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물영아리 오름, 2000년 국내 1호 ‘습지보호지역’ 지정…2007년엔 ‘람사르 습지’ 등록도

오는 11일 국내 최초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물영아리 오름의 지정 20주년을 앞두고 제주 환경단체가 제주도의 적극적인 습지보전정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0일 성명을 통해 “제주도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습지보전정책을 시행하고, 훼손 사각지대에 놓인 습지 보전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보전가치가 높은 연안 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성산 수마포구 해안공사를 중단한 뒤 침식원인과 방지대책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물영아리 오름은 분화구 습지의 독특한 특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최초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며 “그 늪은 이탄층으로서 퇴적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 천 년 간의 시대별 생태환경을 유추할 수 있는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물영아리 습지보호지역 지정 20주년을 맞는 제주도의 습지보호정책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문제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습지”라며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습지와 한라산구립공원 안이나 오름에 있는 습지 등을 제외하고 도내 수많은 내륙습지는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중산간 지대 드넓은 뱅듸 지역도 수많은 용암 습지가 있지만, 법적 보호 테두리 안에 없다. 그러다 보니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실정”이라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내륙습지들에 대한 보전대책도 수립돼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이어 행정당국에 의해 연안 습지가 파괴되고 있다며, 가치가 뛰어난 곳을 선정해 습지보호지역이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해 제주 연안 습지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인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 254km 전 해안에 걸친 연안 습지 역시 습지보전지역이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은 전혀 없다”라며 “연안 습지는 공유수면에 포함돼 개발은 어렵지만, 해안도로 개설 등 행정당국에 의해 계속 파괴 중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 해안은 행정당국의 면밀한 검토 없이 연안 습지가 훼손된 사례”라며 “최근 연안 침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주도서 모래해안 510m에 큰 바윗덩어리를 쌓는 작업을 하다 논란이 일자 일시 중단됐다. 무리한 친수공간 조성에 따른 연안 침식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모범을 보여야 할 제주도 당국마저 나서서 연안 습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라며 “자치단체장은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도지사에 의해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17년 제주도 습지보전 조례가 제정됐지만, 실질적 집행은 미흡하다. 국내 최초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제주도인 만큼 물영아리 오름 지정 20주년에 맞춰 제주도정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습지 보전정책을 펼쳐달라”고 밝혔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영아리 오름은 2000년 12월 11일 습지보전법에 따라 국내 1호로 습지보호지역에 지정됐으며, 2007년에는 국내 다섯 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다.

[전문] 물영아리 습지보호지역 지정 20주년에 즈음한 성명서

제주도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습지보전정책을 시행하라!

“훼손의 사각지대에 놓인 습지 보전대책 수립해야”
“보전가치 높은 연안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성산 수마포구 해안공사 중단하고 침식원인과 방지대책 공론화해야”

내일은(12월 11일) 물영아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20주년을 맞는 날이다. 물영아리는 2000년 12월 11일에 우리나라 최초로 습지보호지역 1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이어 2007년에는 국내 다섯 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서 국내 습지 중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물영아리가 국내 최초의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는 물영아리 분화구 습지의 독특한 특성과 가치가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독립화산체인 물영아리(오름) 분화구에 늪지가 형성되었고, 그 늪은 이탄층으로서 퇴적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 천 년 간의 시대별 생태환경을 유추할 수 있는 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다. 이러한 제주도의 습지의 가치가 인정되어 도내에는 물영아리를 필두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5개소의 람사르습지가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물영아리 습지보호지역 지정 20주년을 맞는 제주도 습지보호정책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물영아리, 물장오리, 1100습지, 숨은물벵듸, 동백동산 습지는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 지정 이전부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이다. 문제는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습지들이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습지와 한라산국립공원 안이나 오름에 있는 습지 등을 제외하고 도내 수 많은 내륙습지들은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산간 지대의 드넓은 벵듸 지역에도 수많은 용암 습지들이 있지만 법적 보호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내륙습지들도 꽤 있다. 그러므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내륙습지들에 대해서도 보전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연안습지도 마찬가지이다. 제주도 254km의 전 해안에 걸쳐진 연안습지 중 습지보전지역이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물론 연안습지의 경우 공유수면에 포함되어 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해안도로 개설 등 행정당국에 의해서도 계속 파괴되고 있다. 그러므로 연안습지 중 가치가 뛰어난 곳을 선정하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거나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여 제주도 연안습지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인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습지보전법에 의해 자치단체장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제주도지사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2017년에 제주도 습지보전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실질적인 집행은 미흡하다. 제주도의 습지 보전정책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제주도 습지보전 정책의 단면을 알 수 있는 최근 사례가 잇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산 수마포구 해안 훼손은 행정당국이 면밀한 검토 없이 연안습지를 훼손한 사례이다. 옛날에 제주의 말을 육지로 나르기 위한 해안이었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수마포 해안은 최근에 연안 침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주도 당국에서 모래해안 510m에 큰 바윗덩어리들을 쌓는 작업을 하다가 논란이 되자 일시 중단된 상태이다. 무리한 친수공간 조성으로 인해 연안 침식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해안개발 등으로 제주도 전 해안의 침식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름다운 모래해변을 외부에서 가져온 바위로 덮어버린다면 제주도 해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더군다나 수마포해안은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해안이며 생태환경가치가 높은 신양 해안사구에 포함되는 곳으로서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제주도 당국마저 나서서 연안습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물영아리가 국내 최초로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제주도인만큼 20주년을 맞는 시점에 그에 걸맞게 제주도 당국은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습지 보전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끝. 

2020. 12. 10.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김민선․문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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