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19)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지난 10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가 열렸다. 찬반 양측의 전문가 패널이 나와서 제2공항 갈등 관련하여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현 공항 확충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의 내용과 결과는 한마디로 ‘첨예하였다’였다. 필자는 토론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제2공항 건설은 누가 결정하지? 전문가들이 자웅을 겨뤄 승자가 되는 쪽으로 결정되는 것인가? 막강한 권한과 전문인력, 예산을 갖춘 국토부의 결정이 최종적인가? 당시 국토부 쪽 항공전문가인 김태병 공항항행정책관은 이런 말을 한다. ‘우리 국토부의 안은 성산에 있는 제2공항이다.’ 현 공항 확충에 관한 문제는 반대단체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전문가인 자신들이 봤을 때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고 정책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는 주장이었다. 반대 주민들의 이야기는 아예 검토사항이 아니라는 투였다. 

한편 11월 6일, 제주도내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제도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교육의원을 따로 선출하는 제도의 문제와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이 토론회에서 교육의원제도는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보완하고 교육자치를 모색하는 의도에서 운용되었으나 현재 교육의원들은 은퇴한 교직출신자들에게 독식되었고, 선거를 통한 선출도 무력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도의 보완 또는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교육의원 5명중 4명이 무투표 당선이어서 그런지 제주도민의 사회적 압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교육상임위 9명중 5명이 교육의원이어서 사실상 제주도민의 뜻과 달리, 소위 ‘교육전문가’라고 하는 은퇴한 교직자들에 의해 제주도 교육정책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문 제21조 3항에는 “국민의 의사가 정부 권능의 기반이다.(The will of people shall be the basis of the authority of government. 한국어 공식번역)”고 되어 있다. 모든 존엄한 인간들의 권리가 모든 결정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주민주권-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국토부나 제주도 교육의원들은 주민주권과 민주주의 기본적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필자가 보기에 국토부의 항공전문가나 제주도의회 교육의원들은 전문성을 핑계로 정책의 결정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10월 19일과 20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현 제주공항 확장가능성 심층토론회’. 주민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서 정책을 수행할 정부가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주민들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거부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전문가는 주권자인 주민들에게 최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지식인들’이어야 한다. 전문가는 주권자가 아니다. ⓒ제주의소리

제2공항 토론회는 찬반 양측의 토론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반대주민과 정부 측의 언쟁이었다. 실제 찬반토론이라고 하면 찬성측 주민과 반대측 도민이 토론을 해야 하지 않나? 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서 정책을 수행할 정부가 나서서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주민들을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거부하는 상황인 것이다. 주민들이 나서서 대안을 이야기하자는데, 정부조직이 나서서 그건 자신들의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대한민국의 정부라면 주민들의 건전하고 객관적인 찬반 토론을 진작하고,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할 책무를 다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주민들의 결론에 순응해야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에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여 주민들을 양분시키고, 더 나아가 반대측 주민들을 권력으로 짓누르고 공개적으로 반박하기만 한다면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인가? 정부는 주권자의 공적 심부름꾼이다.

교육의원의 경우, 교육상임위원장인 한 교육의원은 소위 ‘제주학생인권조례안’에 공동발의에 서명까지 하였다. 그런데 정작 조례안 심사에서는 교원단체와 일부 종교단체의 혐오세력의 반대를 핑계로 자신이 동의한 조례안을 심의보류하는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교육의 전문성은 도대체 어디로 갔고, 자신의 선택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더 심각한 것은 대거 무투표로 당선된 이들이 교육뿐만 아니라 제주사회 전반적 이슈에 보수 진영의 기득권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의사결정은 대체로 보수적 성향이 너무 짙다. 교육의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한참 엇나가 일부 교원집단에 의한 전체주민의 민의가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자치와 교육전문성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폭넓은 참여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새롭게 고민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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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6일, 제주도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제도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무투표 당선인 탓인지 교육의원은 제주도민의 사회적 압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교육상임위 9명 중 5명이 교육의원이어서 사실상 제주도민의 뜻과 달리, 소위 ‘교육전문가’라고 하는 은퇴한 교직자들에 의해 제주도 교육정책이 좌지우지 되는 상황이다. 교육의 미래는 교육전문가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 전체가 살아가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필자가 보기에 인권의 관점에서 ‘전문가는 주권자인 주민들에게 최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지식인들’이어야 한다. 그들의 정보는 명료해야하고, 편향성이 없어야 하며, 전반적이어야 한다. 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진지하고 그리고 깊이 연구하고 그 결과를 다시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그러한 정보를 토대로 주민들이 결정 하는 것이다. 정보는 의사결정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권자가 아니다.

제2공항 관련 논쟁에서 환경자원은 제주도의 매우 핵심적인 자원이며, 삶의 기반이고, 미래이다. 따라서 사회적 논의가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주민들이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다양하고 심도 깊은 사회적 논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제주도의 핵심 중에 핵심을 다루고 있기에 매우 보수적이면서도 매우 엄격하게 접근해야 한다. 과반의 찬성이 아니라 오히려 압도적 다수의 동의가 정책 시행의 기준이 되는, 주민들의 주권이 극대화되는 방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주교육정책 결정에 관해서도 교육 전문성과 교육 자치는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안될 필요가 있으며, 그에 대한 최종 결정은 주민들이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교육의 미래는 교육전문가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 전체가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전문가들이 정책결정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맞는다면, 차라리 서울 명문대생들 중에서도 아주 뛰어난 엘리트 몇을 고용해서 제주도 정책을 다 결정하라고 하면 되겠네!’라고 비꼬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비꼼이 아니다. 

유엔발전권선언(1986) 제2조는 모든 인간이 발전의 중심적 주체이며, 참여자이고 수익자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제주도의 개발과 발전, 미래교육, 정책, 그 어떠한 것에도 결정권자는 주민이어야 한다. 주민이 주권자이고, 주민이 참여해서 주민이 그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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