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다섯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옵 서, 갑 서’, ‘옴서(書) 감서(書)’의 ‘서‘와 바람소리 ’셔‘는 어떤 관계일까.

옴서(書)와 감서(書)는 전주의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책이 ‘옴서(書)’, 빌려 가는 책이 ‘감서(書)’, 하루에도 수십 번씩 책 ‘이음’, ‘옴서(書) 감서(書) 차(車)’에 책을 실어 나른다.

제주도에서 늘 사용되는 말 중에 ‘있수가?(있습니까?)’가 있다. 또 이의 단축형인 ‘셔?(있어?)’를 곧장 사용한다. 원어는 ‘싯다’이고 ‘있다’의 제주어다. 자리(席)나 공간을 차지한 상태로 사람이나 동물이 일정한 곳에 머물러 살거나 지내는 상태다. 셔의 여는 동사의 연결어미 ‘어, -여’로 그 동사가 뜻하는 행동이나 변화가 끝난 상태가 지속됨을 나타낸다. 즉, ‘셔’는 ‘싯다(있다(有), 존재상태 Static Status)+여(오고 가는 행태(行態) Dynamic Status)’다.

바람 많은 제주 지방의 언어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게 경상도 지방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말이나 하던 일이 바람처럼 날라 간다는 뜻. 출처=김종성, 오마이뉴스.
바람 많은 제주 지방의 언어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게 경상도 지방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말이나 하던 일이 바람처럼 날라 간다는 뜻. 사진출처=김종성, 오마이뉴스.

오승철(제주 위미, 1957) 시인의 한국 시조 대상(2016) 수상작인 시(詩) ‘셔’에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 오승철 '셔' 중에서 -

감동(感動)의 시(詩)다. 바람은 오늘도 ‘임자, 셔?’, 문(門) 엽서‘ 등 말을 흘리고 한라산을 오르고 있다.

바람의 언어 “셔?”

제주에서 바람은
밤낮을
오고
가면서
‘셔?’,
‘셔?’
안부(安否)를 묻는다.
제주 사람들도 바람 괸 당의 입말(口語)을 닮아‘서’
한저 옵‘서’
밥 먹엉 갑‘서’
끝말
옵 ‘서’
갑 ‘서’
둘이 더해지면
 ‘서’+‘서’=‘셔?’.

- 이문호의 바람의 언어  “셔” 전문 -

우주(宇宙)에 사는 바람끼리의 말(語)인 ‘셔’를 제주사람들은 지상(地上)에 있는 인간의 말로 환생(幻生)시켜 ‘서’인 ‘옵 서, 갑 서’로 바람도 같이 듣는 말로 말한다. 이는 제주사람은 ‘바람 사는 괸당나라’에 같이 살고 있음이다. 바람유체(流體)가 언어에의 마코브(A.Markov, 1856-1922, 러시아 확률 수학자) 체인(Chain) 현상, 즉 구어체와 바람과의 유연한 흐름의 동화(同和)이다.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 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