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행정동우회, 제주·중국 교류 아카데미...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부장 초청

제주도 행정동우회(회장 김형수)는 4일 제주미래컨벤션센터에서 ‘중국문화 교류협력 아카데미’ 네 번째 일정을 진행했다. 아카데미는 중국문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양 지역 발전에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교류협력 사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의는 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을 초청해 ‘유라시아의 십이지 문화-동아시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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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이 제주도 행정동우회 네 번째 중국문화 교류협력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민 전 부장은 ‘십이지(十二支)’ 문화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도, 베트남, 태극 등 동남아시아와 티베트, 몽골, 카자흐스탄 등 유목 문화권, 그리고 서아시아와 이집트, 러시아, 유럽 지역까지 실생활과 밀착돼 있는 ‘유라시아의 문화 공통어’라고 분석했다.

돼지는 지난해를 상징한 동물인데, 그 중에서도 멧돼지는 ‘부활의 상징’으로 불린다. 고대 페르시아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의 전승신(戰勝神) ‘베레스라그나(verethragna)’의 화신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석굴이나 중국 신강의 키질 석굴 불교 벽화에도 연주문 멧돼지 도상이 묘사돼 있다. 

조로아스터교는 멧돼지를 ‘명계(冥界)’에 내려와 태양을 동쪽 끝으로 유도해 재생을 돕고, 물 아래에 잠긴 세상을 끌어올려 구제하는 역할‘로 인식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와 인도에서 죽은 자의 영생을 기원하는 도상으로 멧돼지가 많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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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아카데미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민 전 부장은 “불교에 유입돼 사자의 영생을 기원하는 조로 아스터교의 멧돼지 도상은 고대 한국 문화에도 접목돼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경주에서 발견된 금동신발을 예로 들었다. 경주 금동신발에는 멧돼지의 정면관, 측면관, 연화문을 반복해서 시문했다. 불국사 극락전 정면 현판 뒤편에는 입체 멧돼지 조각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한국의 불교조각에 사례가 없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멧돼지 뿐만 아니라 쥐, 소 역시 곳곳에 등장한다. 중국 각지에서 전래돼 온 ‘쥐 시집가는 날’ 이야기는 베트남과 인도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시대와 지역을 떠나 인간 사회의 세태를 풍자하는 대표적인 설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민 전 부장은 “한국 불교미술의 가장 대표적인 도상 가운데 하나인 사천왕 가운데 북방을 수호하는 ‘다문천’은 재보와 복덕을 관장하는 신이다. 현재 중국은 다문천이 재화를 토해내는 망구스로 묘사된 사천왕 신상이 많이 남아있다. 단, 한국에서는 호국신앙 영향으로 도상에 무신으로서의 성격이 많이 강조돼 있다”고 설명했다.

민 전 부장은 “중국 남북조시대 당시 동아시아에서 서역 지방에 걸쳐 조영된 묘실에는 묘주의 생전 모습을 묘사한 다양한 벽화가 꾸며져 있다. 벽화에는 소와 말이 망자의 혼을 극락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수단으로 표현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 도상의 형성에는 서아시아의 조로아스터교 문화와의 관련성이 엿보여 흥미롭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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