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현을생.
이 보다 더한 예술의 극치가 또 있을까.
현을생, 왕궁리사지 익산. 제공=현을생.

현을생 작가는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아트 인 명도암에서 사진전 ‘옛 절터, 그 자리의 미학’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찾아다닌 국내의 옛 절터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소개한다. 양주 회암사지, 원주 법천사지, 양양 진전사지, 익산 미륵사지 등 사진 속 절터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작품마다 짧은 소감을 더하면서 감성을 자극한다.

작가는 전시 소개 글에서 “거대했던 왕궁터에 남아 있는 기단석과 다양하게 출토된 잔해물들, 완전히 폐허된 절터에 온건히 지키고 있는 석탑의 장대함, 오히려 더 부사진 석조물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입체적 공간, 부처의 진리를 대변하듯 하면서도 애써 시선을 피해 가르침을 전하는 불상들의 자태, 석탑의 고고함을 감추려는 듯 계단에 떨어진 낙엽들의 오브제, 때로는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인공의 흔적이 있지만 대자연을 감싸고 있는 절경에 소스라쳐 소리없는 탄성을 지른 적도 많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비어있는 폐허지에서 꽉 찬 느낌과 또 다른 미학의 극치는 내 마음의 양식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면서 ”종교적 바탕을 떠나 우리나라 건축과 역사에 정체성이 돼 준 이 절터의 미학이 온전하게 보전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시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폐사지 빈터의 쓸쓸함이 스치며 미완성의 부처는 아득히 먼 시간을 붙잡은 채 부워 계시다.현을생, 운주사지 화순.
폐사지 빈터의 쓸쓸함이 스치며 미완성의 부처는 아득히 먼 시간을 붙잡은 채 누워 계시다.
현을생, 운주사지 화순.
사진=현을생.
어찌 석탑만이 보물이겠는가? 그를 지켜 온 돌계단에 시간이 멈춰 섰다.
현을생, 진전사지 양양. 사진=현을생.

작가는 지난 2006년 절집에서의 기억을 담은 사진 산문집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를 펴낸 바 있다. 

현을생은 1955년 서귀포시 신효동에서 태어나 1978년 제주카메라클럽에 가입했으며 1993년부터 2년간 회장도 맡았다. 제9회, 11회 제주도미술대전 사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제2회 전국 제물포 사진대전, 부산 사진 공모전에도 입선했다. 1987년 ‘제주 여인 시리즈1’을 시작으로 제주 여인 시리즈 개인전을 네 차례 개최한 바 있다. 저서로 ‘제주성읍마을’(1990), ‘제주여인들’(1998),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2006), ‘현을생-제주여인들’(2014) 등이 있다.

1974년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청 환경국장, 서귀포시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 서귀포시문화도시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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