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통일교육센터, '통일교육 담당교원 연찬회' 온라인 개최

20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교육청 책마루에서 열린 '제주 초중고 통일교육 담당교원 연찬회'. ⓒ제주의소리
20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교육청 책마루에서 열린 '제주 초중고 통일교육 담당교원 연찬회'. ⓒ제주의소리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의미의 신조어 '답정너' 교육. 기존의 통일교육을 마주한 학생들의 볼멘소리다. 사실 통일교육은 분명한 목표지점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교육이긴 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할 뿐.

뻔하고 재미없는 통일교육을 탈피하기 위해 제주도내 초‧중‧고등학교 통일교육 담당교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아이들이 더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방법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제주통일교육센터(센터장 강근형)는 20일 오후 2시30분 도교육청 1층 책마루에서 '제주 초‧중‧고 통일교육 담당교원 연찬회'를 개최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도교육청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김선희 신제주초등학교 교장의 사회로 진행된 연찬회는 김진환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의 '한반도 평화시대, 평화‧통일교육' 주제 발표에 이어 탈북 후 학교통일교육 전문강사로 활동중인 윤설미씨의 '소통해야 통일입니다' 발표로 이어졌다.

김래영 삼화초등학교 교사, 김보혜 탐라중학교 교사, 김기성 신성여자고등학교 교사는 일선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통일교육 사례들을 소개하며 코로나19 시대의 학교통일교육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 "당위성과 공허함에 갇힌 통일교육, 급하지 않게 접근하자"

김진환 교수는 "한반도 평화는 남북 상호 이해와 공동번영의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은 통일의 문화적,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땅으로, 통일을 향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기존의 통일교육이 지니고 있던 당위성과 공허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통일교육은 답은 정해져있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받고, 공허한 교육이라고 느껴진다는 측면이 있었다. 큰 흥미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불가피하지만 인정해야 할 현실"이라며 "다른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답을 정하지 마라', 다양한 의견과 결론을 민주적 토론을 통해 도출해가는 과정을 거치지만 통일교육은 다소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교육받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취직을 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됐을 때 통일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심지어 통일이 빠른 시일 내에 되지 않을 것을 거의 확신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통일을 얘기하면 공허한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일이라는 것이 갑자기 닥쳐오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평화의 과정을 거쳐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맥락에서 통일교육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은 분단시대의 특정 단계, 즉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가 겹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교육청 책마루에서 열린 '제주 초중고 통일교육 담당교원 연찬회'에서 발표에 나선 김진환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제주의소리

그는 "'통일이 되면'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남과 북이 싸움을 멈추고 협력한다면 무엇이 좋아질까'를 논해야 한다. 남북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다양한 일을 추진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생길까를 고민하는 것 역시 통일 교육이다. 통일교육은 통일로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차이를 전제로 북한을 이해해야 한다. 각자의 개성을 상실하는 '동질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본성을 유지한 채 공통의 속성을 만들어가는 '공통성'을 추구해야 한다. 남북이 공통된 가치관과 태도를 키우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북한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탈북한 윤설미 강사는 자신의 탈북 과정을 스스럼없이 소개하며 남북 간의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강사는 "남북의 통일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간의 통일이다. 저는 남북의 통일이 결혼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할 때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도,상대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상대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자신을 기쁘게 하니 결정하는 것"이라며 "연애를 거쳐 결혼이 이뤄지듯이 서로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강사는 "이제 북한에서도 대한민국이 잘 사는 걸 알게됐고, 드라마와 음악 등을 공유한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들이 있는 것도 한국을 우호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점점 통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철저히 대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동아리-퀴즈대회-현장학습" 다각도로 접근한 제주 교사들

제주도내 각 급 학교 교사들도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직접 시도했던 새로운 교육모델을 제안했다.

김래영 삼화초 교사는 "통일교육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하고 있는 학생의 수가 제주는 전국 17개 시도 중 거의 1등과 2등을 오가고 있다. 2018년에는 68.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2019년에는 61.9%로 전국에서 두번째였다"고 했다.

이어 "다만, 학교통일교육의 형태는 '교사의 강의·설명식 교육'이 62.7%, '동영상 시청 교육'이 62.3%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학습으로 심신이 지쳐있는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면,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의 형태는 현장견학 등의 체험학습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20일 열린 '제주 초중고 통일교육 담당교원 연찬회' 온라인 방송 갈무리.

김 교사는 "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이었기 때문에 그간의 통일교육은 연속성을 갖기 어려웠다"며 "통일교육의 내용과 방법 측면에서 학생들의 욕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제주의 4.3이나 평화의 이미지를 활용해 통일교육을 연계하고, 한 학기 단위로 운영하는 창체 동아리 활동 등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보혜 탐라중 교사는 퀴즈대회 형식의 교육을 진행하며 맞닥뜨렸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공유했다. 김 교사는 "온라인 상에서 수업을 하다보니 영상편집 프로그램, 사진, 온라인 교육 사이트 등 다양한 자료에서 저작권료를 내야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예산을 쓰는 범위를 좀 더 넓히고 허용범위를 확대해야 금전적 부담에서 자유로운 통일 수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일교육을 하는 교사가 부담을 가지는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온라인 수업으로 가정에서 학부모들도 수업을 볼 수 있다는 점, 영상자료로 기록이 남는다는 점 때문에 정치적 민감성, 북한의 태도에 따른 국민여론, 감정, 분위기 등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교사의 교육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와 통일교육에 대한 합의된 개념·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성 신성여고 교사는 동아리 활동을 통한 통일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사 일정이 수시로 바뀌며 당초 계획했던 내용을 많이 수정하게 됐다.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자평하며 "학교 차원의 전체적인 통일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프로젝트 수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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