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네 번째 제주학대회 학술대회 15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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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연구센터는 15일 제4회 제주학대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인근 국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한 ‘해상왕국’ 탐라국이 제주 정체성을 정립하는 출발이라는 조언이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제4회 제주학대회>를 맞아 학술대회 ‘근대성과 제주 정체성’을 15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집합기억과 제주 정체성 ▲사회변동과 제주 정체성이란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했다.

첫 번째 주제는 전영준 제주대 사학과 교수, 김치완 제주대 철학과 교수, 김수열 시인이 발표했다. 두 번째 주제는 장훈교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이해응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를 준비했다.

발제자들은 제주의 정체성이 해양국가 탐라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영준 교수는 “학계에서는 탐라는 3~5세기 영산강 유역의 마한, 변한, 남부 가야 등과 활발하게 교류한 해상왕국으로 보고 있다”면서 “탐라국 시대는 한반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서 동아시아 해양문화권의 범주 내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탐라국 천 년의 정신세계는 해양과 직결돼 있었다. 섬이라는 한계를 바다를 통해 극복해 갔다. 그리고 그 바다는 사면으로 개방돼 있었다. 고대 탐라인의 정신세계는 진취적이고 자율적인 면을 강하게 띠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제주 천년의 끝부분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이 시기의 제주인들이 겪은 역사상만이 제주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주 정체성의 정립은 고대로부터 탐라 또는 제주의 공간에 놓인 시간의 역사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치완 교수는 “탐라 천년의 정체성은 고대 해양도서국가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제주 천년의 정체성은 한국의 변방이라는 지역적·심리적 경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지난 과거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실 제주의 정체성은 서양 근대인 ‘모던’을 둘러싼 욕망의 실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태동기에 있던 국가권력이 자행한 폭력에 당당하게 맞선 제주 사람의 저항은 기억투쟁으로 이어졌으며, 개발독재에 이어 ‘지연된 개발의 광풍’을 겪고 있는 지금에도 이러한 저항은 이어지고 있다”고 근현대사를 돌이켜봤다.

더불어 “오키나와와 대만 등 이들 섬이 병합 과정, 또는 서세동점시기에 강요된 모던과 그로부터 태동한 근대국민국가 수립 과정에서 유사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의 동일성보다는 이들 섬 사이의 동일성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김수열 시인은 자신에게 제주다움을 일깨워준 작가들을 언급했다. 김 시인은 ▲문충성, 그 <제주바다>의 생명력 ▲김석범, 아직도 꺼지지 않는 <화산도> ▲현기영, 역사가 된 소설 <순이삼촌> ▲김시종, 경계를 아우르는 <경계의 시>를 차례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가는 제주의 자연환경에 대해 그 안타까움과 울분을 글에 담고 있는 작가들도 수두룩하다. 소멸해가는 우리의 언어인 제주어를 내려 놓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는 작가들도 한 둘이 아니”라며 “이런 분들이 붓을 내려놓지 않는 한 제주문학 혹은 제주문학의 정체성은 다양성과 나란히 어깨를 겯고 내일의 제주문학으로 튼실하게 나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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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장훈교 학술연구교수는 보다 많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공동도시’를 위한 2050제주전환동맹을 제안했다. 특히 장 교수는 정부의 공공 정책 결정의 문제점으로 “연구용역이 민주주의를 대체하고 있다”면서 “시민사회의 대안이 공적 판단에서 의무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해응 연구위원은 널리 사용하는 ‘다문화’라는 용어가 “다양성의 문제로 논의되기 보다는 국제결혼 가족 중심으로 담론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차이가 다양성으로 차별이 평등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다문화의 핵심인데,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비하 혹은 시혜의 뜻으로 특정 계층의 사람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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