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코로나19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외부에 유출한 서귀포시 간부가 가까스로 공무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최석문 부장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귀포시 5급 공무원 현모(60)씨에 징역 4월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일 밝혔다.

현씨는 2월22일 오전 8시50분 서귀포시청 제1청사 본관 4층 회의실에서 당시 양윤경 서귀포시장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확진자 동선 자료를 넘겨받았다.

안전총괄과장이 자리를 비우자, 현씨는 해당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산림휴양관리소 전현직 공무원 28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문서를 이미지 형태로 올렸다.

이어 자신의 가족들이 참여한 대화방과 처가 식구 10명이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도 잇따라 문서를 올렸다. 이어 지인과 2명에게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으로 이미지를 추가 발송했다. 

‘서귀포시 확진환자 이동경로’라고 적힌 해당 문서에는 제주 2번째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의 이동 동선과 접촉자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특히 A씨가 함께 술을 마신 동료의 이름은 물론 식당 이름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A씨가 탄 택시의 번호판까지 공개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현씨가 1시간만에 최소 40여명의 지인들에게 내용을 전파하면서 순식간에 지역사회에 해당 문서가 유포되기 시작됐다. 결국 서귀포시장이 공개 사과하고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했다.

재판과정에서 현씨는 외부유출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도민들이 코로나19에 대비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며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문건 누출로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가중됐고 감염병 관리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었다. 유출된 내용도 개인정보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이 없다”며 “다만 피해자와 합의하고 30년 넘게 공직을 성실히 수행한 점을 참작했다”며 선고유예 이유를 밝혔다.

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서 당연 면직에 해당돼 공무원직을 박탈당한다.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되면 현씨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퇴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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