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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42) immediately 즉시

im·me·di·ate·ly [imíːdiǝtli] ɑd. 즉시(卽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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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가자고?)

immediately는 in- ‘없이(=without)’와 medi ‘중간(=middle)’의 결합이다. 이 medi에서 나온 낱말로는 media ‘매스미디어’, mediate ‘중재(仲裁)하다’, medieval ‘중세(中世)의’, Mediterranean ‘지중해(地中海)’ 등이 있다. immediately의 어원적 의미는 ‘중간과정(mid-process)을 생략하다/건너뛰다’이다. 그럼에도 우리말에서는 절차적 개념인 그 말을 ‘즉시’라는 시간적 개념으로만 번역하여 ‘빨리’, ‘얼른’, ‘당장’, ‘후딱’ 등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과정 끝에 있는 ‘점(點)이요, 
과정은 그 결과에 이르는 ‘선(線)’이다.
가급적 선을 생략하거나 단축하거나 비약해서
점을 얻으려는 것이 결과주의(結果主義)다.

- 이규태의 「한국인의 버릇」 中에서 -

우리 한국인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서 너무 서두른다고 한다. 빨리하는 게 미덕(virtue)이고 선(good)인 것이다. 과거에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는 당연히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음식의 맛보다도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대를 지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추구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도 그렇게 서두르고 있는 건 분명히 돌아다봐야 할 점이다. 삶의 질을 추구한다는 것이 과정(process)에서의 맛을 느끼는 것인데도, 여전히 결과주의(consequentialism)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씻은 후 간식 먹고 학원 가방을 들고 
나가면서 제게 묻더라고요.
“엄마,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지금 나갈 때까지 ‘빨리’라는 말을 
몇 번 했는지 아세요?
“이 녀석이! 그래, 몇 번인데?”
“엄만 몇 번일 것 같아요?”
“어휴, 빨리 말해 봐! 그리고 빨리 가야지.”
“지금 두 번까지 합해 스물하고도 네 번이요.”
“그런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 빨리. 늦겠다. 아, 빨리!”
“엄마, 스물일곱 번요. 스물일곱 번!”
“이 녀석이! 아, 빠알~리.”
저는 얼른 입을 다물었습니다.
주먹 쥐고 쫓으려는 나를 남기고 아들은 후다닥 바람을 가르고 뛰어나갔습니다.

- 이민정의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中에서 - 

과정을 무시한 채 무심코 ‘빨리빨리’를 추구하기만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해보자. 몸에 밴 결과주의에서 벗어나 과정과 절차 중심주의로 간다면 원하는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영어에서 fast, quick, soon 등과 immediately는 단어의 길이에서부터 엄연히 다르다. immediately에는 중간과정, 나아가서 절차를 중시하는 사고가 들어있다. 말하자면, 그 뜻은 시간적(time-based) 개념으로서의 ‘즉시’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는 부득이 중간과정을 생략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절차적(procedural) 개념으로서의 ‘즉시’라는 것이다. 우리가 삶의 질을 추구한다면, 무심히(indifferently) 말을 하고 있는 습관부터 먼저 되돌아봐야만 한다. 우리가 무심히 내뱉고 있는 ‘즉시’, ‘빨리’와 같은 일상적인 말들을 유심히(thoughtfully) 사용해야만 몸에 베인 결과주의에서 벗어나 과정중심(process-centered)주의나 절차중심(procedure-centered)주의로 갈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삶의 질을 올바르게 향상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도록 하자. 과정을 무시하면서 이렇게 빨리빨리 가기만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Earth)도 이제 좀 쉬어 가자는데 우리 인간들만 빨리빨리 가자고 안달하고 있는 건 아닌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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