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지하수 보전·관리 혁신모델 정립 전문가 포럼을 보며 / 이유근

제주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주연구원에서 제주 지하수의 공공관리 및 통합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제주형 지하수 보전과 관리 혁신모델 정립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고 한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제주도지사가 세우는 정책은, 국가적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제주도민들의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국가적 사업이라 하더라도 도민들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도록 힘써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면 제주도민들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신경써야할 정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지하수 문제라고 본다. 지하수가 고갈 되던가 오염되면 제주도는 그것으로 끝장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지하수는 대부분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쓰이기 때문에, 지하수를 쓸 수 없다고 하면 우리의 생활환경은 60년 전으로 돌아가서, 목욕물은커녕 먹을 물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 아프리카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생을 우리도 겪어야 할 것이다. 특용작물은 고사하고 일반 농사도 하늘에다 맡겨야 한다. 그런 상황이 되면 요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관광객도 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현재의 수역별 관리를 ‘대수층’별 관리 체제로 바꾸는 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고 대부분의 토론자들도 동의하였다고 한다. 대수층을 중심으로 수질등급을 먼저 설정하고 이에 따라 용도를 결정해 관리하는 방식이 낫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제주지하수의 문제는, 여러 번 논의가 되어서 다들 아시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고갈이고, 다른 하나는 오염이다. 고갈 문제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지하수 생성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제주도는 다른 지방에 비해 강수량이 1.5배 가까이 많고, 또 침투율이 배나 되어  지하수 생성이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요즘 많은 개발과 도로의 증가로 인하여 불투수층이 늘어 빗물이 지하로 침투하지 못 하고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가 쏟아지니 땅 속으로 들어갈 시간적 여유가 없어 생성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 관광객이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서 제2공항을 만들자고 하니 공항 건설과 이에 따르는 도로의 증설은 지하수 생성량을 더 줄이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둘째는 사용량이 많아지는 것이다. 전에 비해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인구가 늘고 관광객이 증가하니 자연히 물 소비가 많아진다. 최근 제주도 관광객 수가 일 년에 1500만 명 안팎으로 급증하면서 심각한 지하수 고갈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2공항 건설 필요성의 근거가 되는 관광객 수가 20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감당할 수가 있을 것인가! 

오염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농업용 비료나 농약의 과다 사용이다. 농사를 손쉽게 하려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소출을 늘리려면 비료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축산폐수다. 인구나 토지 비례로 따지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축들이 키워지고 있어서 거기에서 나오는 분뇨로 지하수 오염이 걱정된다.

셋째는 폐공(지하수를 개발하기 위해 관정을 뚫었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관정) 처리가 불완전한 것이다. 폐공을 통해 오염물질이 바로 지하수로 내려가니 심각한 문제다.

토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지하수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순환자원이기 때문에 보전과 이용을 균형 있게 조절해 물산업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뤄야 한다.

경제원론에 보면 재화는 부가가치가 높은 순서로 써야 한다. 그러면 지하수라는 재화를 쓸 때에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술이다. 그 다음이 음료수와 생수다. 그러나 도민 입장에서는 생활용수가 먼저라야 한다. 

아무리 술이나 생수가 부가가치가 높다 하더라도 도민의 생활용수를 줄이면서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다음이 농업용수다. 다만 농업용수는 다른 물로 대체할 수가 있다. 저수지나 저류지를 만들고 빗물 저장소를 만들면 꽤 많은 양을 대체할 수가 있다. 이런 시설을 하는 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며, 그 자금은 술이나 생수를 판매한 자금으로 충당하면 되며, 이런 시설들을 하는데 드는 돈은 재료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내에서 활용되므로 건설 산업이 활성화 되어 도민 전체로 보면 이득이다.

또 제주도 농사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면 비료나 농약의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제주도 농산물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 가격을 올릴 수 있으며, 농민들이 입게 되는 피해나 노력에 대한 대가 역시 지하수를 팔아 얻는 이익금에서 보상할 수 있다.

가축분뇨는 생물학적 처리방법을 동원하고 비료로 쓸 수 있도록 하여 재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폐공은 철저히 조사하여 확실히 막아야 한다.

다만 관광객의 문제는 다각도로 검토하여야 한다. 관광객들이 줄어들면 피해를 입는 산업들이 있는 반면에 관광객이 늘어나면 자동차와 도로 및 숙박시설 등이 늘어나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선이 적정한가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필자의 욕심으로는 제주도에 대한 인상을 흐리게 만드는 국내·외 저가 단체관광객들은 최대한 지양하고, 신혼부부 등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객들이 오도록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관광객 숫자에 매몰된 양적 정책에서 부가가치에 천착한 질적 정책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어야 한다.

제주지하수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살펴야 된다는 것을 도민 모두가 이해하였으면 한다. /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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