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극협회, 18~21일 소극장 축제...극단 이어도 1년 만에 신작

입동(立冬)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선 11월, 소극장 연극을 즐기는 축제가 열린다.

제주연극협회는 18일부터 21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29회 소극장 연극 축제>를 개최한다. 시간은 모두 오후 7시 30분으로 동일하다.

올해 축제는 퍼포먼스단 몸짓, 이어도, 가람, 파노가리 순서대로 극단 네 곳이 참여해 각자 준비한 연극을 선보인다. 작품마다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 퍼포먼스단 몸짓 -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 (18일)

퍼포먼스단 몸짓은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를 공연한다. 김란이 작, 강종임 연출이다. 이 작품은 이웃집 쌀통, 쌀통 스캔들 등 여러 제목으로 공연됐던 친숙한 작품이다. 제주에서도 세이레, 그녀들의AM 등에서 선보인 바 있다.

평범한 주택가에서 10년 넘게 살던 이웃들은 어느 날 누군가 버리고 간 쌀통을 발견한다. 누가 치울지 실랑이를 벌인 끝에, 떡을 만들어서 먹기로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쌀통 속에서 수상한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출연진은 강종임, 고지선, 홍진숙, 진정아 배우다. 무대 감독은 강현주, 조명은 이청, 음향은 손라희, 진행은 고예슬·강유정이다.

연출자는 “평범함이 공포로 바뀌는 소름 끼치는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탐욕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탐욕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공감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어도 - 보통은 망하니까 (19일)

극단 이어도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해 소극장 연극 축제 이후 공개적인 자리에서 관객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년 만에 돌아온 이어도는 창작 초연 작품을 들고 왔다. 송정혜 작, 김광빈 연출의 <보통은 망하니까>이다. 공교롭게도 직전 작품 <몽골 익스프레스>도 송정혜 작가가 썼다.

오랜 친구인 정민과 선우는 한 회사의 면접을 다녀오는 길이다. 호탕한 성격의 정민이 면접을 앞두고 초조해하자, 화가인 선우는 자처해서 취업 준비에 동참했다. 자신도 정민과 같이 서류를 접수하고 면접에 참여하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러나 면접장에서 두 친구는 그간 자꾸만 덮어두려 했던 자신들의 치부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쟁적으로 꺼내놓게 되는데….

작품을 쓴 송정혜는 “두 인물의 갈등은 둘의 갈등이면서 혼자의 갈등이기도 하고, 서로간의 외면과 갈등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출연진은 정민 역의 전세계, 선우 역의 송하진으로 2인극이다. 기획은 김정희·강명숙, 무대감독 장원영, 무대 김기탁·정상언·임정환, 음향 정승록, 조명 김수환, 진행 이선숙·박진우·송애순·변소연이다.

연출자는 “다르되, 틀리지 않았으면 그것만으로도 우린 잠시 괜찮은 게 아닐까”라는 질문을 작품을 통해 던졌다.

# 가람 - 낮술 (20일)

극단 가람은 오랜만에 창작극 <낮술>을 들고 왔다. 2017년 제주대 초청 공연 이후 3년 만이다. <낮술>은 가람 이상용 대표가 쓴 작품으로 뮤지컬 요소를 일부 도입했다. 가람은 이 작품으로 2012년 제30회 전국연극제 은상과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외각지 허름한 식당 ‘변.사.또’의 간판에 불이 들어오면 영업은 시작된다. 오늘따라 낮부터 술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퀵서비스 알바를 하는 청년, 쫓기듯 여러 가지 일거리를 전전하며 하루하루 사는 사람, 사창가 여인, 배신을 당해 나락에 빠져 사는 구의원까지. 각각 다른 사연과 이유로 이곳에 모여서 낮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낮술>은 가람의 젊은 단원들이 출연진부터 제작진까지 대거 참여했다.

구의원 역의 강지훈, 구의원 선배 역 강민재, 기러기 아빠 역 김민건, 사창가 여인 역 정다혜, 사창가 여인 동생 역 한지희, 주인할매 역 유채연, 퀵서비스맨 엄마 역 강민주, 퀵서비스맨 역 고훈민까지, 모두 20대 안팎의 젊은 배우들로 채웠다.

제작진도 총괄 제작을 맡은 이상용을 제외하면 연출 최우진, 조명 고재영, 음향 부요한, 진행 강지연까지 젊은 피들로 채우면서, 어떤 무대가 탄생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연출자는 “힘들고 치열한 여정 속 유일한 술 한 잔. 이 술 한 잔에 이들은 잠시나마 기분이 좋고 세상을 밝게 볼 것”이라고 소개했다. 

# 파노가리 - 발자국 (21일)

극단 파노가리는 창작극 <발자국>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지난 4월 제주연극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 작·연출 모두 문무환이다. 혼수상태인 남자가 미지의 존재와 함께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면서, 나아가 부부 간의 사랑을 확인한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다.

제주도민 문 씨는 자신의 의처증 때문에 육지로 건너간 아내를 찾으러 떠난다. 지금까지 모은 돈 600만원을 배낭에 넣고 잠시 노숙자 행세를 하지만, 진짜 노숙자들에게 피습을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문 씨는 기억 속에서 생사 감별의 사자 ‘발자국’을 만나고, 하나 둘 기억을 되찾는다. 그리고 궁금해 하던 아내의 소식도 알게 된다.

출연진은 문씨 역에 문재용, 발자국 역 오상준, 정희 역 맹선아, 한수 역 문재승, 두수 역 김선우다. 음향 양석준, 조명 박민주, 분장 문계순, 무대감독 김창선이다. 

연출자는 “우리에게 거울, 그림자는 익숙한 개념이다. 발자국 또한 그러하다”라며 “첫 두 오브제들에 비해 발자국은 뭔가 확실한, 법의학적으로는 족문(footprint)으로서 현장의 과거의 존재를 구분하는 증빙 효과로서 유익하게 기능한다”며 “나아가 카르마(karma, 업보)까지 연상할 수 있는 기회(창작극을 쓸 수 있는)의 찰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찰나를 귀하게 수용하고, 배우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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