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수업나눔축제 6일차, 고등교육 시행착오 토로

제5회 수업나눔축제 고등교육 온라인 라이브 방송.
제5회 수업나눔축제 고등교육 온라인 라이브 방송.

스스로를 '비운의 세대'라고 자조하는 2021학년도 수험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다. 초등학생 시절 신종플루, 중학생 시절 메르스와 싸운 이들은 인생에 가장 중요한 대입을 앞둔 시기에도 바이러스 잔혹사를 끊지 못했다.

그만큼 고등학교 교육 현장은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야 했다. 교사들 역시 온라인수업 전환을 위해 더욱 치열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교사가 무너지면 학교와 아이들이 무너진다는 일념 하에 더욱 박차를 가한 한 해였다.

17일 열린 '제5회 수업나눔축제' 여섯번째 날은 '위기 속에서 함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고등학교 수업 나눔 시간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수업의 위기'라는 소주제를 통해 온라인 수업 전환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앞으로의 개선방안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 일선의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귀포여고 양현숙 교사는 "원격수업은 처음이라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원격수업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며 "교육부 원격수업 발표 후 온라인수업 운영 경험이 있는 시도교육청 커뮤니티 글과 미국 한인사이트 커뮤니티 등 살펴보며 원격수업 사례를 알아보고, 어떤 플랫폼이 적합한지를 논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양현숙 교사는 "원격수업의 학습 방침은 학생의 학습권 보장, 수업 결손 최소화, 쌍방향 실시간 수업, 교사부담 최소화로 정하고,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원격수업 운영방안 연수를 진행했다"며 "처음부터 실시간 수업을 제시하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설명하고 수업 방법은 교과 특성에 가장 맞는 형식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과학고 양은심 교사는 "온라인 수업 진행을 위해 교과목 선생님이 수업 시간이 되면 해당 학급 교실을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는 형태로 진행됐다. 각 학교 교실마다 온라인 연결 환경을 지원해야 했다"며 "모든 교실에 설치할 기자재를 확보하고 설치하는 일, 학생의 교육여건을 조사해 기자재를 대여하거나 인터넷 환경 구축하는 일을 단시간에 해야하는 것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다"고 공감했다.

오현고 강완병 교사는 고3 담임으로서 힘들었던 점을 털어놨다. 그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3 먼저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됐는데 플랫폼별로 접속자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거나 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교육부나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지침이 여러번 바뀌다보니까 학생들의 혼란이 있었다. 기존에는 4월초면 1차 상담이 끝나는 시기인데, 전화 상담의 한계로 5월 이후에 상담이 시작되다보니 학생 파악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했다.

온라인수업이 학력 격차를 발생시킨다는 점도 지울 수 없는 걱정이었다.

강완병 교사는 "온라인수업으로 인해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과 중하위권 학생 사이의 학력격차가 벌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상위권 학생들은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더 많은 학습량을 보였지만, 그렇지 못한 중하위권 학생들은 학습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학력 격차가 발생했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어 "자기 주도 능력이 부족한 학생 중 선생님이 다독여주면 향상될 수 있을 것 같은 학생들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태도가 많이 늘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중위권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또 "각종 회의를 거쳐 평가기준을 만드는데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너무 늦게 나와 결정사항을 번복해야 했다"는 어려움도 전했다.

교사들은 학기 초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라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현숙 교사는 "온라인 수업 참여도는 100%였다. 우리학교는 원격수업에 대한 학습 피드백 결과에서도 36%의 학생들이 매우 만족, 34%의 학생들이 만족이라고 답해 대부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온라인수업에 대한 집중력 저하와 실시간 수업 중 과제 수행 시간 부족에 대해 학생들이 어려움과 불편을 호소해 이 부분은 교과협의회를 통해 해결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은심 교사는 "교수학습 방법이 다양해졌다. 평소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러가지 수업 형태를 적용하면서 새로운 기기나 교육플랫폼을 적용해보겠다는 교육공학적 아이디어도 여러가지 나왔다"며 "온라인 플랫폼은 학생 활동의 결과물을 누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온라인 교육플랫폼이 개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강완병 교사는 "학교 교육도 시기에 맞춰서 변화하긴 하지만 사회 변화에 비해 더뎠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그간의 격차를 한번에 줄일 수 있는 급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교사들이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자기의 수업을 개발하고 변화시키려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했다.

한편, 제5회 수업나눔축제는 마지막 날인 오는 19일 '온라인 수업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중학교 수업 나눔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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