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네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누리꾼들이 ‘기가 막힌다’는 비판과 ‘이게 민심’이라는 지지로 서로 엇갈렸다. 미국 대선에 불복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도 누리꾼들은 기가 막힌다고 한다. 

18일 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전남지역 민주당 국회의원 4명, 전라남도 국장급 공무원, 제주대 양길현 교수 등이 참가한 ‘호남고속철도국회토론회’다. 지난 2014년에는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가 해저터널을 추진했고 이번엔 축사를 했다. 양길현 교수는 호남 고속철이 아닌 서울-제주 간 해저터널을 주장했다.

제주도 해저 터널 기사에 대해서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가 막히다’고 한다. 제주의 역사를 보면, 1295년 고려충렬왕 21년에 탐라가 제주로 바뀌며 예속됐고, 한일합병 후 1945년 전남도 내무부장 사무관 일본인 지다 모로요시(千田專平)을 전결도사(專決島司)로 보냈다. 같은 해 초대 도지사 김문희(金汶熙)가 임명됐지만 전남도로부터 분리가 안됐고, 1946년 2대 박경훈(朴景勳) 제주지사 때가 돼서야 제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독립' 했다. 그런데 해저터널로 다시 제주를 전남에 예속시키려 하나. 태어난 고향은 누구든지 마음에 빚을 지고 있는 곳이다.

제주가 해저터널이 되면 제주는 섬이 아니고 육지다. 제주(濟州)의 제자는 건널 제, 즉 섬이란 뜻이다. 제주 이름부터 바꿔야 된다. 물론 청정 환경 파괴는 제쳐두고라도 소위 ‘밥 먹엉 갑서’로 밥 만 먹고 가는 곳, 서울서 내려와 저녁 먹고 밤차로 올라가는 곳이 제주가 된다. 안타까운 일은, 제주시 갑 지역구의 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이 물류 체계 대량 운송 문제를 이유로 제주-목포 간 해저터널을 2022년까지 공론화해야 한다고 10월 4일자 ‘제주의소리’에서 밝힌 것에 대해 나는 10월 5일 ‘밥 먹엉 갑서’ 반론 글을 ‘제주의소리’에 쓰며 대응했다. 제주는 제2공항, 해저터널 등으로 1948년 4.3사건 때의 혼돈과 같은 중차대한 시기에 처해있다. 여당 정치인들은 민주당 윗 상전과 민심 동향에만 매달려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지도부가 18일 4.3평화공원을 방문, 4.3영령들에 헌화-참배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런데, 한가지, 어제 11월 18일 이경용(서홍·대륜동, 국민의힘) 의원이 원희룡 지사를 향한 질문에서 “전남도지사 출신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게 되면 해저터널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할 게 뻔하고, 만약 대통령이 되면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제주의 미래가 걸린 제주-전남 해저터널을 우리 도민들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또 “제주는 섬이다.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제주는 섬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말 것이다. 결국 전남도의 부속섬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제주-전남 해저터널에 대한 원희룡 지사의 견해를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섬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는 제주도민들의 주권적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제주를 일반적으로 육지와 터널로 연결하라, 말라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다음은 제주해저터널’이란 소문(所聞)이 소문(小問)이길 바란다.

여우도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인 수구초심(首丘初心)이 있다.  바이든 미국 46대 대통령 당선인도 고향인 펜실베니아를 여러 번 찾았고 마지막 날도 고향을 찾았다. 고향에서 밀어준 20석으로 대통령 당선승기를 잡았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승리다.

그러면, ‘기(氣)가 막히다’는 말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 의하면 ‘어떠한 일이 놀랍거나 언짢아서 어이없다’이다. 한마디로 가당치 않을 때 쓰는 말이다. 기(氣)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후한의 허신에 의하면 쌀을 찔 때 나오는 김이 마치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본 뜬 글자다. 기는 대개 다른 글자를 앞에 붙이는 말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보면, 천기(天氣) ,지기(地氣) , 풍기(風氣), 한기(寒氣), 살기(殺氣), 혈기(血氣), 정기(精氣), 사기(邪氣), 정기(正氣), 신기(神氣), 용기(勇氣), 화기(和氣), 전기(電氣)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서양의 실용주의 과학 기술에서 발전한 전기(電氣)와 동양의 정신적 유심론에서 나온 기(氣)가 어떻게 접근 할 수 있는가를 보면, 전기(電氣)의 전(電)자는 비우(雨) 밑에 번쩍이는 번개(电)를 나타내는 꼴을 하고 있다. 예부터, 번개는 낯익은 현상, 겨울에 털옷을 입고 벗을 때 번쩍이는 현상인 정전기(靜電氣)다. 자기(磁氣)는 전기(電氣)의 다른 모습, 돌석(石) 변에 자애를 곁들인 것이다. ‘자’는 엄마 젖에 매달린 두아기를 나타낸 것으로 곧 돌등에 잡아당기는 기운이 있는 것을 가리키는 글자다. 동양에서는 자석을 지남철로 부르며 남북 방향을 알려주는 도구로 이용해왔다.

이렇듯 전기와 자기는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그들의 본질을 천재 이론물리학자 겸 수학자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 영국 켐브리지대) 교수에 의해 이 빛이 속도를 매개(媒介) 변수(變數)로 한 전자기(電磁氣) 파동 방정식 이론이 발견됐고  전자파(스마트폰, TV, 라디오) 세상을 열었다. 나는 기수학(氣數學)에 매달리고 있다.

'기(氣)가 막혀'를 해결하는 방안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 귀 눈 왁왁 설러 부러. 둘, 서로 기(氣) 트멍 살아.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 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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