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女 氣UP’ 창업현장](2) 상웨빵에 여성 힘 불어넣은 제주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경력단절로 자신의 삶을 내려놓아야만 했던 여성들이 한데 뭉쳐 설립한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서 2017년 여성 5명이 모여 만든 공동체다. 전통도 지키면서 단절됐던 경력도 이어가는 ‘요망진(야무진이라는 뜻의 제주어)’ 제주여성들이다. 

생태관광마을로 지정된 하례리와 연계해 마을 가치를 높이고 취약계층,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주 향토음식 ‘상웨빵’에 하례리와 여성공동체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 강금순(60)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대표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강금순 대표. 경력단절 여성들과 함께 여성공동체를 설립해 제주 향토 음식 '상웨빵'을 만들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감귤 상웨빵(사진 왼쪽)과 쑥상웨빵. 찐빵보다 더 폭신하고 쫄깃한 식감과 달달하고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제주의소리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이하 하례점빵)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들이 제주도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지원하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지원을 받아 탄생했다. 

까다로운 창업 과정을 옆에서 도와주고 무엇보다 중요한 초기 자본금 문제를 해결해준 임규베이팅 사업 덕분에 하례점빵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 하례리에서 나는 감귤과 한라봉을 넣어 지역의 가치를 담은 ‘상웨빵’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상웨빵은 제주 경조사 때나 제사상에 올리던 ‘상웨떡’을 응용해 빵으로 만든 것이다. 상웨떡은 쌀이 귀한 시절 제사상에 떡을 올리기 위해 보릿가루, 밀가루, 메밀가루 등 반죽에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켜 만든 제주 향토 음식이다. 

상웨떡의 기원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고려 말 제주가 몽고의 지배를 받을 당시 누룩으로 반죽해 익히는 방법의 ‘상화병’이라는 떡이 전해져 지금의 상웨떡이 됐다는 설이 중론이다. 

ⓒ제주의소리
상웨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강금순 대표, 허진영(34) 조합원. ⓒ제주의소리
상웨빵 반죽에 소를 채워넣는 모습. ⓒ제주의소리
상웨빵 반죽에 소를 채워넣는 모습. ⓒ제주의소리

하례점빵은 부녀회 활동을 통해 마을 행사 때마다 만들어 다 함께 나눠 먹었던 상웨빵을 마을과 연계해 방문객에게 제공한다면 자연스러운 마을 홍보와 더불어 제주 향토 음식을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모여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생태관광마을로 선정된 하례리를 찾는 많은 방문객에게 제주 가치가 담긴 음식을 통해 마을을 알리고 지역 소득 창출을 이끌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마을주민 대부분이 감귤 농사를 짓고 있어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탓에 마을을 떠나는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유입을 이끌어 마을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례점빵은 다양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웨빵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직접 상웨빵을 만들어보는 체험을 통해 상웨빵을 알아가고 어른들은 옛 추억을, 아이들은 말랑말랑한 반죽 촉감을 통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체험은 효돈천 탐방 트레킹을 마친 탐방객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고사리 같은 아이들 손으로 올망졸망 빚어지는 상웨빵은 형태도 제각각이지만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담겨 집에 꼭 가져간단다.

체험에 참여했던 한 어린이는 포장 상자에 ‘너무너무 맛있쪙’, ‘먹어봐 맛있어’, ‘톡톡쏘는 탄산수와 먹어요’ 등 체험 기록을 적고 그림을 그려 하례리에서의 추억을 한 아름 담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제주의소리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남긴 글과 그림. 너무너무 맛있쪙’, ‘먹어봐 맛있어’, ‘톡톡쏘는 탄산수와 먹어요’ 등 즐거웠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사진=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상웨빵 만들기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상웨빵을 알아가고 말랑말랑한 반죽 촉감을 통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사진=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제주의소리

최근 하례점빵은 사회적 가치를 담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해 2019년 예비사회적기업이 된 뒤 올해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혼신을 기울이던 와중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유탄을 정면으로 맞아 폐업 위기를 겪기도 했다.

효돈천 트레킹과 연계된 마을 여행 상품이 코로나19로 중단되며 마을을 방문하는 체험객이 줄어드는 탓에 매장을 운영하기 힘들 정도로 날이 갈수록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하례점빵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난 4월 네이버 해피빈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를 안타까워 한 제주공심채 대표가 펀딩을 소개해줘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200만원을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으나 기대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하례점빵의 철학과 제주 상웨빵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한 덕분에 목표금액의 2000%가 넘은 4000여만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하례점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여전히 힘든 상태지만 네이버와 한국공항공사가 함께하는 ‘슬기로운 공정여행’을 통해 체험객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강금순 대표는 “처음엔 요령도 모르고 조합을 운영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몸살도 겪고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고생했다”며 “쓰러질만하면 어디선가 도움이 들어와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괜찮아지지 않겠나. 하례점빵을 알아주는 분들 덕분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상웨빵. 사진=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제주의소리
아이들이 직접 만든 상웨빵. 사진=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제주의소리
발효시킨 반죽을 일정한 크기로 떼어내 소를 채우고 찜기에 찌면 한껏 부푼 먹음직한 상웨빵이 만들어진다. ⓒ제주의소리
발효시킨 반죽을 일정한 크기로 떼어내 소를 채우고 찜기에 찌면 한껏 부푼 먹음직한 상웨빵이 만들어진다. ⓒ제주의소리

여성공동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처음에는 힘들 것을 각오하고 시작해야 한다. 함께하는 재미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벌 수 없을지 모르기 때문에 2~3년은 죽었다 생각할 정도의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 1500여만 원의 창업보육비, 창업에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알려주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천혜의 제주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하례리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 과정서 하례점빵은 최고의 체험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성장을 통해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이 되고 싶다. 물건이 많이 팔려 일자리도 창출하는 등 선순환을 이끌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력단절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마을 발전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오늘도 상웨빵을 만들기 위한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이다. 발효를 통해 부풀어가는 반죽과 같은 그들의 꿈과 희망이 결실을 거둘 수 있길 바라본다.

업체명 :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하례로 272
홈페이지 주소 : haryeshop.kr
대표번호 : 064-767-4545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효돈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효돈천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된 식물자원들을 볼 수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한란, 돌매화나무, 솔잎란, 고란초, 으름난초 등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제주의소리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효돈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효돈천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된 식물자원들을 볼 수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한란, 돌매화나무, 솔잎란, 고란초, 으름난초 등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는 하례리 명소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하례감귤점빵협동조합 전경.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