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찰,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 100만원 구형...영양식 홍보-피자 제공 ‘법리해석이 쟁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재선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를 앞두면서 2년 만에 다시 정치적 운영을 맞게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4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원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에서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을 이용해 장장 30분에 걸쳐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영양식 죽 홍보와 피자 제공 모두 적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원 지사가 2019년 12월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더플TV' 에서 모 업체의 영양식 죽 세트를 홍보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장 사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을 폈다.

과거 강원도지사의 감자 홍보는 지역의 다양한 특산물을 홍보해 수혜자를 특정할 수 없지만 원 지사는 특산품도 아닌 특정 죽 가공업체를 소개해 개인의 이익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이유로 원 지사가 서울 청계천 등지에서 제주산 감귤 판촉 행사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내세웠다. 위법성을 조각할 사유도 없는 명백한 기부행위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공직선거법 제113조(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당해 선거구에 있는 자나 기관, 단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 대한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 출석을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 출석을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올해 1월2일 제주더큰내일센터를 방문해 프로그램 참여 청년들에게 60만원 상당의 피자 25판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서는 업무추진비 집행 근거의 법률 적용이 최대 쟁점이었다.

검찰은 원 지사의 행위가 선거법상 기부행위 예외 법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부행위의 주체가 제주도정이나 더큰내일센터가 아닌 원희룡 개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원 지사는 피자를 전달하면서 제주도 일자리과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검찰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상 격려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역시 기부행위로 해석했다.

‘제주도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제4조에 근거해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제3조(업무추진비의 집행)에는 업무추진비를 집행하는 회계관계공무원 및 업무추진비 집행 공무원은 규정된 직무활동에 대해서만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도청 일자리과에서 직원 격려품 구입 명목으로 지출 품위서를 작성한 점 등에 비춰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제주더큰내일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른 지원 역시, 도의회 적법절차를 거쳐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지 피자 제공의 근거는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 출석을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 출석을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검찰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빙자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기부행위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태도와 경력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검찰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좁게 해석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내용까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공소를 제기했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변호인측은 영양식 죽 홍보에 대해서는 특정 상품이 아닌 제주 특산품 홍보를 위한 목적이었고 해당 업체 대표와는 개인적 인연조차 없다며 기부행위의 인식이 없다고 맞섰다.

특히 형법 제20조의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검찰의 위법성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피자 제공에 대해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유사 사례까지 언급하며 제주에서만 유독 엄격한 법의 잣대들 들이대고 있다며 검찰측을 겨냥했다.

변호인측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원활한 시책사업을 위해 격려가 가능하고 더큰내일센터도 지원 대상과 유관기관에 해당한다며 해석을 달리했다.

더 나아가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는 금권선거 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빈데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돼서는 안된다’며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4일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원 지사는 최후 진술에서 “도지사로서 모든 도민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특히 소상공인과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소상공인과 청년들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특산품 홍보나 피자 배달 이벤트도 다른 것이 아니다. 이런 마음 때문이었다. 이번 재판으로 당사자들이 마음 고생을 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나온 뒤에는 “재판에 성실하게 임했다. 의도적으로 선거법으로 위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많은 사안들이 결과적으로 재판까지 온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검찰이 공직선거법상 공무담임권 박탈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구형하면서 원 지사는 2019년 선거법 기소사건 이후 2년 만에 또다시 정치적 운명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원 지사는 2019년 2월에도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12월24일 오전 10시30분 선고 공판을 열어 1심 형량을 정하기로 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원 지사는 지사직을 박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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