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형 의원, 제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일침...제주연극인 기회 제공 강조

제주시가 역점 문화 시책으로 추진했던 창작 뮤지컬 <만덕>. 제주의 인물·문화를 다루면서 정작 지역에서 뿌리내리며 활동해온 연극인들의 참여는 외면했고, 타 지역 인력에 의존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열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제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은 “제주시가 김만덕 뮤지컬을 제주시가 제작하면서 제주 연극인들이 매우 소외받았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창작 뮤지컬 <만덕>은 제주를 대표하는 인물 거상 김만덕의 성장과 활약을 다룬 작품이다. 초연은 2018년이며 지난해까지 무대를 올렸고 올해는 예산 삭감으로 제작하지 않았다.

<만덕>은 제주 출신 배우 문희경, 뮤지컬 스타 남경주 등 호화 캐스팅과 스케일로 주목 받았다. 계기 삼아 뮤지컬 기초 교육도 병행하면서 척박한 제주의 뮤지컬 인력 양성에 일부 기여했다. 하지만 많게는 7억원에 달하는 상당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반면, 완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배우부터 제작진까지 상당수를 타 지역에서 ‘공수’해오는 문제는 지역 예술계에 큰 논란이 됐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호형 의원은 “돈을 들이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배우도 모실 수 있지만, 설사 역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제주 연극인들을 중장기적으로 키워서 제주성(性)을 가진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만덕>은 정책적 미스가 아니냐”고 안동우 제주시장에게 물었다.

제공=제주시. ⓒ제주의소리
박호형 의원. 제공=제주시. ⓒ제주의소리

또 “<만덕>이 김만덕을 서울에 알리는 의미가 있겠지만, 부정적인 면도 상당하다. 제주 연극계에 대해 배려가 부족한 일이다. <만덕>에 육지 배우들이 대부분 출연하면서 제주 연극인들은 큰 허탈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동우 시장은 “제주사람들이 제주인 역할을 연기하는데 느끼는 감정은 대본만 보고 외우는 경우와는 다를 것이다. 지적하신 부분을 향후에 면밀히 검토해서 제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박호형 의원은 “지난 18일 제주아트센터에 열린 연극 <홍윤애의 비가>를 관람하고 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훌륭한 여인의 삶을 보면서 마지막에는 눈물까지 흘렸다”면서 “이런 연극 한 편을 공연하려면 수개월 동안 작품을 연습해야 하는데 한 편 당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겨우 풀칠을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오영희(국민의힘, 비례대표) 문화관광체육전문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홍윤애의 비가>를 관람했다. <홍윤애의 비가>(원제 섬에서 사랑을 찾다)는 제주시와 제주연극협회가 함께 추진하는 제주소재창작연극개발사업의 일환이다. 2018년 초연으로 올해 제작 예산은 약 6000만원이다.

또한 제주연극협회는 20일부터 25일까지 <제5회 제주 더불어-놀다 연극제>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지역 극단의 연극 6편을 공연하는데 투입되는 예산은 4500만원이다. 박호형 의원이 언급한 500만원~700만원은 <더불어 놀다 연극제> 공연 한 편 당 투입되는 예산을 뜻한다. 

박 의원은 “폄훼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수억 원을 들여 김만덕 뮤지컬을 만들면서 기획자부터 배우까지 모든 인력이 육지에서 내려와서 만드는 모습을 보면 지역 연극인들은 무슨 생각이 들겠느냐”고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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