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내부 예산심의 과정서 내년 비엔날레 19억원 전액 삭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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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가 '문화예술섬의 방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 제주도립미술관의 제주비엔날레 행사가 예산 삭감 위기에 처해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국제 미술전 제주비엔날레의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지사 스스로 ‘문화예술섬의 방점’이라고 치켜세우던 평가가 무색하게 됐다.

제주도는 최근 각 부서가 제출한 내년도 본 예산안을 1차 심사한 결과를 내부망에 공유했다. 그 중에서 제주도립미술관의 ‘제주비엔날레’ 사업은 미술관 신청액 19억원이 일체 삭감됐다. 최종 결정까지 한 번 더 심의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라지만, 일부 감액이 아닌 예산 전체가 삭감되면서 내년 개최를 앞둔 2회 비엔날레가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처해졌다.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서 ‘투어리즘 Tourism’을 주제로 지난 2017년 첫 선을 보인 제주비엔날레는 사회적 예술을 지향하는 격년제 국제 미술전으로 주목 받았다. 사회적 예술을 지향하면서 첫 비엔날레가 제주사회와 제주민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관광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예술제가 됐다는 평가도 얻었다. 

 당시 개막식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비엔날레는 제주가 문화 예술섬으로 나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록 짧은 준비 과정으로 시행착오가 일부 나타나기도 했지만, ‘제주 문화 예술섬’ 달성을 위한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 받았다.

특히, 원 지사가 최근 ‘송악선언’ 자리에서 언급한 알뜨르비행장 평화대공원 방안도 제주비엔날레가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 바 있다.

제2회 제주비엔날레는 애초 지난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내부 점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한 해 연기됐다. 재개 시점을 당초 올해 5월로 미뤘으나 코로나19 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면서 6월에서 다시 8월로 미뤄졌고, 결국 내년으로 1년 더 연기 됐었다. 

앞서 제주도는 세수 부족, 코로나19 대응 등을 이유로 내년 본 예산에 있어 일괄적으로 일정 비율을 삭감하는 긴축재정 방침을 잡아둔 상황. 때문에 비엔날레 역시 예산삭감 칼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부가 아닌 전액 삭감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도립미술관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제주도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내년은 재정 운영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예산 심의에 있어 시급성과 기대 효과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면서 “도립미술관 비엔날레는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도 남아있고, 정책적으로 하나씩 뜯어서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기에 일단 1차 심의에서는 배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점을 도립미술관 측에도 설명했다. 남아 있는 2차 심의에서 실국장, 도지사님까지 포함해 토론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1차 공람에서 빠진 건 사실이지만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미 대행사 계약 등으로 진행해온 과정이 있고, 행사 취지도 함께 전달해 예산 반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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