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20)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종종 학교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특별히 청소년노동인권에 관한 주제였다. 강의 중에 학생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한 달에 어느 정도의 돈이, 어디에 필요합니까?” 아이들의 답은 참으로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교통비, 학원비, 교재비, 식비, 문화비 등등 이었다. 군것질하는 비용이 많다 적다, 책을 안 사도 된다. 옷은 꼭 사야 한다, 부모님에게 손 벌리면 돈 하나도 안 든다 등등 의견도 가지각색이다. 대략 정리해보면 한 학생이 한 달 쓰는 돈은 50만 원 전후이다. 하지만 학원을 좀 더 다닌다든지? 여타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50만 원은 좀 적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질문했다. “그러면 여러분은 한 달에 얼마 정도 벌 수 있나요?” 여러 장난 끼 어린 답변들이 돌아왔다. ‘뭐 하루 종일 일하면, 그 정도는 쉽게 벌어요.’ ‘야 그럼 학교는 언제 가냐?’ ‘공부해야 해서 돈은 못 벌어요’ ‘감귤 며칠 나르면 몇 달은 견뎌요’ 등등 왁자지껄이다. 이래저래 재어보고 재어봐도 쓰는 돈에 미치지 못한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말한다. ‘먹을 걸 줄이자! 하루 한 끼’, ‘영화 보지 마라!’, ‘학교는 걸어다니자’ 등등. 한 학생은 ‘학원 다니지 말고 수업 잘 듣자!’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이다. 학생들이 편의점이나 기타 일자리에서 하루에 3시간, 한 달에 25일 정도 시간제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월 급여가 644,250원이 된다. 얼추 학생들이 이야기한 한 달 생활비 정도는 나온다. 학생이라는 입장을 생각해보면, 일요일 하루 정도만 빼고, 매일 3시간씩 노동을 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뒤집어 생각해보면 매일 3시간씩 일을 한다면 학생들의 공부시간과 휴게 시간, 문화생활 시간 등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으로서 학생들의 삶의 질이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많은 학생의 경우 생계비를 벌지 않고 부모님들이 벌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현실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들에게 전가된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부모들은 월 1,795,310원을 받지만, 아이들 교육비와 가족 전체의 생계비를 보충하다 보면 일하는 부모의 삶의 질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20년 새해 최저임금이 시급 8,590원으로 올랐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대비 2.9%, 240원이 오른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다. 사람들의 노동으로 사람들의 인간적인 삶이 좀 더 풍요롭고 윤택해져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노동하는 사람, 농어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동과 땀에 대한 사회의 보상과 가치 부여를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다.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필수 조건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최저임금은 그나마도 최저가 아닌 임금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꾸려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사회는 그저 기초적인 삶의 조건이 마치 전부인 양, 노동자들에게 팍팍한 인생이 기본이라는 투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또 다시 많은 사람은 생업으로 조그마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있지만, 농산물을 직접 생산 판매하는 농민들도 있고, 어부들도 있다. 이들의 생계에서 고용된 사람들의 인건비는 무시하지 못할 비용이 된다. 그렇다고 자가 노동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농민단체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농민들은 최저임금으로도 외국인을 고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은 행정에서 지원해줘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자칫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발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고민해보면 그들의 이야기 또한 한 부류의 사람들의 인간적인 삶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담겨있다. 그들의 벌이로는 고용된 사람들의 인간적 삶을 보장해줄 정도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경제는 늘 성장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사람들의 삶은 왜 늘 팍팍하기만 할까? 문제는 경제적 부가 노동자의 노동으로, 소상공인이나 농부와 어부들의 땀으로 재분배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최저임금이 인간적 삶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인데, 그 부담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중소상공인들이나 농어민들에게 전가하는 구조적인 불평등이 문제다.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투자를 통한 자본 증식으로 많은 부가 덩어리져서 사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다. 엄청난 금액의 숫자들이 이곳저곳에서 잭팟 터지듯 터지고, 사람들은 그 잭팟에 대한 환상을 희망으로 삼게 된다. 하지만 돈 덩어리가 지나간 곳은 온갖 사기와 배임 사건이 난무한다. 너무 과도한 부의 왜곡은 과감하게 시정하고, 사회의 부가 노동과 땀의 성과로 재분배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 부가 새롭게 다시 정의되고, 공정하게 분배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노동으로 사람들의 인간적인 삶이 좀 더 풍요롭고 윤택해져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노동하는 사람, 농어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동과 땀에 대한 사회의 보상과 가치 부여를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의 재분배를 공적 구조를 통해 조정해볼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라도 제주도민 기본소득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대안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모두가 다 풍요롭게 사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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