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6차산업人] (18) 동의보감 소개된 ‘석창포’에 제주 가치 담는 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생명력이 끈질기며 물이 없는 곳에서도 잘 자라고, 번식력이 좋은 데다 성질이 강한 석창포. 척박한 땅에서 역경을 헤쳐가며 삶을 일궈온 제주인의 강인함을 닮아있는 석창포를 통해 건강한 제주를 만들어가는 곳이 있다.

도민 건강을 생각해 석창포를 발효시켜 독성을 제거하는 특허 기술을 개발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주변 농가와 협업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환경을 생각한 친환경 컵을 제공하고 누구나 편히 들어올 수 있도록 장애물이 없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천하는 등 사람과 자연을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6차산업 인증업체다.

석창포를 통한 미식과 경험적 가치로 삶의 건강한 휴식을 지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꿈을 펼쳐내고 있는 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문경자(48, 사진 오른쪽) 대표, 김성은(52) 이사 부부를 [제주의소리]가 만나봤다.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 가치가 담긴 건강한 석창포 제품을 통해 제주를 알리겠다는 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김성은(사진 왼쪽) 이사, 문경자 대표. 지난해 12월 농업농촌의 미래를 열어갈 6차산업 인증을 시작으로 이들은 단단한 꿈을 가지고 당차게 출발했다. ⓒ제주의소리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그린페블 앞 펼쳐진 석창포 밭 전경.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석창포는 예로부터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등 한의학 분야서 많이 사용되던 약재입니다. 총명탕의 주재료로 사용되기도 하죠. 석창포가 생소할 수 있지만, 성격은 강인한 제주인과 닮아있어 친근한 존재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를 알리고 농업농촌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진일보할 겁니다.” 

천혜의 제주 자연을 벗 삼아 형성된 돌담과 처마 아래, 습지의 바위틈 등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석창포. 강인한 생명력과 같은 뛰어난 효능으로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돼온 식물이다.

추위에 약해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석창포는 그 줄기가 총명탕 등 재료로 활용되는 등 한약재로 쓰인다. 조선시대 의관 허준이 저술한 조선 최고 의서 동의보감에는 석창포에 대한 효능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동의보감 내경편에 따르면 석창포는 ‘지혜를 더해주어 총명하게 한다’, ‘목소리를 잘 나오게 한다’, ‘뱃속의 여러 가지 충들을 죽인다’, ‘심의 구멍(心竅)을 잘 통하게 하고 건망증을 치료하며 지혜를 기른다’ 등 효능이 있다.

이들이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석창포를 활용해 초콜릿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석창포 농부인 문 대표 둘째 형부의 제안과 2015년 제주시 향토산업 육성 지원사업이 시발점이었다.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석창포 추출액이 함유된 제주석창포 프랄린 초콜릿 제품.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그린페블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통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추억을 선사하고 석창포를 알리고 있다.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부부는 석창포라는 자원이 흔치 않은 데다 오랜 기간 석창포를 재배한 형부가 있어 든든하고, 제주 감귤 초콜릿 공장 운영 경험이 있었기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더불어 석창포를 활용한 제품을 만든다면 도민 건강과 농가소득을 이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석창포는 가공할 때 베타-아사론(β-asarone)이라는 독성이 나와 뜨거운 물로 추출하는 열수추출물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점이 걸림돌이었다. 식품공전 상 액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던 것.

이에 따라 부부는 석창포의 좋은 성분을 온전히 소비자가 누릴 수 있도록 제주한의약연구원과 함께 베타-아사론을 줄이는 특허 기술을 개발해 발효차를 만들어냈다. 

발효를 통해 맛과 향을 부드럽게 하고 열수추출물 방식보다 아사론 성분 추출을 줄여 안전한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통해 부부는 액상 형태가 아닌 티백 형태로 섭취해도 안전한 제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석창포 발효 과정은 △건조 보관된 제주 석창포 선별 △길이 8mm 분쇄 △30분간 찜기 증숙 △미생물 혼합 발효 △일정 기간 숙성 △수분 함유량 8% 이하 맞춤 건조 △덖음기를 통한 교반 등으로 이뤄진다. 약 25일에 걸친 발효 과정을 거치고 나면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석창포 발효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특허 기술로 발효시킨 제주석창포 발효차 제품.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특허 기술로 발효시킨 석창포 발효 제품과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 만든 제주석창포 메모리 제품.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부부는 특허뿐만 아니라 석창포 원료 자체에도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3300여㎡(약 1000평) 규모 땅에서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5년간 기른 석창포만 활용하고 있는 것. 긴 시간 제주의 바람과 햇빛이 키운 석창포를 사용한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린페블은 5가지 한약재를 더한 음료 ‘제주 석창포 메모리’, 특허 기술로 추출한 석창포 농축액을 담은 ‘제주 석창포 프랄린초콜릿’ 등을 판매 중이다. 또 초콜릿 제작 공장인 만큼 카카오에 석창포 농축액을 입힌 ‘제주 석창포 카카오닙스’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부부는 초콜릿 공장 설계 당시부터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해썹(HACCP) 기준 만점을 고려하는 등 위생에도 신경 썼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 이와 함께 카페를 조성해 석창포 접근성을 높이고 체험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수제 초콜릿 만들기, 석창포 화분 만들기 등 체험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초콜릿과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고, 함께 온 부모들에겐 제주와 석창포를 동시에 알리고 휴식과 편안함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석창포 화분 만들기는 재사용 컵을 활용해 환경을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일회용 컵을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 개념이 적용된 것. 심지어 컵 자체도 옥수수 전분 추출 원료로 만들어진 생분해성 친환경 플라스틱컵(PLA)이 사용됐다.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석창포 화분 만들기 체험.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석창포 화분 만들기는 일회용 컵을 재사용하고, 일회용 컵마저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는 등 환경 가치가 고려됐다. ⓒ제주의소리

이와 함께 부부는 카페 공간과 교육장 전체를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뜻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조성해 장애 당사자들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생각의 바탕은 경험에서 나왔다.

약 25년 전 문 대표가 임신한 지 4개월이 막 지났을 무렵 남편인 김 이사가 신장문제로 투석을 시작하게 된 것. 김 이사는 젊은 나이에 후천적 신장 장애를 갖게 돼 우울증이 생기기도 했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중에 장애 등급으로 인정이 돼 지원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신장이 계속 나빠져 문 대표는 남편인 김 이사에게 신장을 이식했다. 다행히도 혈액형이 맞아 이식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부부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집하게 됐다. 공감을 바탕으로 부부는 그린페블을 설립하기 전부터 이미 꾸준히 재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단다.

문 대표는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 더욱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평등한 환경에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편견이 조금은 덜 했으면 한다. 앞으로 조성되는 모든 시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페블의 이름도 환경을 떠올리고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그린’과 매끈한 조약돌인 ‘페블’의 뜻을 합쳤단다. 모난 곳 없는 조약돌처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부부의 다짐이 담겼다.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그린페블 카페 전경.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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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월림리 그린페블 카페 내부 모습. 1층 모든 공간은 누구나 이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졌다. 사진=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의소리

6차산업에 대해 “제주는 6차산업 센터가 많이 노력해준 덕분에 상대적으로 환경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제주서 구슬땀 흘리는 농부들이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소득을 얻었으면 한다. 더불어 소비자들께서도 가격보다 가치를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으니 “석창포 줄기만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앞으로는 버려지는 뿌리와 잎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더 높일 생각이다”라며 “특히 석창포 잎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가 난다. 이를 활용한 아로마 제품이나 찜질 재료를 만들 생각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은 지난해 6차산업 인증을 받은 뒤 제주를 알리고 도민들에게 행복과 건강을 선물하기 위해 열심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는 그들의 당찬 출발이 기대된다.

새오름영농조합법인 그린페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수동7길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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