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혈액재고량 이틀치 뿐 ’혈액 대란’…O형 A형은 ‘바닥’

제주지역 혈액대란이 일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헌혈량이 기본적으로 부족한데다 병원균에 감염된 혈액이 도내에서도 수혈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건복지부의 분석이 제시되면서 헌혈에 참여하려는 동참자들이 크게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도내 병의원에 보관중인 혈액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은 물론, 제주혈액원조차 수혈용 혈액보유량이 이틀치 밖에 없어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수무책인 상황이다.

특히 이중 O형과 A형은 사실상 바닥이 난 상태이다.

이처럼 혈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출산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사경을 헤매던 산모가 군장병과 전투경찰 대원들의 밤을 새우는 릴레이 헌혈에도 불구하고 끝내 목숨을 잃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1일 오후 10시10분께 제주시내 한 산부인과에서 사내 아이를 출산한 김모씨(33)가 출산과정에서 ‘자궁파열로 인한 혈액응고 장애’로 출혈이 멈추지 않아 이날 오후10시30분 한라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산모 김씨는 이 곳에서 응급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혈이 멈추지 않자 병원은 제주도혈액원과 도내 모든 병원에 있는 O형 혈액 보관분 36유니트를 모두 모아 긴급 수혈에 나섰으나 환자를 소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병원은 12일 오전 해군 제주방어사령부와 제주지방경찰청에 긴급 헌혈지원을 요청했고, 산모가 피가 모자라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군 장병과 전경대원 74명이 이날 오전부터 한라병원에서 릴레이 헌혈로 산모 구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산모 김씨는 주변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3시30분 끝내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현재 제주혈액원에 보관중인 혈액은 120~130유니트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하루 적정 재고량 500여 유니트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김씨와 같은 환자나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면 도내 병∙의원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특히 제주혈액원을 비롯한 도내 병의원에는 O형인 경우 아예 바닥을 드러냈고, B형과 A형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도내에 ‘비상사태’라고 할 정도로 혈액이 부족한 것은 지금까지 헌혈사업이 학생과 군∙경 등 단체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방학이 시작되면서 헌혈인구가 갑자기 줄어들었기 때문.

여기에다 올 들어 혈액관리가 잘못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헌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3065명이 헌혈에 동참했던 데 반해 올 7월에는 2346명으로 23.5%가 줄었다.

제주혈액원은 이 같은 비상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오는 16일부터 21일 5일동안 하절기 헌혈캠페인을 전개키로 하고 헌혈자에 대해서는 영화관람권을 제공키로 하는 등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제주혈액원 강용길 기획과장은 “여름과 겨울방학만 되면 헌혈인구가 갑자기 줄어들어 하루 이틀을 버티기가 힘든 실정으로 병의원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힘든 상황을 토로했다.

강용길 기획과장은 “혈액을 잘못 관리했다는 저희들의 잘못이 크기는 하지만 도민 한 분 한 분의 사랑이 우리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헌혈운동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제주시내에서 헌혈을 할 수 있는 곳은 제주시청에 있는 헌혈버스와 중앙로 사거리에 있는 독일안경 2층 ‘헌혈의 집’, 그리고 서사라 제주적십자사 ‘헌혈회관’이 있다.

또 헌혈을 희망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혈액원에 연락을 하면 직접 방문하게 된다.  제주혈액원 = 064-758~3504, 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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