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주소를 둔 A농업회사법인이 농지로 사들여 쪼개기 형식으로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농지.
제주에 주소를 둔 A농업회사법인이 농지로 사들여 쪼개기 형식으로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농지.

제주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가짜 농부와 법인 등 200여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인과 공무원, 개인 등 205명을 검거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법인 12곳과 관계자 17명은 투기를 목적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를 취득하고 이를 되팔아 140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A법인의 경우 2018년 5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농지 9필지, 2만2632㎡를 20억5000만원에 사들여 짧게는 7일 만에 28명에 되팔아 27억5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에게 제주도민으로 등록하게 하거나 부정하게 농지를 취득하도록 도와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교사와 농지법 위반 방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B법인은 2018년 5월 서귀포시 표선면의 농지 1725㎡를 21억6000만원에 사들여 그해 10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97명에게 76억6500만원에 되팔아 55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법인이 아닌 개인 매수자들은 허위로 농사를 짓겠다며 행정기관에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 신청을 했다. 농업계획서를 토대로 증명서를 받으면 곧이어 농지를 등기했다.

공무원의 상당수는 주말‧영농체험을 이유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을 신청해 손쉽게 농지를 사들였다. 이들 공무원은 모두 다른 지역 거주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확인됐다.

농지법 제7조(농지 소유 상한)에는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 매수자들은 이를 활용해 육지에 거주하면서도 200평 안팎의 제주 땅을 주말농장이라며 사들였다. 이 경우 제주에 주소를 두지 않아도 매입이 가능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지방직 6급 공무원 C씨는 2018년 9월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농지 55㎡를 6600만원에 사들였지만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매수자는 농지를 그대로 방치했고 일부는 제주에 주소를 둔 농민들에게 임대료를 받아 빌려주기도 했다. 농지는 일정 기간 자경을 해야 임대나 임차가 가능하다.

경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밝혀낸 불법거래 규모는 8만232㎡에 달한다. 범행 기간은 2015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4년간이다. 

경찰은 유사사례를 막기 위해 시세차익금 환수 규정 신설과 농지취득시 사전에 불법행위에 대한 경고의 가시성을 높이는 법령개선 건의를 제주도에 전달했다.

공무원으로 확인된 10명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소속 기관에 범죄사실을 통보했다.

김영운 제주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경자유전 원칙은 헌법에서 규정한 중요한 사안이다. 투기 목적의 농지거래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