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질문] 강철남 의원, “4.3학살 초토화작전 불 댕긴 장본인” 철거·이전 촉구

제주시 충혼묘지 입구에 있는 ‘4.3 양민학살 주범’ 박진경 대령 추모비를 철거하거나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4.3정신에 맞게 원만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의회 강철남 의원(연동을,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속개된 제389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을 통해 제주시충혼묘지 입구에 있는 박진경 대령 추모비 철거․이전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강 의원은 현재 4.3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진경 대령은 1948년 4.3사건 당시 진압사령관으로 11연대장으로 취임하면서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30만명을 희생해도 무방하다’라는 말을 했던 사람이다.

제주시충혼묘지 입구 추모비에는 박진경에 대해 ‘공비 소탕에 불철주야 수도위민의 충정으로 선두에서 지휘하다가 불행하게도 장렬하게 산화하시다’라는 비문이 적혀 있다.

강철남 의원은 추모비 사진을 보여준 뒤 “박진경 대령은 1948년 4.3사건 진압사령관으로 취임해 강경진압을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제주도민 6천명 이상이 희생당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사람의 추모비가 충혼묘지에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4.3의 아픔에 비춰봐서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4.3특별법의 정신에 맞게 잘 처리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이 문제는 제가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 이상봉 의원이, 2018년에는 김경미 의원이, 최근에는 홍명환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철거 또는 이전을 요구했던 사안”이라며 “도민정서상 문제가 있다.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거듭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즉답을 하기 보다, 지적한 취지를 잘 알고 있고, 4.3특별법의 정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잘 협의해서 원만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주시 충혼묘지 입구에 세워진 박진경 대령 추모비는 1952년 ‘제주도민 및 군경원호회 일동’ 명의로 처음 세워졌다가 1985년 다시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진경은 4.3당시 제주도비상경비사령부를 설치, ‘초토화 진압작전’으로 일컬어지는 강력하고 적극적인 토벌작전을 수행했다. 미군정의 신임을 받아 취임 1개월 만에 대령으로 진급했지만, 1948년 6월18일 대령 승진축하연 이튿날 문상길 중위 등 부하들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를 둘러싸고는 제주4.3 토벌작전에서 큰 공을 세우고 장렬하게 산화한 ‘창군 영웅’이라는 시각과 출세를 위해 무차별 토벌을 강행한 ‘민족 반역자’라는 시각이 함께 공존한다.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충혼묘지 입구 추모비와 관련해 “비석을 철거․이전하던지 4.3진상조사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을 비문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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