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2) [종합] 일반재판 김두황 할아버지 무죄 선고...군법회의 수형인 7명은 21일로 선고 미뤄

4.3당시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수감 생활을 한 김두황(93) 할아버지가 7일 제주지법 재심 판결에서 71년만에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창간 15주년을 맞아 연속 기획보도한 [생존수형인 4.3을 말하다]의 당사자 중 한명인 김두황(92) 할아버지 재심사건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4.3 재심 무죄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수감 생활을 한 김두황(93) 할아버지의 재심사건에서 7일 무죄를 선고했다.

오전 9시40분 시작된 재판에서 담당판사가 역사적인 ‘무죄’를 언급하자 방청석에 있던 김 할아버지의 가족과 제주4.3단체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피고인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했고 입증 책임이 있는 검사는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증거가 없어 검찰도 무죄를 구형한 만큼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증거관계만으로는 공소사실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 해당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제주지방법원이 7일 제주4.3 생존수형인 김두황(92) 할아버지에게 무죄 선고 직후 법정에 앞에서 딸 김연자(63, 사진 왼쪽)씨가 아버지의 가슴에 무죄와 진실을 의미하는 나리꽃을 달아주려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오임종 신임 제주4.3유족회장. 

판결 직후 재판부는 별도의 입장 발표를 통해 해방직후 극심한 이념 속에서 스물 살 청년이 반정부 활동을 이용해 억울하게 처벌을 받았다며 김 할아버지를 위로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존엄이 희생되고 삶은 피폐됐다. 92세의 피고인은 그동안 하소연 한번 못하고 운명이라 여겼다. 이번 선고가 여생의 응어리를 푸는 출발점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할아버지는 무죄 선고 직후 법정에서 “재판장님 감사하다. 4.3희생자 신고를 하게 해준 대통령께도 감사하다”며 연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서 나온 김 할아버지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따뜻한 봄이 왔다.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딸 김연자(63)씨는 “재판을 받은 날마다 아버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살아 계실까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이런 날이 찾아와 너무 축하드린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번 소송을 이끈 양동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는 “늦었지만 72년만에 억울하게 징역살이와 오랜 세월 전과로 살아온 불명예를 씻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현장을 찾은 오임종 신임 제주4.3유족회장은 “역사적인 날이다. 3만 영령이 하늘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오늘 재판이 응어리진 4.3해결의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회에 계류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안도 하루 속히 처리돼 3만 영령의 한이 풀려야 한다. 국회에 호소한다. 올해를 넘기지 말고 반드시 4.3특별법을 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2차 생존수형인들은 2019년 10월22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1년만인 올해 10월8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11월16일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역사적인 무죄 의견을 냈다.

검찰의 구형대로 선고가 이뤄진 만큼 항소없이 재판이 확정될 전망이다. 선고가 확정되면 향후 무죄 판결에 따른 형사보상과 이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재판부는 오늘(7일) 2차 생존수형인 8명이 중 군법회의를 통해 옥살이를 한 김묘생(92) 할머니 등 7명에 대해서도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지만 판단을 21일로 미뤘다.

이보다 앞선 2017년 4월19일 1차 생존수형인 18명이 국내 최초로 4.3관련 첫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1년9개월에 걸친 법정공방 속에서 2019년 1월17일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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