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운행제한 공고 처분 취소 승소 판결...제주도, 수요조사 재용역 ‘사실상 증차’ 

원희룡표 제주교통혁신계획으로 촉발된 렌터카 총량제 전쟁에서 제주도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감차 정책에서 방향을 틀어 당장 새해 초부터 증차를 염두해 둔 용역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현룡 부장판사)는 제주렌터카와 롯데렌터카 등 4개 업체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차량 운행제한 공고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2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통체증 유발 등을 이유로 제주특별법상 자동차 운행제한의 특례에 따라 행정처분을 했지만 공익을 위해 업체의 차량까지 줄이는 것은 사익의 타격이 더 크다”고 밝혔다.

렌터카 총량제 논란은 2018년 3월20일 ‘자동차대여사업 수급계획의 수립 등에 관한 권한’이 담긴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시작됐다. 시행일은 6개월 후인 그해 9월21일이었다.

당시 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렌터카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증차에 나서자, 제주도는 그해 3월14일 ‘제주특별자치도 렌터카 증차 및 유입 방지 계획’을 마련해 증차를 사전에 차단했다.

제주도는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제33조(교통수요관리의 시행)와 제34조(자동차의 운행제한)에 근거해 증차를 막고 다른 시도 주사무소 등록 렌터카에 대한 일시상주 영업신고도 거부했다.

제주도는 감차 시한을 한 달여 앞둔 5월29일자로 자율감차 미이행시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를 어기고 운행할 경우 1회당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자동차관리법 제25조(자동차의 운행 제한)에 따라 국토부장관은 극심한 교통체증 지역의 발생 예방 또는 해소를 위해 경찰청장과 협의해 자동차의 운행 제한을 명할 수 있다.

제주도가 예정대로 2019년 5월8일 운행제한 공고에 나서자, 렌터카 업체가 줄줄이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그해 5월27일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운행제한 효력은 정지됐다.

어제(24일) 본안 소송까지 제주도가 패소하면서 총량제의 핵심인 ‘제주특별자치도 자동차대여사업 차량 운행제한’은 공고 1년6개월 만에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제주도는 자율적으로 차량을 줄인 도내 업체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2019년 8월13일 ‘제주도 자동차대여사업 수급조절계획’을 변경 공고해 감차 기간을 유예하고 일부 증차를 허용했다.

그해 11월4일에는 수급조절계획을 또다시 변경해 자율감차를 완료한 업체끼리 렌터카 양도·양수를 허용했다. 이들 업체간 제한적 렌터카 신규 및 변경 등록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제주도는 운행제한 공고 전인 2019년 1월부터 렌터카 수요 분석을 통해 적정대수를 2만9000대로 예측했다. 반면 실제 목표대수는 2만5000대로 정해 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소송전이 불거지고 자율감차까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현재 차량은 2만9000대에서 멈춰섰다. 그사이 렌터카 수요가 늘면서 차량 감축이 아닌 증차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결국 제주도는 총량제 도입 2년만에 렌터카 감축 정책을 뒤엎고 수요 조사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새해 예산에 용역비 5000만원도 편성했다. 사실상 증차를 고려한 용역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렌터카 총량제를 처음 논의했던 2017년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개별관광객 증가로 비수기에도 차가 부족하며 증차를 요구하는 업계의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차를 할 경우 자율감차에 적극 협조한 업체에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며 “운행제한 소송은 패소했지만 항소 등 법적 대응은 법무팀과 논의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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