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9) 제주시 애월읍 카페동경앤책방

마을책방은 단순한 기호품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대형서점처럼 책을 어마어마하게 팔아치우는 곳은 더욱 아닙니다. 후미진 도심 골목이나 시골 언저리에서 마을책방을 만난다면 그것은 행운이지요. 마을 초입 팽나무 아래 마을사람들이 모여들듯 책벌레들이 도란도란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제주도 마을 곳곳에 작은 책방들이 사람을 살리고, 다시 사람이 마을을 살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마을책방의 가치입니다. [제주의소리] 시민기자 고봉선 시인이 바람을 쐬듯 책방마실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마을 책방’에서 책방지기의 책 살림 이야기를 시인을 통해 듣습니다. [편집자 글]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초등학교 6년에 중학교 3년을 다녔고, 두 아들마저 9년씩 다닌 곳이다. 게다가 현재 내가 사는 지역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에 책방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다. 지나며 얼핏 간판을 보기는 했다. 하지만 관심을 끌어당기지는 못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숨겨진 것 같은, 애월읍 하귀2리 “카페동경앤책방(이하 동경 책방으로 칭함)”의 김효진‧서은지 씨 부부를 만났다.

동경 카페 & 책방 입구
동경 카페 & 책방 입구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인 라엘이 읽어보라면서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들고 왔다. 책방을 탐방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노란우산 책방지기의 아들인 라엘은, 이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책장 일부가 너덜너덜 떨어지고 있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상상의 대륙인 차모니아 부흐하임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이야기인즉슨, 동경 책방도 밖에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분위기가 잠시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들더라는 뜻이다. 책방지기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음료 손님도 심심찮게 다녀갔다. 

“‘1년만 실컷 놀자’의 결과”

고향이 서울이라는 책방지기 부부. 그들이 이곳에서 책방을 시작한 지도 내년 6월이면 만 3년이다. 6년 전까지만 해도 책방지기 김효진 씨는 은행원이었다. 종로와 잠실에서만 거의 27년을 근무하던 그는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되었을까. 김효진 씨가 이곳 제주로 와 정착하게 된 건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퇴직하면서 김효진 씨는 부인 서은지 씨에게, “일 년 동안은 여행만 다니면서 완전히 놀 거다.”라고 선언했다. 전에도 바다를 좋아해서 종종 제주에 왔던 김효진 씨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가 한창 붐이던 때, 김효진 씨는 부인 서은지 씨에게 선언한 대로 올레길도 완주할 겸 제주로 왔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서귀포 어딘가에서 한 달을 계약하려니 최소한 석 달이어야 한다면서 계약이 되지 않았다. 별수 없이 김효진 씨는 3개월로 계약했다. 하지만 3개월이란 시간은 너무 길었다. 두 달 가까이에 이르자 가족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김효진 씨는 집에 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효진 씨는 아버님 친구의 리조트로 놀러 갔다. 가서는 직장을 그만둔 이야기며 지금은 노는 중이라는 사실까지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버님 친구는 “방을 하나 줄 테니 강아지 밥도 주며 리조트에 와 있어라.”고 하셨다. 얼떨결에 김효진 씨는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1년은 실컷 논다고 했지만, 계속 놀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퇴직하면서도 막연하게나마 7년 뒤엔 커피 장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김효진 씨는 조심스레 그 속내를 아버님 친구분께 비쳤다. 그랬더니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장사하다가는 금방 망할 수 있다.”라며 그곳에서 연습하라고 하셨다.

책방 앞에 놓인 국화 화분이 가을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화분에 있던 작은 유 칼립투스를 옮겨 놓았는데 어느새 이리 자랐다.

웬 기회인가 싶었다. 그렇게 김효진 씨는 아버님 친구의 리조트에서 6개월 정도 카페를 운영했다. 우연히 제주도에 놀러 왔다가 연습 삼아 해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공짜는 없었다. 수업료는 톡톡히 치러야 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리조트가 팔리게 되었다. 덩달아 김효진 씨가 시작한 카페도 접어야 했다. 잠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다. 고민 끝에, ‘제주도에서 처음 시작했던 마음으로 해 보자.’ 하고 머물기로 하였다.

“샌드위치에서 책방까지”

여행 중 김효진 씨는 오사카의 어느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먹었던 샌드위치가 어찌나 맛있었는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김효진 씨는 그 맛을 잊지 못했다. 그 샌드위치가 너무 먹고 싶었던 김효진 씨는 부인 서은지 씨와 함께 다시 오사카로 갔다. 오로지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맛을 잊지 못하는 샌드위치를 어쩌다 한 번 먹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매번 일본으로 갈 수도 없었다. ‘주변에 그런 샌드위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 끝에 김효진 씨는 다시 오사카로 갔다. 샌드위치 만드는 비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오사카까지 가면서 비법을 배운 샌드위치와 커피로 김효진 씨는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김효진 씨는 책을 많이 읽는다기보다는 많이 사는 편이었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도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여행을 다닐 때도 국내의 동네 책방뿐만 아니라 도쿄의 개인 책방, 독립서점까지도 다녔었다. 이처럼 책을 좋아하던 그가 카페에 책이 없으니 허전한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문득 카페에 ‘책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지기 김효진 씨가 커피와 함께 자신 있게 추천하는 샌드위치. 

현장 조사도 할 겸 김효진 씨는 여러 북카페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북카페엔 빛바랜 책이 많았다. 그런 책들을 보면서 곧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거라는 데에도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고 해서 새 책을 계속 유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효진 씨 뇌리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마침 그때 제주도에는 동네 책방이 한창 유행이었다. 이를 떠올리자 차라리 카페에서 ‘책을  파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 책을 유치하면서 드는 비용도 줄이고, 수입도 될 것 같았다. 

김효진 씨가 즐겨 다니던 대형서점에서는 책을 읽는 손님이 꽤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책에 밑줄을 긋는 등의 낙서는 하지 않았다. 그 수준으로 고객들이 카페에 비치한 책을 봐준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김효진 씨는 가게 안 가게 개념으로 카페 안 책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도서 매출 비율은 음료에 비해 20~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책을 판다는 것은 책방지기가 그만큼 도매상으로부터 많이 산다는 뜻이다. 비록 팔 책이라 해도 책을 구매하면 김효진 씨는 기분이 좋았다. 팔기 위해서라지만, 개인적으로 구매할 때 느낌과 똑같았다. 마치 품 안으로 안겨드는 자식을 맞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책을 즐겨 구매하던 그로서는 만족감 또한 높았다. 나 역시 독서수업을 하면서 새로운 필독서가 도착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아마 책방지기도 그런 느낌은 아니었을까. 김효진 씨는 수십 권, 아니 수백 권이라 해도 마음껏 책을 산다. 책방을 하면서 기쁨은 더 쌓였다. 

하지만 여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준비한 책이 모두 팔린다면 문제없겠지만, 재고 또한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책장에 넘쳐나는 책들로 골머리를 썩일 것이다. 

카페 한쪽에 마련된 책방 가운데로 책방지기 김효진 씨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책방지기 김효진 씨 말에 따르면, 책방이란 게 날이 갈수록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언제 팔릴지도 모른다. 은근한 부담도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책방지기는 제한적으로 책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꽂히는 대로 샀다. 대표적인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다. 책방지기 김효진 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한꺼번에 열 권씩 갖다 놓았다. 하지만 이 작은 책방에서 열 권이란 책이 팔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경험이 축적되다 보니 지금은 자신만의 방법이 생겼다. 우선 한두 권씩 사다 놓고, 팔리면 다시 사다 놓는 것이다.

“고객층과 잘 나가는 책”

동경 책방에서 도서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할이다. 대부분 동네 책방 손님은 관광객인데, 동경 책방은 관광객이 별로 없다. 김효진 씨가 생각해도 관광객은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게 맞다. 다시 말하면, 동경 책방은 제주를 대표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김효진 씨 스스로 밝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경 책방에는 어떤 분들이 찾아올까?

동경 책방에서 매출의 2할을 차지하는 손님 중 60~70%는 장기여행자라는 사실이 특징이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 등으로 오는 장기여행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것이다. 다음은 육지에서 하귀 근처로 이주해 오신 분들이다. 대부분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한 학부모인데, 그들 중에는 책을 좋아하는 분이 많다. 물론 책과 상관없이 이주하신 분들이다. 그런데도 이주자 대부분은 책의 고리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게 책방지기의 생각이다. 

장기여행자 혹은 이주자들은 제주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동경 책방에서 잘나가는 책들을 보면 ‘오름 오르기’라든지 ‘트래킹맵 제주에서 일 년 살기’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책들이다. 제주 체험을 위해서는 필요할 수밖에 없는 책들이다.  

 동경책방에서 책을 구매하여 읽고 있는 고객

리조트가 팔리며 어쩔 수 없이 김효진 씨도 고향으로 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고향에서는 경쟁이 만만치 않았다. 비록 6개월이라 해도 제주는 경험을 쌓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만만하게도 여겨졌다. 그러던 차에 누가 현재의 장소를 추천해 주었다. 그런데 세가 만만치 않았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장사란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 즉 수도권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두 딸이 고향에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첫째 딸은 성악을 전공한 소프라노이고, 둘째 딸은 대학교 4학년이다. 김효진 씨는 첫째 딸도 부모가 있는 제주도에 와서 제주도립합창단에 입단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쉽지 않다. 즐긴다는 것과 누린다는 것은 차이가 컸다. 두 딸이 제주도에 놀러 오는 것은 좋아하지만, 막상 이곳에 오면 일주일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지루함 때문이다. 친구들도 없고 낯선 제주에서 누리기란 무리인지도 모른다. 두 딸은 제주를 즐기고, 책방지기 부부는 제주를 누린다. 

부인 서은지 씨도 전혀 제주도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남편 김효진 씨를 따라 그야말로 졸지에 제주로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환경에 젖어드는 건 금세였다. 이곳에 발을 붙이고 지내다 보니 이제 서울에서는 못 살 것 같다. 전철은 물론이고 복잡한 것들이 버거워진 까닭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게를 하면서 꼼짝없이 갇혀버렸다는 사실이다. 처음 김효진 씨 혼자 왔을 땐 만날 올레길을 다녔다. 윗세오름도 가고 골프도 치러 다녔다. 낚시도 다녔다. 그런데 가게를 시작한 후론 한 코스 남은 올레길마저 걷지 못하고 있다. 제2의 삶에 다시 갇혔다는 게 스트레스의 요인도 되겠지만, 흔히 이런 걸 두고 ‘호강에 겨운 소리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책방지기 부부는 아직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가게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

책방 입구에서 들여다본 내부

“책방지기가 선정하고 추천하는 책”

책을 많이 산다는 건 결국 책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김효진 씨는 은행에 근무할 때부터 책을 즐겨 샀다. 하지만 아무리 책이 좋다 해도 이 작은 책방에 모든 책을 갖다 놓을 수는 없다. 작은 책방을 원하는 김효진 씨에겐 방법이 필요했다. 

작은 책방을 돌아다니는 동안, 김효진 씨는 살만한 책이 없는 책방도 종종 봐 왔다. 물론 김효진 씨 취향을 기준으로 해서이다. 책 그림이 예쁘면서도 살만한 책들이 별로 없다는 건, 김효진 씨가 봤을 때 사람들이 찾지 않는 책을 갖다 놓는 것이다. 김효진 씨 주관으로는 베스트셀러가 팔기에도 좋고 찾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김효진 씨는 책방이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베스트셀러 정도는 갖춰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효진 씨는 책을 선정할 때 1위에서 10위까지 베스트셀러를 필수 조건으로 삼는다. 

다음으로 김효진 씨가 책 선정에 중점을 두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과 고양이에 관한 책이다. 김효진 씨는 무라카미 하루키 못지않게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동경 책방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고양이 관련 책이 많았다. 하지만 이처럼 책방지기의 취향을 중심으로 책을 선정할 경우 고객층은 한정된다. 책방지기의 입장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2~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책방 콘서트엔 부인 서은지 씨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지인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부인 서은지 씨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래서 동경 책방에서는 부인 서은지 씨의 전공도 살릴 겸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2~ 3개월에 한 번씩 음악회가 열린다. 서은지 씨는 피아노를, 지인들은 바이올린이며 첼로 등을 연주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음악회는 지금까지 10회 이상 진행되었다.

광팬이다시피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김효진 씨. 그는 어쩌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난 뒤부터였다고 한다. 책방지기가 보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표적인 이야기꾼이다. 일단 책은 재미있어야 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손에 들기만 하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그렇게 책에 재미를 붙이면 알고 싶은 게 생기면서 독서량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을 꼽으라면 책방지기 김효진 씨는 서슴없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추천한다.

“동네 책방의 역할”

몇몇 책방은 처음에 책을 도매로 들여오기가 힘들었다. 작은 책방들은 연합회의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잘 안 되었다. 그래도 책방 연합회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 마침 올해 책섬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에서 비로소 책방 연합회가 결성되었다. 이렇게 결성된 연합회에서 이들은 정보를 공유하며 힘을 모은다. 지금 이들이 가장 염려하는 건 ‘도서정가제가 어떻게 될까?’이다.

도서정가제의 향방은 책방지기들의 생계를 좌우한다. 만약에 도서정가제가 사라질 경우, 그들은 책방을 운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문화공간으로서의 동네책방 역할도 사라진다. 동네 책방은 적게 팔리면서도 괜찮다고 여기는 책들을 세세하게 안내해준다. 우리는 동네 책방에서 문화생활도 즐기고, 책방지기들의 추천도 받게 된다. 그런데 동네 책방이 사라지면 그런 기회도 사라진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대형출판사나 인기 작가만이 기회를 얻을 확률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책방지기의 염려다. 누구나 처음부터 인기 작가는 아니다.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인기 작가가 아니면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효진 씨에 따르면 대형출판사가 동네 책방에 적잖이 공을 들이는 책들도 있다. 예를 들면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입소문으로 많이 팔리는 책들이다. 그런 책들은 동네책방이 사라지면 팔리지 않는다. 동네책방에서 판매를 무시하지 못함이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자리와 자연스럽게 놓인 책들

나 역시 인터넷에서 까딱까딱 손가락 하나로 책을 주문했다.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어야 할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방 탐사를 하면서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꽤 많은 책을 구매했다. 물론 처음 읽는 책도 있지만, 다시 읽고픈 책들도 있다. 만약 내가 대도시에 살고 있었다면 동네 책방에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시골에 살고 있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자칫 읽어야 할 책만 읽을 수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마을 책방을 찾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들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책방이 아니었다면 어림없었을 것이다. 

“카페 매상을 올려주는 책”

동경 책방에서 책의 판매가 가져다주는 수익은 아주 미미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책이 손님을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손님을 불러들이며 샌드위치나 커피가 더 팔린다. 게다가 인건비 지출도 줄여준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놓인 책들

가게에서 매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책을 많이 파는 것이다. 커피며 샌드위치를 팔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잖은 인건비가 나가야 한다. 하지만 책을 파는 일은 그렇지 않다. 계산만 해주면 된다. 그러므로 인건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책을 선정하고 주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도 불합리한 사업은 아니다. 샌드위치를 하루에 십만 원어치 팔려면 정신없다. 하지만 책은 몇 권만 찍으면 금세 십만 원이 된다. 게다가 분위기도 한몫한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카페의 수는 엄청나다. 제주 역시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책이 있으면 이점도 많다. 카페만 운영할 경우, 상업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책방은 상업적이면서도 문화공간이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레 언론에 노출될 기회를 얻으면서 홍보도 된다. 특히 음악회가 있을 때는 각 언론사에서 취재도 한다. 네이버에도 홍보해 달라고 문자를 보내면 바로 노출해 주기도 한다. 제아무리 “우리 카페 커피는 맛있습니다. 노출해 주세요.” 하고 외쳐도 노출해주는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책이나 음악회는 사적인 이익과 달리 공유 사항이다. 혜택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또한 책은 인테리어로도 한몫한다. 책이 있는 공간과 없는 공간은 마음부터 다르다. 책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책이 아니면 누가 대통령을 만나고 유명 작가를 만나게 될까. 이처럼 우리는 책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온갖 인문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보지 못할 곳을 가보기도 한다.

책방 내부 천장에 걸린 전등 옆 립살리스와 디시디아밀러언하트, 디시디아가 분위기를 더한다. 립살리스 꽃이 하얗게 피어 마치 또 하나의 꼬마전구를 떠올리게 한다.

아프리카 같은 경우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도 그 도서관은 날마다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아프리카에선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채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서관 하나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도 작년까지 설화나 민담을 채록해 왔다. 그리고 “제주문화원형-설화편2(제주특별자치도, 제주연구원)”가 제작되었다. 이처럼 채록하여 사초로 남겨 놓으면 우리는 다시 그걸 자료 삼아 글을 쓰게 되고 후손들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체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책의 힘은 이처럼 끝없이 뻗어 나갈 것이다.

“동경책방은

독서모임 장소를 찾고 계신가요? 동경 책방에서 장소를 제공해 드립니다.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은 없습니다. 정해진 리더의 안내에 따라 본인이 읽은 책을 가지고 가볍게 “이 책을 읽었습니다.”라고만 하면 됩니다. 독서모임엔 책방지기 김효진 씨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 애월읍 하귀로 74 (2층) 
영업시간 : 오전 09:00 ~ 오후 09:00 (화요일 휴무)
블로그 : m.blog.naver.com/cafe-tokyo
인스타 : www.instagram.com/jeju_cafe_tokyo

고봉선은?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식물과 함께 자랐다. 지금은 허름한 고향 시골집에서 꽃과 함께, 독서지도사를 하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운영위원, 애월문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를 통해 격주로 독자들을 만난다. 마을 책방에 깃든 사람과 책 이야기가 소개된다.

저서로는 시집 ‘詩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꽃과 함께 사는 이야기 ‘詩가 사는 기행식물원1, 2, 3, 4’, 동화집 ‘지우개’가 있다. 식물원 시리즈로 전자도서관에 식물원을 꾸미는 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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