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일부 학교 교표에 도안된 일본가문 육광문(사진 왼쪽), 일본왕실 국화문과 일장기(가운데), 욱일기. 출처=제주대 산학협력단 중간용역보고서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제주도내 일부 학교 교표에 도안된 일본가문 육광문(사진 왼쪽), 일본왕실 국화문과 일장기(가운데), 욱일기. 출처=제주대 산학협력단 중간용역보고서

일본 왕실의 국화문장과 일장기 문양을 상징하는 교표를 사용하거나 친일 작곡·작사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는 등 제주 교육 현장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표출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23일 오후 3시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2호관에서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연구용역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일제강점기식민잔재청산위원회 위원, 초‧중‧고 학교장·교감, 업무관계자, 전문가, 연구진 등 30여명이 참석해 △일제강점기 잔재 연구자료 공유 △전문가·학교현장 의견 수렴 △향후 청산방법 및 교육적 활용 방안 등의 토론이 진행됐다.

논의된 주요 내용은 △교직원 중 친일반민족행위자 활동에 대한 자료제작 및 교육 활용 △일본 왕실의 국화문장과 일장기 문양을 상징하는 교표 사용에 대한 교체작업 적극 권장 △친일 작곡가, 작사가 교가 교체 및 일제잔재 용어 사용 개사 권장 △일제잔재 학교문화와 용어 사용에 대한 교육공동체 협의를 통한 변경 권장 등이다.

공청회에 참여한 학교 구성원들은 "식민잔재 청산은 치욕스러운 역사 흔적을 지우는 차원으로만 머물러선 안된다"며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평화와 인권,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청산 방법을 마련해야 하고, 그에 맞는 교육자료를 제작‧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학교 내 일제잔재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긍정성과 역사 의식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에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과 연구진은 공청회 내용을 종합해 11월중으로 용역 최종 보고서를 확정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향후 확정된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학교에 안내해 교육공동체가 협의하며 식민 잔재 청산 방향을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적인 미래 100년의 학교 문화가 정립되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교육현장의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을 통한 교육공동체의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학교문화 정립을 위해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 연구용역’을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양정필 교수)에 의뢰해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용역진은 제주도내 역대 교장 중 1980년 이전에 재직했던 463명을 대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조사한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현황' 등에 이름을 올린 도내 교장을 총 2명으로 파악했다.

제주도내 초‧중‧고 총 191개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직까지 교표에 월계수 도안이 사용된 학교는 34개교, 욱일문 도안을 사용한 학교는 6개교로 확인했다. 욱일문은 일본 왕실의 국화문장과 일장기가 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한가운데 태양을 상징하는 원이 있고, 그 원에서 빛이 퍼져나가는 형상을 뜻한다. 일본의 육군기, 해군기, 해군군함기 등에서 사용된 문양이다. 월계수 도안은 일제시기 군 관련 배지에 사용된 문양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 작곡가·작사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한 학교도 2곳으로 조사됐고, 일본음계로 된 교가, 일본 창가집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7.5조 율격을 갖춘 교가도 대다수 발견됐다.

교육현장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당번, 학급, 주번, 수학여행, 운동장, 학예회, 조회, 종례, 교단 등이 대표적인 용어다.

연구진은 조회와 종례는 군대식 대열을 이뤄 집단훈련을 받는 일본식 문화에서 비롯된 용어로 봤다. 학생은 학급 별로 열을 맞춰 부동자세로 서 있고, 그 앞에는 학생 대표인 급장이 자리 잡는 등 조회 의식 속에는 이데올로기적인 의례가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구령대·조회대 등의 단어는 높은 연단에서 교장이 훈시를 하고 학생들이 아래에 줄서서 듣는 모습은 일제 군국주의의 잔재로 봤다. 주번 제도는 일제강점기의 간호 당번 제도에서 유래한 것이고, 수학여행 등은 일본에 조선인 학생들을 보내 일본 문화를 익혀 민족 정신을 없애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활동으로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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