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짧은 글, 긴 생각...이 말이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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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두 해 전에 술만 드시면 “천지현황(天地玄黃), 한일(一), 두이(二), 석삼(三)”을 입에 달고 사셨다. 

“큰아들아, 이 말이 뭐고.”

“…….” 

대답을 못하면 “설러불라”로 역정을 냈다.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을 뒤 돌아보며 철없는 아이가 어느새 백발인 자식이 못내 안쓰러워 인가, “설러부러”이다.

유언(遺言)이 된 1, 2, 3. 어디에 감춰 놓았을까? 돌아가신 후 금년에야 그 말의 뜻을 찾았다.

어릴 때, 장독대 위에서 동트는 한라산을 향해 아버지가 기도하고 절하는 모습은 오늘하루라도 더 살게 해달라는 마지막 삶을 갈구하는 모습이다. 

한일 합방 말, 1943년 어승생 진지 구축과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단산 참호 굴 파기 징용에 왼쪽 새끼손가락이 징 끌에 찔려 꾸부려진 체로 살아온 것은 고된 세월이 훈장. 험한 세월이 지나더니 1948년 4.3사건 총부리에 팡팡 죽어가는 사촌 친족과 외가, 그 세월 속에 법(法)없이 살 분이란 말을 듣는 촌노(村老)의 감사의 기도였구나, 가슴이 뭉클하다. 구억리 간이 소학교를 조금 다니고 농사만 지은 농사꾼, 한라산 들쇠(牛) 테우리 선친이 어디에서 명상적(冥想的)인 훌륭한 화두(話頭)가 떠오른 것인가?

선친 이갑부(李甲富) 옹(翁). 2007년 가을 제주4.3 관련 인터뷰 당시 모습.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선친 이갑부(李甲富) 옹(翁). 2007년 가을 제주4.3 관련 인터뷰 당시 모습.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금년 봄 한라산을 오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오름이 368개, 한라산이 큰오름으로 보면 369. 369는 3(1+2+3), 기반은 십(十)이 지수(指數). 한라산 오름 윈드 캐슬(Wind Castle)에 감춰 놓은 한일 두이 석삼.

돌아가시는 날 저녁 9시경, “잘 하라”는 말씀을 남기면서 5남 1녀 자식들 미국에 있는 손자, 서울 손자들 손을 다잡고 가셨다. 1은 양수(陽數)로 아버지, 2는 음수(陰數)로 어머니, 3은 변수(變數)로 자식. “자식들이 참된 나(眞我)를 찾아 잘하라”란 말씀이다. 

내 이름이 문 문(門)자에 넓을 호(浩)자인데, ‘門’자는 이름에 안 쓰는데 왜 쓰셨냐고 물을 때 마다 “푼수 모른 아이야, 사람 시면 알아 질 거여”, 대답하고 가신 아버지다. 첨부한 한라산 사진에 답이 있다.

4.3사건에 희망의 끈을 놓아준 한라산, 꿈과 희망을 주는 한라산이다. 李門浩, 선친은 李甲富, 문 문(門)자 속에 갑옷 갑(甲)자를 집어넣으면 수문 갑(閘)자가 된다. 내 이름 가운데 왜 '門' 자를 썼는지를 알아낸 대목이다. 평생 문(門)인 Jacket 행렬을 세계 최초 발견하고 연구한 것도 아버님의 지어주신 '門'자 덕(德)이다. 아버님은 나의 대학원 지도 교수인 셈이다.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4.3사건에 희망의 끈을 놓아준 한라산, 꿈과 희망을 주는 한라산이다. 李門浩, 선친은 李甲富, 문 문(門)자 속에 갑옷 갑(甲)자를 집어넣으면 수문 갑(閘)자가 된다. 내 이름 가운데 왜 '門' 자를 썼는지를 알아낸 대목이다. 평생 문(門)인 'Jacket 행렬'을 세계 최초 발견하고 연구한 것도 아버님의 지어주신 '門'자 덕(德)이다. 아버님은 나의 대학원 지도 교수인 셈이다.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불가(佛家)의 ‘이 뭐고’ 경구는 전라남도 장성의 단풍 고장인 백양사, 충북속리산 법주사, 천안 호두과자의 고장 광덕사 등등 절 입구 비석에 새겨진 경구(警句) 명(銘)이다.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면목(本來面目) 시심마(是心麽)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의 나의 참모습은 무엇인가?’라는 의제(疑題)를 의심(疑心)하기 위해 ‘이 뭣 고’하며 참구(參究)하면 본래 면목(本來面目)을 찾으란 경구(警句)이다.

저승에서도 아버지께서는 “天地玄黃, 한일(一), 두이(二), 석 삼(三)…이 말이 뭐고”를 외우고 계실까? 문후경 전 제주여고 선생님께서 년대의 잘못을 잡아주셨다. 감사드린다.

#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으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RMIT대학, 독일 뮌헨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기술부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선정됐다.

현재 감귤과 커피나무 유전자 DNA 결합을 후성유전자 현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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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호 2020-11-05 09:39:51
고마운 아버님, 편히 잘 있수가. 어머님도.
1.***.***.170

유만형 2020-10-28 01:36:24
@ 천자문이 기초학습이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서 하늘 천, 땅지, 가물현, 누룰황을 암송하고 쓰는 서당앞에 서있는 느낌이다. 장수집안에서 태어나 척박한 제주의 서부를 빛내는 일꾼으로 활동하시는 이문호 교수님의 연구력이 굉장히 존경스럽다. 은퇴후에도 에너지 넘치는 활동을 하시는 그 모습은 베이부머 세대(보통 1955년~1963년 생)에게 귀감이 된다. 이미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노인문제가 사회의 본질 중의 한 요인이되고 있는 현실이다. 세월은 흐르고 시간은 변한다는 말이 있다. 먹은 나이는 줄지않는 진리는 거스를 수 없다. 베이비 붐머세대의 노년기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지속적 관심사다. 기계나 사람이나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 "이말이 뭐꼬가"의 화두가 "5 why 기법"을 떠오르게 한다.
17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