI의 제안을 누락한 채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를 작성했다.

KEI는 A토석채취 사업에 대해서 지역주민의 강한 반대로 갈등이 일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에서는 주민의견에 대한 사업자의 예방대책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며 협의회의 역할과 주민의견의 반영여부 검토도 강조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러한 KEI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검토의견서를 작성했다. B토석채채취 사업에 대해서도 KEI는 ‘민원의 예방효과와 환경영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사업자와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모니터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러한 내용을 모두 누락하고 최종 검토의견서를 작성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부지의 환경영향이 커 사업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누락되었고, 법정보호종 서식지를 사업부지에서 제척하여 보존방안을 수립하라는 제안도 사라졌다. 개발사업은 부적절하다는 KEI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사업추진을 전제하는 뉘앙스의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기도 했다.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인접하여 추진된 개발사업의 경우 KEI는 의견서 곳곳에 부적절한 입지의 근거를 강하게 제시하며 사업계획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KEI의 의견을 심각히 왜곡하여 사업추진을 하면서 보완하는 수준의 의견으로 곡해했다.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누락·은폐한 사건에서 발견된 특이점을 보면 해당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대행업체가 모두 제주지역에 등록된 도내 업체라는 점이었다. 이 역시 제주도와 사업자를 대신한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 간의 밀월관계 의혹을 감사위원회가 밝혀야 하는 점이다. 

공문서를 사업자에게 맡겨 허위작성
두 번째 사건은 사업자 측이 직접 개입한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 작성 사건이다. 이 검토의견서는 제주도가 공문으로 사업자에게 통보하는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말한다. 정상적인 작성절차대로라면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주도에 제출하고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제주도 관련 부서에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 각각의 검토의견을 수합하여 최종 정리한 것이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의견’이다. 이를 사업자에게 전달하면 사업자는 제주도로부터 받은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반영이 어려운 경우 미반영 사유를 제시한 ‘환경영향평가서 검토보완서’를 작성해 제주도에 제출하게 된다. 

그런데 제주도가 작성해야 할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을 사업자 측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가 작성한 정황이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에서 확인되었다. 제주도가 작성해서 사업자에게 전달해야 할 공문서를 사업자가 작성해서 제주도에 주고 이를 다시 받은 셈이다. 엄연한 공문서위조와 다름없다. 이는 정보공개 요청으로 제주도로부터 문서파일로 받은 송악산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의 문서정보를 확인한 결과였다. 해당 문서파일의 문서정보를 확인한 결과 작성자는 송악산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고 있는 대행업체 회사명과 그 회사의 직원 이름이 명기되어 있었다. 해당 문서 즉,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의 작성과정에 사업자 측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증거가 명확한 것이다. 

이에 다른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사업자 측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처럼 원문의 문서파일 대신 새롭게 가공한 형식의 문서를 보내와 추가 확인은 할 수 없었다. 이처럼 일련의 상황과 확인된 문제들만 보더라도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 작성과정에서 전문기관의 중요 핵심적인 의견들이 의도적으로 누락되어 왔고, 그 종합 검토의견서의 작성과정에 사업자 측이 개입되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송악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 문서 정보를 보면 작성 주체가 대행업체 직원으로 명시돼 있다.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송악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서. 문서 정보를 보면 작성 주체가 대행업체 직원으로 명시돼 있다.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마지막 저장한 사람인 user 3373에서 3373은 현재 제주도 관광개발사업 승인부서의 행정 전화번호 뒷자리다.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마지막 저장한 사람인 user 3373에서 3373은 현재 제주도 관광개발사업 승인부서의 행정 전화번호 뒷자리다. 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감사위, 제주도 위법행정 바로 잡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회는 아직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에 있어서 그 증거가 명확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제도와 그 절차가 얼마나 부당하고 부정하게 이뤄져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감사위원회가 이번 사건의 실체에 대한 조사를 미루고, 시정조치를 포함한 그 결과발표를 늦추는 만큼 감사위원회와 행정에 대한 도민의 불신은 클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더욱이 감사위원회의 늑장 대응은 제주의 환경보전과 친환경적인 토지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문제 개선과 변화·발전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은 중앙정부인 환경부의 권한에서 제주특별법에 근거하여 제주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된 지 이제 30년이 되어간다.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생존권 및 환경권 문제와 숱한 난개발 논쟁이 이어져 왔다. 개발중심의 행정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 면죄부라는 비판과 함께 제도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하지만 지금까지 이 제도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최소한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공정한 제도를 만들어가는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미뤄왔던 제도의 변화와 혁신을 도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일의 성사 여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봐주기 조사로 금번 사건의 제주도 책임을 무마할 수는 있겠지만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운영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를 방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여전한 개발중심의 행정에서 환경갈등과 생태계 훼손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루속히 감사위원회의 투명하고 엄정한 조사로 입법 취지에 맞는 환경영향평가제도로 거듭나길 바란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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