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39) resentment 분노

re·sent·ment [rizéntmǝnt] n. 분노(憤怒)
부에 나더라도 
(화가 나더라도)

resentment는 re- ‘다시(=again)’와  sent ‘느낌/감정’의 결합이다. 이 sent에서 나온 낱말로는 sense ‘감각’, sentiment ‘감정’, sentimental ‘감정적인’ 등이 있다. resentment의 어원적 의미는 ‘반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화가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듯이 시기(envy), 절망(despair), 미움(hatred), 두려움(fear) 등과 동반되는 분노는 좀처럼 억제하기가 어렵다. 일시적으로 억제하더라도 어느 순간 불현듯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resentment라고 하는 것이다. 

분노는 평상시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 그러다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갑작스레 마음 한 가득 퍼진다. 잔뜩 분노에 찬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말은 아주 신랄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쏟아내는 악담은 듣는 이를 거북하게 만든다. 그와 같은 행동은 그가 매우 고통 받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 한가득 독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 틱낫한의 「화」 중에서 -

우리의 마음이 밭(field)이라면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그 밭에 묻혀 있는 씨앗(seed)이다. 그 밭은 ‘나도 모르는 내 마음’, ‘나도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이라고 하는 잠재의식(subconsciousness)을 뜻한다. 그 밭에서 기쁨이나 연민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싹을 틔우고 표층의식으로 올라오면 행복감(happiness)을 느끼고, 시기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싹을 틔우고 올라오면 불행감(unhappiness)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감정들 중에서 분노는 참 불편한 감정이다. 때로는 인간관계(human relationship)를 망가뜨리며 때로는 많은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분노는 참거나 없애야 한다고들 하지만, 분노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지니는 감정이기에 없애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또한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감정은 마음의 근육(muscle)이기도 하다. 분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근육이 없는 사람들처럼 무기력해 보인다. 겉으론 순하고 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한 것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부단히 억압(suppression)하고 있는 아주 예민한 상태에 있다. 그래서 다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분노도 필요하며, 때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분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나 화를 내는 '코로나 레드(corona red)'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분노는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노에 대한 관리와 해소다. 

중요한 것은 분노에 대한 관리(management)와 해소(release)이다. 평소에는 분노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웃을 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자기감정을 털어놓는 훈련도 필요한데, 이런 훈련은 분노가 차분한 언어로 표출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분노의 양이 커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를 때에는 상대에게 바로 화를 내지 말고 잠시 그 자리를 피해서 혼자 분노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모든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가라않기 때문이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여 자기감정을 건드린 사람에게 화를 내기 시작하면 더 큰 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분노란 심리적 배설이기 때문에, 생리적 배설이 그렇듯 분노 역시 가급적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데서 해소하는 게 맞다.

코로나19의 장기화(being prolonged)로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코로나 레드(corona red)’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발발 초기에는 불안이 주된 정서여서 ‘코로나 블루’가 팽배했다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부터는 분노 감정이 커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의 단계가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경계심(wariness)을 늦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단계가 낮아졌기 때문에 그간 억압되었던 분노가 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에 대한 관리와 해소가 더욱 중요하고 필요하다. 한 사람씩 분노를 잘 다스리면 전쟁도 막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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