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세 번째

타원곡선 제주도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1월 6일 TV 속보뉴스는 미국46대 대통령 조 바이든(1942년생, 78세)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상원의원 36년,부통령 8년인 당선인은 대의원 수 279석을 얻어 트럼프를 크게 제쳤다. 시골 할아버지 같은 얼굴과 말씨로 살아온 세월 속에 삶의 궤적이 보인다. 아내와 딸, 아들을 먼저 보냈지만 굴하지 않고 살아온 그가 자신의 꿈인 대통령을 거머쥐기까지, 그에게 행운의 여신은 선거투표에서의 역전(逆戰), 역전을 허(許)하는 것을 보였다. 그는 고향 펜실베니아에서 20석의 선거인단을 획득,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한국을 방문한 2001년 미상원외교위원장인 바이든이 고(故)김대중 대통령께 “대통령 각하의 넥타이가 좋습니다” 했더니, 김 대통령이 선뜻 스프가 묻은 넥타이를 풀어줬고 바이든은 자기 넥타이를 풀어 서로 교환했다는 일화는 가슴 찡하다. 4수 대통령의 넥타이와 3수 상원의원이 넥타이, 바이든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친구인 김대중 대통령의 스프 넥타이를 평생 보관했다. 역경의 상징 스프, 그 무수한 역경을 이겨내어 청와대에 입성한 DJ의 좋은 기운(氣運)이 언젠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마침내 그는 미국 46대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조 바이든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선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조 바이든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선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나에게도 넥타이와 관련 숨은 이야기가 있다. 일본이 미국의 땅을 사버리겠다고 말할 때인 데 1980년 중반, 일본전자 통신기술이 세계를 지배할 때다. 동경대학 전자과 논문박사최종발표장, 일본전자통신연구소(NTT) 연구부장이 먼저 발표했고, 내가 발표했다. 일본은 박사과정이 정규과정과 논문 박사과정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논문박사는 세계적인 유명저널에 우수한 논문을 10편 정도 이상 발표하여 지도교수가 인정하고 5명의 동경대 교수가 전원 일치로 통과시 공학박사학위를 받는다. 논문 박사과정에 있는 나는 최종 논문 발표와 질문을 받고 밖에 나가 결과를 기다렸다. 논문심사위원 교수끼리 심사결과를 서로 논의하는 시간이 지난 후, 심사위원장 하라시마 교수가 “축하한다. 논문이 통과됐다”, 그 순간이 지나자 지도교수인 야수히고 야수다 교수께서 ‘진홍색 넥타이와 전공 관련 동경대교수의 전공책’을 선물로 줬다. 넥타이와 관련 아련한 추억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동경대 박사학위를 구태여 딸 필요가 없었다. 난 이미 그 어려운 기술사 자격을 땄고 전남대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월 말, 공대교수 테니스 대회 날이었다. 캐나다에서 갓 돌아온 동창인 친구가 하는 말 “문호야, 난 캐나다에서 박사학위 받고 왔는데, 넌 그동안 뭘 했냐?”. 느닷없는 질문에 ”어, 난, 글쎄, 아들 낳았지.” 그 자리에 있는 삼십 여 명의 교수가 크게 웃었다. 그 친구 교수의 말이 충격이 되어 세계 Top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다시 따게 된 동기가 됐다. 친구의 말한 마디가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독일(獨逸) 민요에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 중 ‘친구’ 부분을 보면,  한 노인이 친구와 1분이 넘게 통화를 하고 있는데, 그때 그 노인의 목소리는 소년과도 같았다. 그의 표정은 기쁨과 행복함이 차고 넘쳤다. 노년의 가장 큰 적(敵)은 외로움과 소외감이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복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복은 만남의 복이다. 부부는 평생의 동반자이고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내가 먼저 좋은 생각을 가져야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멋진 사람이라야 멋진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을 품어야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진실하고 강한 우정을 쌓는 사람이 건강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며 활기찬 인생을 살아간다. 한 사람의 평생을 요한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친구'이다. 어떤 친구는 부모형제보다 더 친밀해지기도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감춤없이 내 안의 고통도 이야기 할수있는 친구, 기쁠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의지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그 어떠한 것보다 소중한 자산(資産)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친구가 내 옆에 있음은 은혜요, 감사요, 기쁨이기 때문이다.

사족: 가수의 노래 3분, 시(詩) 한 수 같이 1000자로 고향 사람들이 마음에 다가설 수 있을까. 나에게는  SCI논문 한 편을 쓰는 것과 맞먹는 일이다. 1000자의 글, 그것은 첫 대면했을 때의 3초의 첫인상의 품격이다. 1000자에 삶을 담아내자. 미흡하지만 그것이 내가 살아온 결과의 ‘한줌의 숨(氣)’이다. 글 두루애(?)의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세상이 두려운 것이다. 돈키호테처럼 나가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댓글에 상처는 연구실에 어른거리고 지날 때도 있다.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 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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