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 단계에서 한우육우 아닌 ‘제주 흑우’ 별도 표기...산업 활성화 ‘기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수탈과 말살정책에 의해 사라졌던 '제주흑우'의 지위가 80여년만에 회복됐다. 특히 고려·조선시대 진상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던 흑우가 도축후 유통 단계에선 한우나 육우로 차별성 없이 유통되던 것을 흑우 품종 표기가 가능하도록 개선돼 제주흑우의 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식품기술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 축산물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개발 연구센터 '제주흑우 대량 증식 및 산업화' 과제를 연구 조사해온 제주대학교 박세필 교수 연구진은 28일 오전 10시30분 제주대 제주흑우연구센터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통-소비단계에서 별도의 표기가 없던 제주흑우의 품종 표기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흑우.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
천연기념물 546호 제주흑우. /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

이는 제주흑우 도축 후 유통단계에서의 '흑우' 표기의 일관성이 관련 산업 발전 및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박세필 교수, 제주흑우연구센터장.

종전까지 제주흑우의 경우 도축 시에는 '제주흑우'로 도축증명서에 표기됐으나 유통·소비 단계에서 중요한 등급판정확인서에는 단순히 '한우 또는 육우'로 표기돼 왔다. 이에 센터는 유전자와 육질분석 및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소비-유통 단계에 흑우 품종 표기가 되도록 개선했다.

천연기념물 546호로 지정된 제주흑우는 고려·조선시대 임금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 등 삼명일의 정규 진상품으로,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으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수탈과 말살정책에 억압된 역사를 갖고 있다.

1938년 일본이 한우표준법을 제정하면서 일본 소는 흑색, 한국 소는 적갈색으로 표준으로 한다는 모색통일 심사규정을 제정했고, 제주흑우 역시 고유한 지위를 상실하게 됐던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서도 '흑우'를 대표하는 상징성은 일본의 '와규' 정도에 불과했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육량위주 소 산업 정책을 추진하며 몸집이 작고 육량이 적은 제주흑우는 도태 위기에 처했으나, 제주흑우가 2004년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우 품종의 한 계통으로 공식 등록돼 명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오병석) 지원으로 설립된 제주흑우연구센터는 제주흑우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개발해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종합적 관리체계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진의 노력으로 지난 9월부터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에 '제주흑우'가 표기되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됐다. 앞으로 농가와 유통업자는 전산화 돼있는 '거래증명종합포털' 시스템 등을 통해 제주흑우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박세필 교수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은 그동안 소비자와 판매자 간 지속적으로 논쟁이 됐던 제주흑우 진위 여부 논란을 해소할 뿐 아니라 유통개선, 품질향상 등 제주흑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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