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농민권리선언 제주 현황 토론회 개최...새로운 농민 권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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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사)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함께 주최한 '제5차 제주인권정책라운드테이블'이 17일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 성산읍을 예정지로 한 제2공항 건설 계획으로, 토지를 잠식 당할 지역 농민들의 삶과 권리가 중대하게 침해 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사)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이 함께 주최한 '제5차 제주인권정책라운드테이블'이 17일 오후 6시 30분 열렸다.

제주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행사는 ‘유엔농민권리선언과 제주 농민 현황’이란 주제로 진행했다.

세계연합(UN, 유엔)은 지난 2018년 12월17일 제73차 총회를 열고 ‘농민 농촌노동자 권리선언’을 채택했다. 183개국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21, 반대 8, 기권 54곳으로 통과됐다.

농민권리선언에는 농민의 권리, 토지·씨앗에 대한 권리 등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농민에 대한 정의도 ‘혼자서, 또는 다른 이들과 함께 연합하여, 또는 공동체로서, 생계 및 혹은 판매를 위한 소규모 농업생산을 하고 있거나 종사하려는 사람으로서,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상당 수준으로 가족이나 가사노동 혹은 화폐가치화 되지 않은 방식으로 조직된 노동에 의존하며, 토지에 특별한 의존성과 애착을 갖는 사람’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농민권리선언이 현재 제주 농민과 농업 나아가 제주 자체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전문가들의 발표·토론으로 진행됐다. 특히 성산읍 제2공항 사업이 지역 농민의 권리를 얼마나 크게 침해하는지도 살펴봤다. 

# 제2공항 사업, 농민 권리 지켜지나

발제자 진주 농민권리선언 운영위원은 농민권리선언 가운데 ‘자연 자원에 대한 권리 발전권’을 담은 5조를 제주도 상황과 비교했다. 

(UN농민권리선언 5조 1항)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본 선언 제28조에 따라 적절한 생활 여건을 누리기 위해 공동체 내 자연 자원에 접근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그들(농민)은 이러한 자원의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5조 2항)
국가는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보유하거나 이용하고 있는 자연자원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개발에 대해서 아래 항목들에 근거하지만 이에 국한되지는 않게 허용되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적절한 절차에 따라 사회·환경 영향평가를 실시한 경우.
본 선언 2조 3항에 따라 신의에 입각해 협의한 경우.
자연 자원을 개발하는 사람들과 농민 및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 간 상호 동의 하에 개발로 인한 혜택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는 방안이 마련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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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농민권리선언 운영위원. ⓒ제주의소리

진주 위원은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 이런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농민의 권리 역시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고 봤다. 제주의 가장 큰 사회 문제인 ‘제2공항’으로 농민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지도 질문을 던졌다.

진주 위원은 “제2공항 사업으로 인한 농지 전용이 ▲농민의 토지권 침해 ▲먹거리 생산량 감소 ▲숨골 훼손으로 인한 지하수 고갈 문제 ▲주민과 농민의 의견 수렴 ▲적절한 대표단들과 의사 소통 ▲상호 동의 하에 개발로 인한 혜택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 ▲인권영향평가 실시 여부 ▲사업의 국제기준과 요구에 부합 여부 등이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위 기준에 근거해 농민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면 농민권리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농민의 권리와 발전에 대한 권리에 기반해 인권 침해 진정서를 제출해야 한다. 각종 문제에 대해 유엔 발전권 특별보고관의 제주 방문 조사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땅 잃고 아이들도 키우기 힘든 성산 될 것

토론자 채호진 성산농민회 사무국장은 제2공항이 지역 농민의 심대한 권리 침해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2공항 부지에 편입될 예상 토지는 2465필지, 586만1000㎡다. 임야 249만㎡, 밭 141만㎡, 과수원 48만㎡, 도로 28만㎡, 대지 5만㎡ 등이다. 농사를 계속 원한다면 농업단지를 조성하거나 국공유지를 임대해준다는 계획이다.

채 사무국장에 따르면 성산읍 지역 농가 수는 2611가구, 농가인구수는 6683명이다. 이 중 제2공항 부지 내 마을인 난산·신산·온평·수산리는 각각 1060가구, 2672명이다.

채 사무국장은 “농민권리선언에 따르면 농민들은 자신의 땅을 경작할 권리가 있음에도, 제2공항 사업 강제수용으로 인해 생산수단을 잃고, 나아가 사회 생산 활동도 잃어버리게 된다다”면서 “공동체 파괴와 자신의 생산 활동 중단은 성산읍 경제 뿐만 아니라 제주도 경제에도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제2공항 부지 내 농경지 일부는 임차농이 영농하는 것이다. 공항이 생길 경우 임차농들의 영농 활동은 축소 또는 영농활동 포기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면서 “투기 자본에 가장 취약한 토지가 농지인 것을 감안하면 성산읍의 농지잠식은 시간문제다. 하루 종일 농지에서 일을 해야 하는 농민들은 항공소음 피해의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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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테이블 모습. ⓒ제주의소리

강정연 서귀포시여성농민회 성산읍지회 사무국장은 “성산읍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7곳과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있다. 계속해서 줄던 학생 수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풍천초, 수산초, 신산초를 중심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제2공항이 성산에 들어서면 도시·육지에서 전학을 올까. 공항 건설로 인한 대부분의 학교는 소음공해지역으로 창문을 열어놓고 수업하는 봄과 가을에도 창문을 열 수 없음은 물론이다. 체육 활동 역시 운동장이 아닌 체육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공항 건설로 인한 차량 증가, 상업시설 증가로 인해 지금처럼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살 수 있는 환경이 계속 유지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식 제주제2공항저지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제2공항 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돼 보상을 받아도 그만한 농지를 구입하기 어렵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구하더라도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 뿐일 것”이라며 “토지를 수용당하지 않는 농·축산업과 양식업도 조류충돌 예방조치, 소음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공항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부재한 상태”라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내고 대표할 수 있는 참여와 자기결정의 절차를 제도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경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지속가능사회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마을공동어장, 마을공동목장 같은 공동소유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농업 구조를 제시했다.

발제자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제주도의 대규모 개발 사업의 농지 전용 협의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 농지 전용 심사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초지 제도가 미비해 2006년 70곳인 마을목장은 올해 51곳으로 급감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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