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흙집 짓고 생활가구들도 뚝딱…오영덕·임미경 부부

'흙집 창문 너머로 별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제주의소리에 연재하시는 오영덕님의 이야기와 그 흙집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되었군요. 반가운 마음에 옮기면서도, 제주의소리에는 지금 한창 흙집을 짓고 있는데, 다 지어진 흙집의 전경과 내부가 공개되어버리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네요.(편집자주)

 
▲ 제주에서나는 삼나무와 흙으로 지은집
ⓒ 오금숙

제주도 남서쪽 해발 600 고지에 있는 솔도마을. 이곳에는 네다섯 가구가 있다. 일요일이면 그 마을은 사람들도 북적인다. 이곳에 지어진 흙집을 구경하러 오시는 분들 때문이다.

2년여에 걸쳐 흙집을 짓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거주하기 시작한 오영덕(41)·임미경(36) 부부.

 
▲ 주인장인 임미경`오영덕 부부
ⓒ 오금숙
 
아들만 삼 형제를 두었으니 식구 수도 만만치 않다. 부부가 하는 일을 딱히 뭐라고 해야 할까.

인근에 있는 금악리에서 제주항아리에 무농약 콩나물을 재배하여 출하하고 있고, 한경면 판포리에서 펜션(펜션이름은 '바다를 본 사람은')도 운영하고 있으며, 2년 전에는 2천여 평 땅에 차나무도 심어놨으니 농사꾼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국문과 커플이었던 그들 중 영덕씨는 영화시나리오 작업도 간간이 하고 있고 지역인터넷 신문과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미경씨는 목공 솜씨도 꽤 있어 집안 자재들을 뚝딱하면 만들어낸다. 서재의 책장은 물론 부엌의 싱크대, 식탁 등도 직접 만들어낸다.

 
▲ 주인장이 직접 만든 물고기시계와 전등갓
ⓒ 오금숙
 
하고픈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어찌 지나는지도 모를 것 같지만 막상 두 사람을 만나보면 그들처럼 느긋한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토요일, 일요일이면 집 구경을 하려고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조용히 쉴 틈은 없으나 "손님들이 찾아오면 그때가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시간이다"며 여유롭게 웃는다.

 
▲ 마당의 장독대
ⓒ 오금숙
 
된장이나 각종 효소를 담그기 좋은 기후를 가진 이곳이기에 지난겨울에는 꽤 많은 양의 된장을 담가 두었고 간간이 산야초, 쑥, 솔순 등의 효소항아리들도 불리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대신 아이들은 엄마가 직접 만든 블록놀이나 숨바꼭질을 한다. 그도 심심하면 마당에 나가 벌레를 잡거나 올챙이들과 논다.

 
▲ 둘째 아들 활이, 손님들이 찾아오자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서서 노래공연을 하고있다
ⓒ 오금숙
 
꼬마손님들이 찾아가면 그들을 대접하는 것도 아이들의 큰 일과가 되었다.

 
▲ 찾아온 꼬마손님들
ⓒ 오금숙
 
이 집은 아이들이 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시끄럽게 떠들어도 흙벽이 소리를 흡수해 그리 크게 들리지도 않고 이리저리 숨바꼭질하기에도 좋은 구조이다.

 
▲ 아이들이 만든 장식품
ⓒ 오금숙
 
사실 영덕씨는 흙집을 짓기 위해 꽤 공력을 기울였다. 3년 전 전라도 어느 곳에서 하는 흙집 짓기 연수를 다녀왔고, 손수 문틀이니 나무들을 틈틈이 구해놓았다. 자신이 살아야 할 지역에서 나는 기자재가 가장 적당한 재료라고 믿는 그는 제주지방에 흔한 삼나무와 흙(황토가 아닌 검은 빛깔을 띤다), 그리고 돌들을 이용하여 집을 지었다.

 
▲ 서재의 한모습. 햇볕이 잘들도록 지붕을 설계했다.
ⓒ 오금숙
 
 
▲ 마루에 놓인 화목난로. 겨울철난방에 손색이 없다.
ⓒ 오금숙
 
 
▲ 흙집마루에 앉아 밖을 보면 드넓은 밭들과 멀리 나즈막한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오금숙
 

안이 조금 어두워 육지에서 구해온 황토를 이용해 찹쌀풀과 우뭇가사리를 섞어 황토물 도배를 한 것이 전부일 뿐이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그야말로 집이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보일 듯 말 듯 한다.

이제 여름철이 다가오면 바닷가에 있는 펜션 일이 바빠질 것이다. 육지에도 아는 사람이 많아 휴가철 놀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펜션이 있어 반가운 손님들을 묵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이 누리는 행복 중의 하나인 듯하다.

주변 친구들은 이제 영덕씨와 미경씨가 또 무슨 일을 벌일까 궁금해 한다. 무한하게 샘솟는 아이디어로 여러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니 이런 이웃을 두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닐까.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의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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