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인 임태진이 새 책 <때로는 나도 뜨거워지고 싶다>(시와 실천)를 펴냈다.

책은 ▲소화전 ▲언제에!어데예! ▲따라비오름 물매화 ▲오월의 유언 ▲영랑동백까지 5부로 나눠 60여편의 시를 실었다.

책 해설을 작성한 이송희 시인은 "임태진 시인의 시집에는 소박한 일상과 잊혀져가는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 슬픔 같은 것들이 가득하다. 지금은 곁에 없는 여러 존재들과 자신을 돌보고 키워온 고독, 사랑에 대한 고마움과 연민 같은 것들이 흥건하게 스며있다"면서 "제주라는 지형적 공간과 4.3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 훼손된 자연에서 깨달은 자기 각성의 경험들과 이미 일상이 된 외로움들은 임태진 시인은 '지금 여기'의 순간들을 증명하는 자기 존재의 기제로서 품는다"고 소개한다.

특히 현직 소방관 신분으로 화재 현장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추모하는 작품은 임재진 만이 펼쳐낼 수 있는 이야기다.

화재주의보 15
임태진

때로는 나도 뜨거워지고 싶다
방화 화재 진압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불현듯 스치는 생각
파도처럼 밀려든다

소방관 30년 차 식을 대로 식어버린
냉가슴 어딘가에 숨어있는 불씨를 찾아
메마른 그대 가슴에
몰래 붙이고 싶다

물이나 소화기, 그 어떤 소화약제로도
절대로 끄지 못할 사랑의 그 불꽃을
뜨겁게 피우고 싶다
활활 타오르도록

행여나 그대 먼저 내 곁을 떠난 다면
내 맘대로 불 지른 죄 용서 받을 수 없는 죄
그 죗값, 달게 받겠습니다
이 한 몸 재가 될 때까지

시인은 1963년 제주에서 태어나 2011년 <영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2013년 계간 <시와문화> 신인상과 2016년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제6회 나래시조 단시조대상을 수상했다.

시집 <화재주의보>, 현대시조선집 <딱따구리 어머니> 등을 펴냈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문인협회, 서귀포문인협회, 영언 동인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동시에 제주소방서 현장대응과에서 근무하는 현직 소방관이다.

108쪽, 시와 실천,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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