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한 대 맞고 신체가 마비된 중상해 사건에 대해 법원이 고의성 입증을 이유로 항소심에서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공소장까지 변경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중상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박모(54)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9일 기각했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 6월17일 오후 8시40분쯤 제주시내 지인의 집에서 윤모(40)씨와 임금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뺨을 한 대 때렸다.

현장에 쓰러진 박씨는 왼쪽 목 부위 총경동맥의 혈전이 왼쪽 중뇌동맥으로 들어가 혈관의 협착과 폐색이 나타나는 뇌경색 증세를 보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박씨는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오른쪽 팔, 다리가 마비되는 중상해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박씨가 피해자의 왼쪽 목을 가격해 피해가 발생했다며 중상해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중상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형법 제258조에 따라 중상해는 신체의 상해로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 상해(7년이하)보다 중한 징역 1년 이상 징역 10년 이하의 형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미필적 상해의 고의가 있더라도 중상해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정에 출석한 의료진도 뺨을 맞고 마비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진술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7월 열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 기각에 대비해 예비적 청구로 상해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에 나섰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중상해와 상해 모두 피해자가 뺨이 아닌 목 부위를 맞았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불구나 난치에 이르게 할 정도의 고의성도 입증하기 어렵다고 재차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폭행부위와 피해자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중상해의 예견 가능성이 입증됐다고 보기 힘들다. 예비적 청구인 상해 역시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항소심 재판부는 뺨을 때린 폭행 혐의에 대한 특수사실을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이에 대한 판단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