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도정 오재윤 사장 체제서 35억 쏟아부어...고철 처분 위기

제주도개발공사가 세계적인 명품 생수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2013년 3월 출시한 한라수 제품. 판매 저조로 출시 2년만인 2015년 생산을 중단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세계적인 명품 생수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2013년 3월 출시한 한라수 제품. 판매 저조로 출시 2년만인 2015년 생산을 중단했다.

야심차게 프리미엄 생수를 개척하다 실패로 끝난 제주 한라수의 생산 설비가 8년만에 공매 시장에 등장했다. 매수자마저 나타나지 않아 고가의 설비가 고철로 처분될 상황에 놓였다.

제주도개발공사는 2일 ‘한라수 생산설비(충전라인 및 금형설비) 상차조건부 매각’ 입찰공고를 내고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온비드)을 통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대상은 프리미엄 생수 생산을 위해 사용한 한라수 페트(pet)병 라인과 PET 금형, 내캡금형, 외캡금형, 유리병 라인, 정수설비 등 한라수 생산에 사용됐던 6개의 핵심 설비다.

당초 개발공사는 올해 6월 감정평가를 통해 최저입찰가 5억4094만원으로 공매절차를 밟았지만 9월4일까지 7차례에 걸친 공매에서 단 한곳의 입찰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개발공사는 절차에 따라 최저입찰가격을 2억1637만원으로 낮춰 일괄 재매각 절차에 나섰다. 이는 2012년 11월 제주도개발공사가 설비를 들여올 당시 투입한 예산 24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재매각 입찰기간은 3일부터 오는 10일까지다. 개발공사는 1회차에도 입찰자가 없으면 최대 8회차까지 가격을 내려 매수자를 찾기로 했다. 이 경우 최저입찰가는 5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개발공사 관계자는 “설비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금형자체가 달라 결국 매각키로 했다”며 “다른 지역에서 매입 문의가 있었지만 금액이 맞지 않아 공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도개발공사 감귤 제1가공공장 창고에 보관 중인 한라수 생산 설비라인.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도개발공사 감귤 제1가공공장 창고에 보관 중인 한라수 생산 설비라인.

그러나 재매각 입찰 8회차까지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고철 형태로 폐기처분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처분가격은 최저입찰가에 훨씬 못미친 1000만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라수는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의 오재윤 당시 개발공사 사장 체제에서 추진한 프리미엄 생수다. 국내가 아닌 세계시장에서 프랑스 에비앙 등과 경쟁하겠다며 2013년 3월 대대적인 출시행사를 열었다. 

병입수 신규브랜드 개발 8억400만원과 신규 브랜드 스토리텔링 및 홍보물 제작 1억8600만원, 신규 설비 24억 등 35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시 2년만에 판매 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2014년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면서 당시 김영철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체제에서 한라수 사업 완전 철수를 선언하고 삼다수 생산에 집중했다. 

한라수는 프리미엄을 내세웠지만 정작 삼다수와 같은 물을 사용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생산과 유통에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디자인 탓에 출시 후 판매 실적이 82톤에 머물렀다.

더욱이 기존 삼다수 생산라인과 작업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채 24억원을 들여 한라수 생산설비를 추가 도입하면서 기존 삼다수의 생산 효율까지 떨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냈다.

해당 설비는 2017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에서 모두 철거돼 현재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도개발공사 감귤 제1가공공장 창고에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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