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3] 제주교육당국 거리두기 1.5단계에 따른 방역 강화...각 가정 '격리 속 격리' 이중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질 제주지역 시험장에 설치되고 있는 책상 칸막이. ⓒ제주의소리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질 제주지역 시험장에 설치되고 있는 책상 칸막이. ⓒ제주의소리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이수경(47)씨는 이달 중순부터 근무형태를 자택근무로 전환했다. 영업직의 특성 상 발품을 판 만큼 수익이 되지만, 벌이를 운운할 상황이 되지 못했고, 다행히 회사의 양해를 얻었다.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 구입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외부와의 발길을 거의 끊었다.

수험생인 아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기상 후 아침밥을 먹고 곧장 방으로 들어간다. 점심과 저녁 식사 후에도 마찬가지다. 퇴근한 아버지와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누나와도 굳이 마주하지 않는다. 온 가족이 수험생을 위해 각자의 공간에서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다.

이씨는 "최근 제주에도 다시 코로나19가 퍼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보니 온 가족이 긴장하고 있다. 아들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미안해하지만 가족들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정도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작 가장 힘들었을 이는 수험생 당사자인 아들이다. 집 안에서도 방안에만 갇혀 있는, '격리 속 격리'가 일상화 됐다.

이씨는 "올해 들어 다니던 학원을 가지 못해 공부하는 흐름이 끊겨 크게 걱정이 됐다. 나름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책상 위치도 바꾸고 커튼도 새로 달았는데, 그래도 잘 이겨내줘서 대견하고 기특하다"며 아들을 응원했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은 물론, 가족과 주변인들까지 '안전한 수능'을 치르는데 안간힘이다.

제주도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은 지난 23일부터 일주일 째 격리 아닌 격리에 들어갔다. 등교수업이 전면 중단됐고, 학원이나 교습소는 물론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의 출입도 자제토록 권고하면서다.

전국적으로 수험생 확진-격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최근 지역감염 사례가 잇따른 제주 역시 초긴장 상태다.

지난 26일까지 전국적으로 확진 통보를 받은 수험생은 21명, 자가격리 수험생은 144명으로 집계됐다. 수험생 코로나19 감염 현황이 새롭게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후에는 서울시내 수험생 확진자만 12명, 격리자는 57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1월 학생 확진자의 감염 사유의 70%가 가족 간 감염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남은 사흘 만이라도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가정 내에서도 가급적 거리두기 실천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제주교육당국 역시 수능 방역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수험생의 불필요한 외출이나 밀집시설 이용 등을 자제토록 하고,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시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주도내 모든 고등학교의 등교수업이 전면 중단됐다. ⓒ제주의소리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등교수업이 중단된 제주도내 고등학교 정문. ⓒ제주의소리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방역관리를 위해 새로운 준수사항이 추가됐다. 특히 수험생이 직접 조치해야 하는 사항도 다수 포함돼 있어 관련 내용들을 명확히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비소집일은 예년처럼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수험표를 받고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는 경우가 없도록 시험장 위치 등을 사전에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 시험장 건물로 입장하는 것은 금지된다. 

만에 하나 수험생 당사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격리될 경우 직계 가족이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지인을 통해 수험표를 대리로 교부받을 수 있다. 확진 수험생은 병원 시험장인 제주대학교병원 음압병실에서, 격리 수험생은 별도 시험장인 신제주외국문화학습관,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험 당일에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험장 출입이 가능하다. 오전 8시 10분까지는 반드시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입실 전에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며 발열 등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체온을 측정하는 관계자에게 미리 증상을 알려야 한다. 시험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분실이나 오염 등에 대비해 여분의 마스크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망사 마스크나 밸브형 마스크와 같이 비말 차단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은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시험장 관계자에게 요청하면 마스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올해는 수험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책상 칸막이 설치 등으로 인해 신분 확인 절차가 더 철저하게 진행된다. 수험생은 감독관의 신분 확인 요구에 마스크를 잠시 내려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 칸막이를 활용해 시험 내용을 적어 두거나 손동작을 하는 것도 일절 금지된다.

쉬는 시간에 서로 모여 있거나 대화하는 것도 자제하고, 점심시간에는 본인의 자리에서 도시락으로 식사해야 한다. 시험장에는 정수기 등 음용 설비를 운영하지 않으므로 개인이 마실 물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격상된만큼 지금까지 시행했던 방역 조치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수험생은 물론 가족들과 주변인들까지 학부모의 마음으로 외부 모임을 자제하고 방역 수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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