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행사 보조금 대부분 삭감 조치...문화예술재단 출연금 25억 ↑

제주도청 전경. 제공=제주도.
제주도청 전경. 제공=제주도.

제주도가 내년 살림살이를 확정하고 제주도의회 심의를 남겨놓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는 행정이 주도하는 정책들은 삭감의 칼날이 피해갔지만, 일선 현장을 위한 예산은 대부분 줄이면서 대조를 이뤘다. 코로나19로 찾아온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움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 제주도청

제주도 문화정책과는 내년 본예산 규모를 447억6619만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보다 138억4700만원 깎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민간에 지원되는 행사 보조금은 장르, 성격과 무관하게 거의 대부분 감소했다. 

미술대전, 건축대전, 제주미술제, 아트제주, 조형아트페어, 4.3문화예술축전, 4.3미술제, 탐라합창제, 스테핑스톤,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 장애인가요제, 국악대전 등 대다수 민간 행사들이 내년에는 규모를 줄일 전망이다. 

도립미술관은 8억7123만원 감소한 63억1388만원, 김창열미술관은 2억원 줄어든 5억2910만원을 배정받았다.

도립미술관의 제주비엔날레는 애초 미술관이 계획한 대로 19억원을 할당 받으며 한숨을 돌렸다. [제주의소리]가 보도한 대로(원희룡 “문화예술섬 방점” 치켜세우던 제주비엔날레, 예산 통째 싹둑?), 비엔날레 예산은 최초 심의 단계에서 전액 삭감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재논의 끝에 부활됐다.

돌문화공원은 전체 예산은 크게 감소했지만 설문대할망전시관 관리 비용이 2억2358만원 새로 반영됐다. 종교 관련 예산 역시 3억5012만원 줄어든 14억2597만원이다. 

기관 출연금은 희비가 엇갈렸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4억8414만원 늘어난 86억5300만원을 확보했다. 증가분 가운데는 국비에 대응하는 문화예술섬 프로젝트가 10억원 포함돼 주목을 끈다.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역시 69억833만원 늘어나 127억6440만원으로 몸집이 커졌다. 제주 콘텐츠코리아 랩, 제주음악창작소, 제주웹툰캠퍼스 등 마찬가지로 국비와 연결하는 사업이 상당수 속해있다. 이에 반해 제주학연구센터는 출연금이 8000만원 줄어들어 대조를 이룬다.

탐라문화제는 1억원 늘어난 18억원, 제주국제관악제는 1억원 줄어든 15억원이다. 내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공사 진행 중인 제주문학관은 시설비용을 대거 줄이고, 운영비·관리비를 2억원 가까이 새로 반영했다.

민간단체 법정 운영비로 제주예총과 민예총에 대한 지원은 올해와 거의 동일한데, 제주예총은 60년사 발간 사업비로 1억원을 새로 배정받았다. 공공도서관 자료 구입비는 5000만원 유지됐다. 

# 행정시

제주시,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모두 올해보다 예산이 늘어났다.

제주시 문화예술과는 46억7166만원 늘어난 173억2811만원, 서귀포시는 22억4150만원 증가한 120억2593만원이다.

증가분 가운데는 시민회관 리모델링-신축, 최근 운영 기준을 개편한 예술단 급여, 문화도시 사업 등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제주시는 시민회관 리모델링 비용으로 62억1336만원을 배정했다. 제주예술단 총 운영비는 9억5084만원 증가한 74억477만원이다. 제주국제아트페어를 계승하며 올해 새로운 이름을 단 ‘아트페스타 인 제주’는 2억5700만원이 편성됐다.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지난해 보다 5591만원 늘어난 2억6199만원이다. 

이에 반해 도서관 예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당도서관(-11억676만원) ▲기적의도서관(- 3131만원) ▲조천읍도서관(-8169만원) ▲탐라도서관(-2억1948만원) ▲애월도서관(-1227만원), ▲한경도서관(-2564만원) 등 모든 도서관이 내년 살림살이 허리띠를 줄이게 됐다. 우당도서관 제주독서대전 사업의 경우 1억2500만원이 배정됐다.

제주아트센터는 기획공연 예산 10억원 가운데 4억1000만원이 날아가며 내년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초연한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예산은 1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서귀포시 문화예술과는 문화도시 사업으로 국비 포함 25억원이 늘어난 30억원을 편성했다. 서귀포예술단 총 운영비도 급여 포함 5억1020만원 증가한 51억7173만원이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예술 연습 공간 '서귀포시 생활문화플랫폼'은 1953만원 추가한 총 3703만원으로 본격 운영을 앞두고 있다. 서귀포 시민회관을 대신할 시민문화체육복합센터 신축은 국비 포함 11억원이 투입된다. 

이중섭미술관은 올해 13억4517만원 가운데 무려 10억2221만원이 삭감됐다. 이중섭 원화 작품·자료 구입비 10억원 중 9억5000만원이 잘린 영향이 크다.

기당미술관도 6180만원 줄어든 1억6053만원, 소암기념관은 3156만원 줄어든 1억4468만원, 서복전시관은 3750만원 줄어든 4791만원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스테디셀러를 노리는 창작오페라 '이중섭' 예산은 3000만원 깎인 2억원을 지켰다. 서귀포예술의전당은 18억675만원 줄어든 11억2910만원으로 반토막 넘게 삭감됐다.

▲삼매봉도서관(-1900만원) ▲중앙도서관(-17억701만원) ▲동부도서관(-1671만원) ▲서부도서관(-2600만원) ▲기적의도서관(-2965만원) ▲성산일출도서관(-1648만원) ▲안덕산방도서관 (-1926만원) ▲표선도서관(-1144만원) 등 서귀포시 도서관 역시 제주시처럼 유탄을 맞았다.

단, 자동화시스템·전자책시스템에 필요한 비용은 2039만원 늘어난 4억2758만원이 편성됐다.

정리하면 현장의 문화-예술인과 도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사업-부서들은 타격을 입었고, 행정 차원에서 주도하는 정책들에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한편, 제주도가 편성한 2021년 예산안 총 규모는 5조8299억원이다. 올해보다 70억원 증가했다. 예산안은 제주도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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