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공육사, ‘멍’ 12월 4~5일 공연...제주 유배 광해군 말년 조명

광해군이 유배지 제주에서 보낸 마지막 순간을 연극으로 재조명한다. 특히 영화 ‘살인의추억’ 원작 ‘날 보러 와요’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광림의 신작을 제주에서 처음 소개한다. 

제주 극단 공육사(대표 류태호)는 12월 4일과 5일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연극 ‘멍’을 공연한다. 김광림 작, 신동인 연출이다.

이 작품은 광해군의 제주 유배 시절 삶을 모티프(motif)로 창작했다. 왕으로서의 광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광해’가 겪은 마지막 삶을 통해, 기억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왕위를 잃고 유배를 떠난 지 일 년도 지나지 않아 가족을 모두 잃은 광해(배우 류태호). 그는 술독에 빠져 세월을 보내다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을 방금 즉위한 왕이라고 여긴다. 그런 광해를 안타깝게 여긴 나인 애영(황석정)은 광해의 삶을 놀이로 만들어 광해의 기억을 되찾아주고자 한다. 

‘멍’은 무엇보다 한국 대표 극작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김광림의 신작·초연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김광림은 1952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했다. 극단 연우무대, 극단 우투리에서 연출·예술감독 등을 맡았고 서울공연예술제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중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날 보러 와요’를 쓰며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 밖에 ‘사랑을 찾아서’, ‘집’, ‘우리나라 우투리’, ‘홍동지놀이’ 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동아연극상 연출상(1989), 백상예술상 대상(1993) 등을 받았다.

‘멍’은 김광림이 5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인데, 제주를 배경으로 하고 제주에서 초연을 가진다. 

연출 신동인은 극단 작은신화 연출가로 활동했고 현재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극 '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 '만선', 밀실수업' 등을 연출했다. 서울연극제 대상(2008), 연출상-우수작품상(2011년) 등을 수상했다.

광해군은 류태호가 연기한다. 류태호는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극 무대 위에 배우로 출연하는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류태호와 김광림은 연극 ‘날 보러 와요’, ‘슬픈 인연’ 등에서 각각 배우·연출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광해군을 보좌하는 애영은 황석정이 맡았다. 영화, 드라마에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폭넓은 인지도를 지닌 배우다. 여기에 화려한 가면극 놀이를 펼치는 '제주 광대' 역은 김기남, 박경진, 이정주, 백진욱, 이유근, 박선혜 등 젊은 배우들이 연기한다.

제작진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여러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기술감독은 강경호, 분장은 전미리, 영상은 고동욱, 디자인은 이인호, 조명은 이주민, 음향은 고종현이 담당한다. 작품 속 제주어는 KBS드라마 ‘어멍의 바당’을 쓴 김선희 작가가 감수했다.

‘멍’은 제주 초연 이후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방송통신대학교 열린관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류태호 대표는 “광대들이 제주어로 질펀하게 노는 모습이나 극중 무대에 보여지는 아름다운 제주 풍경 등은 관객 마음에 광해의 기억이 더욱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며 “제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 ‘멍’은 극단 공육사의 연극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공육사는 지난해 제주에서 창단한 극단이다. 제주와 제주어를 바탕으로 공연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관람 시간은 12월 4일 오후 7시, 5일 오후 4시이다. 관람료는 성인 2만원, 청소년(고등학생 이하) 1만원, 15명 이상 단체 1만5000원이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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