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끼리 고스톱을 치다 이어진 다툼에서 이웃을 숨지게 한 70대 할아버지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형사처벌을 면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폭행치사와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75)씨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1월3일 오후 서귀포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B(76)씨 등 지인들과 3점당 2000원에 최고 3만원 한도의 속칭 고스톱을 했다.

화투에서 돈을 잃은 B씨는 이튿날 오전 2시26분 A씨의 주거지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이후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A씨의 배를 향해 들이대며 난동을 피웠다.

A씨는 현장에 있던 배우자가 칼을 빼앗아 소파에 던지자, B씨를 넘어뜨린 후 무릎으로 목을 눌렀다. A씨의 배우자가 112에 출동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10분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의식을 잃은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서귀포의료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전 4시46분 경부 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폭행치사와 도박 혐의를 적용해 올해 4월29일 A씨를 불구속기소했다. 반면 A씨는 도박은 지인들끼리 한 오락에 불과하고 폭행치사 역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맞섰다.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 비춰 A씨의 저항 행위는 상당성을 갖춘 정당방위에 해당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B씨는 평소 마을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았고 사건 당일에도 고스톱을 치다 A씨의 가슴을 차고 흉기까지 들고 소란을 피우며 상해까지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0대인 A씨는 칼을 들고 온 B씨로부터 자신과 처의 생명을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생명을 침해했지만 저항 수단을 넘어 치사의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박 혐의에 대해서도 “고스톱은 A씨가 시간을 보내거나 친분 교류의 목적으로 지인들과 한 점에 비춰 오락 정도로 불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A씨의 대한 무죄는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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