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76. 우묵사스레피 (Eurya emarginata [Thunb.] Makino) -차나무과-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낡은 벽에서 흔들거리며 걸려 있습니다. 그 한 장의 달력이 겨울을 준비하는 마지막 잎새처럼 가냘프게 느껴지는 12월입니다. 

가을에 잎이 모두 떨어져 버리고 봄에 새순이 나는 낙엽수와는 달리 연중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상록수인데, 오늘 소개해 드릴 나무가 제주 해안가에서 많이 관찰되는 상록성 나무인 우묵사스레피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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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세찬 바닷바람에도 잘 견디는 늘 푸른 상록성 수종인 우묵사스레피는 뒤로 약간 말려 들어간 동그랗고 작은 잎도 귀엽지만 열매가 쥐똥같이 생겼다고 해 섬 지방에서는 '섬쥐똥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하고 '갯쥐똥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스레피나무와 비슷하나, 잎이 뒤로 말려 우묵하게 들어가 우묵사스레피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사스레피의 이름 유래를 찾아 보면 제주의 방언인 '가스레기낭'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가스레기'의 어원을 찾을 수 없어 정확한 유래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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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묵사스레피 암꽃. ⓒ제주의소리

11월에 꽃이 피는 이 우묵사스레피는 겨울까지 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고 한 해 전에 맺힌 열매와 같이 꽃이 달린 모습도 관찰할 수 있는 나무입니다.

암수딴그루로 보통 수꽃이 많이 보이지만 열매가 달린 나무를 찾아보면 암술머리가 나와 있는 암꽃을 볼 수 있는데 백색의 꽃이 1~4개씩 모여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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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묵사스레피 암꽃. ⓒ제주의소리

바닷가에서 만나는 우묵사스레피와는 다르게 봄철 양지바른 난대림의 나무들 사이로 자잘한 톱니와 갸름하고 도톰한 잎사귀를 달고 있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를 흔히 만날 수 있는데, 바로 난대림의 붙박이인 사스레피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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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레피나무. ⓒ제주의소리

우묵사스레피의 수꽃은 수술이 10개 이상 달려 암꽃과는 확연하게 구별이 됩니다. 암꽃보다는 조금 큰 편이며 꽃잎은 5장입니다.

겨울철 제주의 해안가를 거닐다 보면 이런 우묵사스레피 꽃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독특한 향기도 가지고 있어 냄새 때문에 민원이 제기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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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묵사스레피 수꽃. ⓒ제주의소리

우묵사스레피나 사스레피나무는 둘 다 차나무과로 가지를 많이 치며 잎이 많은 것이 특징이지만 이 두 나무들의 생육적 분포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해발이 900여미터 이하인 숲속이나 골짜기에 분포하는 나무는 사스레피나무가 주로 자라고 제주 해안변에서는 이 우묵사스레피 나무가 분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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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묵사스레피 수꽃. ⓒ제주의소리

우묵사스레피의 꽃말이 '기억 속에 새기다'라고 합니다. 우묵하게 들어간 잎 때문에 기억 속에 넣기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잡코리아에서 최근에 2020년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였는데 '적막강산(寂寞江山)'이 꼽혔다고 합니다. 앞일을 내다볼 수 없게 답답한 지경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백신 개발도 되고 내년에는 코로나가 종식되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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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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