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차산업人] (16) 제주 전통주 빚는 김숙희 제주샘영농조합법인 대표...전국 넘어 세계시장도 노크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예전 방식을 고수하되 새로운 것을 접목해보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새롭게 접근하는 거죠. 세상에 불변하는 최고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가 찾아주지 않는다면 결국 도태될 겁니다.”

옛것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은 제주 전통주를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킨 김숙희(55) 제주샘영농조합법인 대표. 전국 시장에서도 세계시장에서도 제주향기로 빚은 전통주가 그녀의 손끝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제주 전통주 고소리술과 오메기술을 알리기 위해 안 가본 주류 박람회가 없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는 6차산업인 김숙희 대표. 술의 원료는 지역 농가를 위해 계약재배로 상생을 도모하고, 술을 빚으면서도 제주전통 체험활동까지 펼치고 있는 그녀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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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시대 흐름에 발맞춰 제주 전통주를 발전시키고 있는 김숙희 제주샘영농조합법인 대표. 고소리술과 오메기술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김 대표의 노력이 한몫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전통주를 세계적 명주로 인정받도록 만들기 위해 2005년 양조장을 인수한 뒤 온 정성을 다해 모든 이에게 이로운 술을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 대표. 

향토음식점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맛깔나는 제주의 음식과 곁들일 훌륭한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 16년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힘겹게 고소리술을 빚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김 대표는 자신 만큼은 술을 빚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운명처럼 고소리술과 함께하게 됐다.

고소리술은 소줏고리를 뜻하는 고리의 제주어인 고소리를 사용해 빚어낸 술이다. 고려시대 몽고군이 제주에 주둔하던 당시 증류주 제조법이 민간에 전수돼 도민들이 고소리를 통해 술을 빚어 귀한 손님 방문이나 제례 때 사용했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안동, 개성, 제주가 3대 명주의 본산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제주의 것을 이어가겠다는 목표 하나로 전국 전통주가 모이는 술 박람회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고소리술과 오메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주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자비를 들여 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노력한 것.

그 결과 2011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증류식 소주 부문 대상을 시작으로 2012년 최우수상, 2013~2014년 대상, 2015년 장려상 등을 수상하는 등 고소리술을 전국 시장에 알리는 데 한몫했다.

전국 수상에서 그치지 않은 김 대표는 2015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WSC) 은상, 벨기에 몽드셀렉션 금상을 차지하는 등 세계 무대에 제주 전통주의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김 대표는 “고소리술이 어떤 술일지 알리기 위해 꾸준히 박람회를 다녔다. 한 해라도 빠지게 된다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 갈까 두려운 마음에 적자 상황에서도 다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 대표는 연이은 대회 수상을 통해 제주 전통주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가졌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제주 전통주를 소비자에 맞춰 부담 없이 접하고 누구나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도 생겼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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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리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소줏고리'와 소주를 보관하거나 운반하기 위한 '춘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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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샘 영농조합법인은 김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6차산업 인증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제주에 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전통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술을 빚어내고 싶어요.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기호에 맞춰 바꿔나가겠다는 겁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인 입맛에 맞는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부설 연구소를 차려 오메기술에 제주조릿대과 개똥쑥을 넣는 등 약재를 과감히 투입해 품질을 개선하고 도수를 다양화해 처음 제주 전통주를 접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도록 만든 김 대표. 술을 빚을 때 가장 중요한 물을 자체 보유 중인 천연 지하 암반수로 사용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공들였다.

더불어 제주 전통주를 빚는 만큼 원료 역시 제주 것을 써야 한다는 고집으로 서귀포시 하논분화구와 무릉리 인근서 나는 쌀을 계약재배하고, 김녕에서 차조를 수매했다. 이를 통해 농가 상생 가치를 전통주에 담아낸 것. 

이 밖에도 제주 대표 특산물인 감귤의 진피로 빚은 니모메 술을 개발해 지역 감귤 농가를 돕고, 술을 빚는 과정서 발생하는 찌꺼기인 술지게미를 퇴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농가에 배포하는 등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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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에'라는 뜻을 가진 제주어 '니모메'술.  쌀과 귤피를 이용해 빚은 술이다. 사진=제주샘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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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 대통령 추석 선물로 선정된 오메기술. 추석 선물용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도자기에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 문재인 김정숙'이 새겨져 있다. ⓒ제주의소리

직원 10명과 함께 다양한 제주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펼친 끝에 2015년 6차산업 인증, ISO 품질경영시스템 인증, JTO 면세점 입점, 2016년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술대상 금상, 2017년 제주도 JQ인증, 2018년 제주형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등 셀 수 없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2018년엔 문재인 대통령의 추석 선물로 제주샘주의 오메기술이 선정되기도 했다. 

또 2014년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돼 오메기떡, 쉰다리, 칵테일 만들기 체험을 펼치고 있다. 체험을 통해 전통주의 문턱을 낮춰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김 대표는 체험이라도 재료 하나 허투루 쓰지 않아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체험을 통해 전통주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료를 저렴한 것으로 할 수는 없다”며 “제주의 이미지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통주에 들어가는 재료가 좋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 시간을 내서라도 제주를 알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 대표. 원료 생산부터 제조, 체험까지 아우르는 6차산업의 중요함을 몸소 느껴왔기에 힘들더라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단다. 

지난 10월엔 제주에서 4번째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지역 농가 쌀, 좁쌀, 감귤 등 계약재배 △전통 기법을 활용한 전통주 3대째 제조 △기업 부설연구소 설치를 통한 지속적인 연구와 신제품 개발 등 전략으로 6차산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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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기떡 만들기 체험(사진 왼쪽)과 쉰다리 만들기 체험. 쉰다리는 쌀, 보리밥 등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저농도 알콜 음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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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샘영농조합법인 전경. ⓒ제주의소리

최근 김 대표는 홍콩과 미국 뉴욕에 고소리술 수출 계약도 맺었다. 홍콩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계약 체결이후 이미 수출물량이 홍콩 현지인들의 식탁을 매료시키고 있다. 미국과의 수출은 귤피를 첨가한 낮은 도수의 고소리술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어 곧 수출 길에 오른다.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저도수의 술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주 전통주의 지평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단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아들이 군대를 다녀와 대를 이어가고자 7년째 고생하고 있는데 힘을 보태 소비자들이 기분 좋은 술을 마실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술을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 제주를 선보이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곳곳에 직영점을 만들어 해당 지역 재료를 사용한 술을 빚는 등 새로운 제주만의 술을 만들어가고 싶다. 맛있는 술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고집하되, 변화나 시대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고집은 부리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예전부터 내려온 제주 전통에 현대의 가치를 더해 세월을 잇는 향기를 물들이고 있는 김 대표. 제주와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가 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주를 선보이겠다는 그의 목표가 주목된다. 제주가 빚은 향기가 세계로 퍼져간다.  

제주샘주(酒) 제주샘 영농조합법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애원로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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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기떡을 사용해 누룩과 함께 발효시켜 제주 지역에서 마셨던 토속주 오메기술. 13도와 15도로 구성돼 취향에 맞게 골라 마실 수 있다. 사진=제주샘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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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도와 40도로 만들어지는 제주샘주 고소리술은 높은 도수로 묵직한 맛을 지님과 동시에 목넘김이 부드러워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을 듣는다. 사진=제주샘영농조합법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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