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반대 중단' 로비 녹취록 확보...A씨 "만난 것 사실, 관계 없어" 해명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사업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송악산 개발사업자 측이 환경단체를 대상으로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일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송악산 개발사업자 측이 사업 반대운동을 무마하기 위해 활동가와 접촉, 로비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확보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모 업체 A대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송악선언 제1호 실천조치를 발표한 지난 2일 단체 활동가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A대표는 "송악산 개발 사업자 측으로부터 '도내 환경단체 활동가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송악산 개발사업자 대리인이라는 설명이었다. 

특히 A대표는 "'(환경단체에)도움을 요청하려면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실탄을 줘야 할 것이 아니냐'고 사업자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송악산 개발사업자를 대변해 우회적으로 금품 로비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다.

이에 환경단체 활동가는 "이미 원희룡 지사가 개발사업 반대 입장을 발표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어 "마을 차원에서도 반대를 하고 있어 우리가 하라 말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자 A대표는 "자기가 보기에는 환경단체만 도와주면 제주도는 사업자가 알아서 한다는 것 같다"며 "사업자 측이 얘기하는 것은 환경단체에서 반대하는 강도를 줄여달라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업하는 사람들은 루트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의소리

대화 과정에서 A대표는 교통사고를 예로 들면서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결국 돈으로 합의를 본다"며 "환경단체들과 사업자 측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실탄이면 되겠냐"며 직접적인 로비 금액의 규모를 타진하는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제주에서 개발사업자가 환경단체와 직접 접촉해 금품 로비를 시도한 사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완공을 앞둬 행정으로부터 각종 점검을 받던 도내 B골프장 사업자가 제주환경운동연합에 현금 다발을 전달하려다가 거절당한 사례가 있었다. 

이와 관련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사업자 측이 환경단체를 상대로 한 이번 로비 시도는 개발사업을 위해서 도덕성과 기업윤리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개탄스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성토했다.

이 단체는 "어제 원 지사의 발표에 대한 사업자 측의 반응을 전달한 언론 기사를 보면 사업자는 토지를 팔 생각이 없으며, 사업을 끝까지 정상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며 "사업자가 선택한 사업추진의 방식이 도민여론을 잠재우고, 환경단체의 활동을 무마하는 등 부정한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면 이는 결코 도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사업자 측의 부정한 로비 활동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당장 사업 철회를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며 "환경단체의 활동을 무마하기 위한 부정한 로비에 대해서 공개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대해서도 "사업자의 이러한 부정행위를 직시하고, 개발사업 절차를 즉각 중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로비 당사자로 지목된 A대표는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환경단체 활동가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송악산 개발사업자 측과)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제주에 자본 유치 해보려고, 도움이 될까 싶어 자발적으로 만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화 중 '실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자 A대표는 "자금을 유치하려고 하면 그런게 필요할 것 아닌가. 그것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고 그걸 환경단체에 준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만남 당시 커피 한 잔 마시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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