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93. 손의 물은 개한테도 안 뿌린다

* 손엣물 : 손의 물
* 개안티 : 개한테

우리 몸에서 제일 불결한 곳이 손일 것이다.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수챗구멍을 씻어 내리거나 할 때만이 아니다. 사람이 손을 가질 수 있어 노작(공장)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호모 파베르(Homo Fabel)다. 손의 재능은 탁월한 것이라 사람의 존재감을 극대화해 준 것은 말할 것이 없다.

사람은 손으로 쓰고 그리고 칠하고 조각하고 파고 만들고 세운다. 창조주가 부지런히 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 분명하다. 이렇게 쉴 새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손이 안 가는 데가 없을 정도다. 깨끗한 곳만이 아니라 비위생적인 곳에 있거나 더럽혀진 물건을 만지게도 된다.

손이 가는 어디든 도처에 병균이 득실거리고 있다. 집 안에 볕이 잘 드는 날 거실이나 방 안 햇살이 환히 비치는 곳을 바라보면서 깜짝 놀라 낯을 찌푸리게 된다. 허공에 떠다니는 엄청난 부유물(浮遊물), 먼지(티끌)을 보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다 인체에 가장 해로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균을 키우는 것들임을 익히 알고 있다. 이 탁한 공기를 호흡하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불결해진 물건을 가장 많이 만지게 되는 게 손이다.

요즘 코로나19 사태 속에 사람들이 그야말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위중한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면 단합된 국민적 대응이 필수다. 방역의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 구급대원들이 밤잠을 못 자고 컵라면으로 곯은 배를 속이는 등 자신을 희생하면서 헌신하고 있지 않은가. 방역수칙을 철두철미 지키고 지금 이런 사회적 제한이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임 알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출처=질병관리본부.

그 방역수칙 첫 번째가 ‘손 자주 씻기’다. 눈에 안 보일 뿐 병균의 온상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손이다. 

‘손엣물은 개안티도 안 뿌린다’

그 손에 있는 물은 개한테도 안 뿌린다 함이다. 일상생활에서 이것저것 만져서 더럽혀 지기 쉬운 것이 손이다. 손에 들어 있는 물은 불결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집에 기르는 가축이라 하나 꼬리 흔들며 좋아하는 개에게 그 더러운 물을 뿌려서야 되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그처럼 경망스러운 행위가 어디 있으랴.

비록 상대가 사람 아닌, 동물이라 해도 삼갈 것은 삼가야 사람이다. 그게 바로 인격(人格)이다. 손의 물을 개에게 뿌리는 자는 사람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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