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창업 뛰어든 16세 소녀들 “환경 기여하는 공동체사업 꿈꿔요”
사회적기업 창업 뛰어든 16세 소녀들 “환경 기여하는 공동체사업 꿈꿔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능 밖, 모든 청소년의 희망을 응원합니다] 볍씨학교 사회적기업 창업 도전 양사랑·김은수 양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 날이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를 상징하는 날이다. 그러나 제도권 교육을 통해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것 만이 인생의 정석은 아니다. 행복과 성공의 정석은 더더욱 아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천편일률적 수능 보도를 벗어나 자신의 꿈을 좇아 치열하게 살아가는 학교밖청소년들의 당찬 얼굴들을 만나 봤다. 그들은 물론 모든 청소년들이 흘리는 땀과, 꿈꾸고 있는 희망을 힘껏 응원한다. [편집자]  
발효식품 '템페'를 활용한 창업을 준비중인 볍씨학교 제주학사 양사랑 양과 김은수 양. ⓒ제주의소리
콩을 원료로 한 발효식품 '템페'를 소재로 창업을 준비중인 볍씨학교 제주학사 양사랑 양과 김은수 양. 둘은 동갑내기 열 여섯살 당찬 소녀들이다.  ⓒ제주의소리

"무모한 도전이라고요? 뭐 그럴수도 있겠는데, 일단 부딪혀 보는거죠. 실패를 하더라도 그 경험이 더욱 값질거에요. 그렇다고 실패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당차고 의연하기까지 했다. 얼굴 한가득 함박웃음을 지어보인 두 친구는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꿈을 이야기했다. 광야의 들꽃처럼, 단단한 바위처럼 살아가는 볍씨학교 제주학사 친구들은 다시 한번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양사랑(16) 양과 김은수(16) 양은 인도네시아 전통음식 '템페'를 아이템으로 활용한 사회적기업 창업을 한창 준비중이다. 직접 아이디어를 낸 제품을 기반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예비 사회적기업가들이다. 좌충우돌하면 어떠랴. 그들의 발걸음은 한치의 두려움도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 대안학교인 볍씨학교는 총 9년간의 교육과정으로 이뤄졌다. 1학년부터 8학년까지 경기도 광명시 소재의 본교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마지막 학년에 '제주학사' 과정을 맞이한다. 2명의 교사와 9학년 아이들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마을에 생활과 배움의 공간을 마련하고 함께 생활하는 방식이다.

이 공간에서는 살아가기 위한 모든 활동이 이뤄진다. 인문학, 철학 등의 교육도 진행되지만 그보다 원초적인 수준의 생존을 배운다. 단순히 식재료를 공수하는 수준이 아닌, 농산물을 직접 기르고, 가꾸고, 수확해야 한다. 숙소가 비좁으면 숙소를 지었다. 

새로운 창업도 생존의 방법이자 배움의 일환이다. 단순히 이윤을 남기기 위한 사업이 아니다. 농사를 지으며 함께 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나가야 할 지, 내게 있어 부족한 모습이 무엇이고, 무엇을 채워가야 할 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발효식품 '템페'를 활용한 창업을 준비중인 볍씨학교 제주학사 양사랑 양과 김은수 양. ⓒ제주의소리
발효식품 '템페'를 활용한 창업을 준비중인 볍씨학교 제주학사 양사랑 양과 김은수 양이 재료로 쓰일 제주산 콩을 살피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업 아이템으로 '템페'를 선정하게 된 데는 수익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들었다.

'템페'는 콩을 발효해서 제작하는 인도네시아 전통음식이다. 칼로리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지방이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칼슘, 철분 등의 공급원이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해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기능성 식품으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볍씨학교의 '템페'는 100% 순수 제주산,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제작된다. 콩 껍질을 벗겨서 삶고, 발효시키면 '라이조프스 균'이 콩 표면을 하얗게 덮는다. 두부와 같이 부드러운 형태로 굳은 템페는 갖가지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육류를 대체할 수 있는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보니 햄버거 패티로도 쓸 수 있고, 튀겨먹는다거나, 볶아먹는 등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은수=왜 템페를 선택했냐고요? 육식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는 문제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기후위기도 점점 실감이 되고 있잖아요. 구체적 대안이 무엇이 있을지,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을 했고, 템페로 육식을 대체하면 환경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주에 있는 콩을 수매해 지역 농산물을 활성화 시킬 수도 있겠구나 기대되기도 했고요.

사랑=축산단지를 지으려면 산림을 벌목해야 하고, 또 소를 키우다보면 메탄 가스가 나오는데 그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하잖아요. 공장식 축산단지에서는 폐수가 많이 나와 지하수가 오염되기도 하고요. 템페의 효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사업을 통해 주변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제작부터 홍보,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순수하게 학생들의 힘으로 이뤄진다. 교사의 역할은 만들어진 제품을 장터로 실어나르는 정도의 부수적인 수준이다. 사업계획서도 아이들이 손수 작성했고, 최근에는 창업 육성 프로그램인 '창업영재 새싹프로그램'에 선정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갓 중학생 티를 벗어난 아이들의 당찬 발표에 현장의 심사위원들도 한 마음으로 박수를 쳐줬다는 후문이다.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제작된 발효식품 '템페'. 사진=볍씨학교 제주학사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제작된 발효식품 '템페'. 사진=볍씨학교 제주학사

두 친구는 사업 초기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려면 그에 걸맞는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발효균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더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종균 실험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장비나 기계, 멸균실 조성도 필요로 한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앞마당에서는 콩을 널어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시도 게으를 수 없는 이유다.

두 친구는 이후에 학사 후배들이 사업을 이어감은 물론, 지역 공동체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꿈꾼다. 궁극적으로는 협동조합 모델로 정착하는 것이 목표다.

은수=생산된 템페 제품이 농민장터와 같은 판매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처음엔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단백질도 포함돼 있고 몸에 좋다고 하니까 아이 엄마들도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요. 이젠 저희 제품을 찾는 분들도 계세요.

일찌기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두 친구는 아직 만 16살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또래 친구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마음 한 켠에 걱정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사랑=불안한 마음이 있기도 하죠. 다른 친구들은 엄청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시기인데, 우리는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후회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의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수= 가족들은 육지에 올라와서 공부를 하라고 하시기도 해요. 저도 여러가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다만 지금은 국어, 영어, 수학보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상황에 부딪히고, 그 경험을 통해 얻는 배움이 더 크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이면 볍씨학교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해서 사업을 이끌어 갈 거에요. 지금은 우리가 시작하지만 이 사업을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제작되고 있는 발효식품 '템페'. 사진=볍씨학교 제주학사
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 제작되고 있는 발효식품 '템페'. 사진=볍씨학교 제주학사

두 친구의 노력은 앞으로의 꿈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평소 경영과 회계에 관심이 있는 은수와, 마케팅·광고 분야를 접해보고 싶은 사랑이는 사업을 꾸려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배움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 중반쯤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꼬박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사랑, 은수= 이왕 시작한 것 잘 해봐야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또 기회도 많으니까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대부분 공통된 결론에 이르곤 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며 온 나라가 어수선한 오늘, 조금만 시야를 넓혀보면 제도권 밖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청소년들이 꿈틀대고 있다. 배움의 방식이 다를 뿐, 무엇을 배워야하는지는 근원적으로 다르지 않다. 볍씨학교 친구들은 오늘도 바로 '의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1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0
제주도민 2020-12-03 23:01:47
학교를 스스로 때려치운건 세상잘못도, 제도권 교육 잘못도 아닌

때려치운 본인 스스로들에게 부적응의 이유를 찾고 그걸 인정한 다음

대안으로 다른 것도 해보겠다 해야지..


늘 때려치운 애들 얘기 들어보면 학교 부적응, 교우관계 부적응, 이런거

본인 잘못은 1도 없고 세상탓, 선생탓,

교육제도탓 하며 때려치운걸 잘했다고 얘기하니 대화가 되나.


학교 교육 부적응자입니다. 라고 인정 한 다음 자신이 하고싶은 말,

일탈없이 미성년자 기간을 어찌 보낼것인지 그런걸 이야기해야 설득력이 있고 얘기가 되지..
121.***.***.115

제주도민 2020-12-03 22:59:03
찬반 또 장난질 하는 사람들 있나..

유독 학교때려친 애들 기사 올라오면

찬반 갑자기 댓글보면서 찬반수 훅 튀어나오더라..

누가 단톡방 공지라도 하나..
121.***.***.115

어떤 대안학교길래 2020-12-03 18:58:17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냐? 볍씨 9년 배우면
벼농사에 대해서 다 알 수 있냐 하면 없다.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배움을 가르칠려면 주변인과 관계자분들의 많은 생각과 관심이 있어야
211.***.***.44

도민 2020-12-03 17:42:47
저거는 공부하면서는 못하는거라??
121.***.***.10

수선화 2020-12-03 14:26:20
좋은 기사입니다.
수능날, 여러모로 의미있는 기획이네요
용기있는 소녀들에게도 응원의 박수 보냅니다~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