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AI혁명과 미래교육’ 토론회 논란…“제주 의제와 무관, 개인싱크탱크 안돼”

제주연구원이 서울에서 제주와 무관한 의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원희룡 지사의 여의도 대권정치 조력자’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선시계가 빨라지면서 당내 경선에 대비, 제주연구원이 ‘세미나 정치’를 통해 원희룡 지사 지원군 확보에 팔을 걷어부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주연구원은 지난 10일 여의도 하우스(How’s)에서 박수영·김병욱·이영 국회의원과 함께 공‘AI 혁명과 미래교육’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구원이 분기별 1회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제주미래포럼(제43회) 타이틀을 달았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박수영․김병욱․이영 국회의원은 전부 국민의힘 소속이다. 토론회가 열린 How’s는 야권 소장파 정치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정치카페로,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래저래 국민의힘과 연관된 행사인 셈이다.

문제는 제주연구원이 이 같은 세미나 개최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진행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에조차 토론회 개최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반면, 박수영․김병욱․이영 의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연구원과 공동주최한 사실을 적극 홍보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인공은 사실 원희룡 지사였다. 토론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조강연이나 주제발표를 한 것은 아니다. 제주연구원 이사장으로서 축사를 했을 뿐이다.

원 지사는 축사를 통해 “학력격차와 기초학력미달 문제는 코로나사태에서 발생할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한 채, 코로나 확산 방지에 골몰해 등교 인원 숫자에만 매달린 교육부에 책임이 있다”며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교육은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스스로 주도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교육철학을 피력하고는 “미래교육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과 AI 기술진화에 대비한 지속적인 역량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소식은 제주도 서울본부가 보도자료로 중앙․지역언론에 알렸다. 보도자료는 세미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발표가 아닌 원 지사의 축사에 맞춰졌다.

사실상 제주연구원이 ‘판’을 깔고, 서울본부가 ‘나팔수’ 역할을 한 셈이다.

이날 토론회를 설계한 제주연구원 김상협 원장은 원희룡 지사 사조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그린빅뱅위원회 위원장과 미래전략위원회 정책고문 출신이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는 “원 지사와 서로 (정치적)멘토, 멘티 관계로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원장도 “동반자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강영진 서울본부장도 두 번의 도지사선거를 도운 선거공신으로, 공보관을 역임하다 서울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원 지사와는 정치적 동반자다.

행사가 끝난 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침에는 원희룡 지사가 축사를 한 세미를 제주연구원과 공동주최하고, 오후에는 윤희숙 의원이 주최하고 조은희 구청장이 발제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저녁 때는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 두분과 통화했다. 이쯤 되면 대통령,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들과 함께 세상을 도모해볼 수 있을까요?ㅋ”라는 글을 남겼다.

원 지사를 ‘세상을 도모해볼 대통령 후보’로 띄우는데 한몫 한 것이다. 제주연구원이 서울 여의도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행정자치위)은 “제주와 연고가 없는 측근을 제주연구원장으로 데려온 것이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여의도 정치를 위한 심부름꾼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청문회 당시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더이상 제주연구원이 개인싱크탱크, 대선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도민사회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제주연구원은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속화시킨 디지털전환의 시대를 맞아 제주지역도 AI를 활용한 맞춤교육 및 미래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역량교육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연구원은 제주도의 지역발전 및 지역경제 진흥, 지방행정과 관련되는 제도개선 등 제반과제에 대한 전문적·체계적인 연구·조사·분석활동을 통해 지역 균형개발과 지역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출자․출연기관이다.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